빅리거 김광현 "어릴 때부터 꿈꾼 무대, 첫 승 하고 울컥"[MD일문일답]

[마이데일리 = 여의도 김진성 기자] "첫 승 하고 인터뷰를 하는데 울컥했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귀국 인터뷰를 가졌다.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세인트루이스와 2년 최대 1100만달러에 계약했다. 단축시즌 8경기서 3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1.62를 기록했다.

7일 귀국했고, 22일 자가격리를 마쳤다. 23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다음은 김광현과의 일문일답.

-돌아온 소감은

"이 자리가 부담스러운 자리다. 저를 응원해주고 미국에 갈 수 있게 도와준 팬들에게 인사하고 감사하다고 말하는 자리다. 팬들에게 감사하다. 언론 여러분, 호텔, 방송 관계자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하다."

-귀국 당시의 기분은

"그냥 설렜다. 한국에만 계속 있다가 외국에 오래있는 건 처음이었다. 한국 음식도 많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공항도 한산했다. 빨리 코로나19가 없어져서 원래대로 돌아가면 좋겠다."

-자가격리 후 근황은

"미국에서도 코로나19 때문에 미용실을 가지 못했다. 머리카락이 산발이 됐다. 머리카락부터 잘랐다. 집에서 푹 쉬었다. 격리를 하는 동안 일거리가 있으면 시차적응이 금방 될 텐데 2주간 눈 뜨고 밥 먹고 졸릴 때 자니 시차적응이 되지 않았다. 시차적응을 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다."

-시즌 초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가 셧다운 됐는데

"한국이 미국보다 안전했다. 그래도 미국에서 입국금지를 하게 되면 첫 시즌인데 기회조차 받지 못할 것을 걱정했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다시 시차적응 할 필요가 없었다. 통역을 해주는 친구랑 밥도 많이 해먹었다. 웨인라이트와 캐치볼을 하면서 끈끈해졌다. 운동 조건은 정말 암울했다. 세인트루이스에 넘어오니 모든 시설이 폐쇄됐다. 모든 곳이 폐쇄돼 힘들었다. 다행히 웨인라이트 집의 마당이 넓더라. 웨인라이트 집 앞에서 50m 캐치볼을 꾸준히 했다. 공원도 문을 닫더라. 아무도 없는 공원에 들어가서 둘이서 80m 캐치볼도 했다. 보안관이 웨인라이트 팬이라서 양해를 구했다. 피칭은 포수가 없어서 하지 못했다. 시즌 개막 통보를 받고 불펜 피칭을 시작했다."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시즌이 지연이 되고, 언제 시작할지 모르는 상황서 통역에게 졸랐다. 통역에게 미안하게 생각했다. 그걸 다 받아줬다. 둘이서 음식 해먹은 것이 기억이 남는다. 시즌에 들어간 뒤 첫 승을 할 때 기억이 난다. 어릴 때부터 꿈꿔온 무대에서 첫 승을 하고 미디어 인터뷰를 하는데 울컥했다. 내 꿈을 이뤘다는 게 기뻤다."

-올 겨울 한국에서 하고 싶은 일은

"올해 가장 힘들었던 게 몸 관리다. 실내에만 있었다. 20세부터 야외에서 뛰고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는데 이런 적이 없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위험하겠지만, 한국에선 조심하면서 치료도 하고, 내년 1월에 몸을 더 잘 만들어야 한다. 올해는 메이저리그에 발만 담그는 시즌이다. 내년이 더 중요하다. 내년에는 정말 좋은 성적을 거둬서 당당하게 다시 인사하고 싶다."

-데뷔 첫 선발등판 때 연습용 모자를 쓰고 투구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어릴 때부터 꿈꾼 무대에 올라가니 긴장이 많이 됐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 무대에 적응할 수 있게 하는 중이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중요하다. 지금 생각하면 웃긴다."

-마무리를 하고 선발로 갔다

"한국에서 선발, 마무리를 오간 선수들을 보고 힘들다는 걸 알고 있었다. 시즌 중반에 팀에 코로나19가 퍼지면서 시간이 주어졌고, 쉽게 적응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생각하니 정말 할 수 있게 됐다. 내가 부담스럽게만 생각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니 잘 됐다. 지금 마무리를 다시 가라고 해도 자신 있다."

-투구 템포가 빨라졌다

"기술적으로 나아지고 있다. 미국에 간 건 내 꿈도 있지만, 기술, 시스템을 많이 배워서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가르쳐주고 싶었다. 개인적인 꿈을 이루기도 했지만, 나중에 더 큰 선배, 더 큰 사람이 돼서 후배들에게 좋은 것을 알려주면 좋은 것 같다. 기술적인 것을 배워가고 있다."

-포수 야디어 몰리나와의 호흡은

"몰리나는 내가 공을 잘 던질 수 있게 도와준 은인이다. 몰리나의 마인드가 여느 포수와 마찬가지지만, 투수를 가장 편하게 해준다. 마운드에서 타자가 못 치는 공이 아닌, 투수가 잘 던지는 공을 던지게 하는 포수다. 그런 포수가 앞으로도 한국에 많이 생기면 좋겠다. 내가 가장 자신 있는 공을 사인을 낸다. 나에 대해 공부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다. 타자가 못 치게 하는 공을 던지게 하는 건 전력분석만 하면 나온다. 투수가 잘 던지는 공, 자신 있어 하는 공은 어디를 찾아도 나오지 않는다. 내년, 내후년에도 선수생활을 같이 하고 싶다."

-투구내용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

"잘 됐던 부분은 그래도 점수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야구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로 얘기한다. 결과가 좋다는 점, 나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닝 수는 별로 안 되지만, 좋은 결과를 내는 건 말도 안 되는 것 같다. 안 좋았던 부분은 시즌이 진행됐다, 안 됐다 하면서 호텔에만 계속 있었다. 몸이 완벽하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겨울 몸으로 돌아가서 시즌을 치러야 했고, 스피드가 나오지 않았다. 올해는 치료도 열심히 받고 재활을 잘 하고 몸도 잘 만들어서 제대로 된 시즌을 치르고 싶다.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다."

-포스트시즌 첫 경기 선발 등판에 대한 소감은

"마음가짐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똑 같은 것 같다. 단기전은 한 경기에 모든 승부가 갈린다. 좋은 투구를 하지 못했지만, 타자들도 1구, 1구 집중하는 건 같다. 다만, 코로나19 때문에 올해 포스트시즌은 단 5일이었지만, 창살 없는 감옥이었다. 지금 최지만은 3주 정도 밖에 못 나가고 있을 것이다. 포스트시즌 기간에 코로나19에 한 명이라도 걸리면 그 팀은 몰수패다. 밖에 나가서 음식을 사먹을 수 없다. 나 같은 경우 선발 등판 전날에 고기를 먹지 않는다. 어려웠다."

-미국에서 운도 많이 따랐다는 평가도 있다

"좋은 결과로 내려오면 운이 좋다는 평가, 포수의 능력이라는 말도 있다. 운도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열심히 노력하고, 어릴 때부터 이 무대에 오기 위해 운동하고 노력했으니 운이 따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운이 없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나중에 운이 없을 때 실력으로 극복하겠다."

-9월15일 밀워키전서 두산 출신 조쉬 린드블럼과 맞대결했다

"그때 엔트리에 빠졌다가 들어와서 첫 경기였다. 신장 때문에 입원하고 빠진 뒤 돌아와서 첫 경기였다. 마침 상대가 린드블럼이었다. 올 시즌은 코로나19 때문에 타 팀 선수들과 마주칠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유명한 선수들에겐 말도 걸어보고 싶었는데 경기 전 외야에서 캐치볼할 때 마주치는데 한국에선 맞대결 선발투수에게 인사를 하지는 않는다. 그날은 손을 머리 위로 들어서 안녕이라고 한 것 같다. 한국에서 뛴 외국인선수들을 보면 정말 반갑다."

-올 시즌 SK 와이번스 경기를 봤는지

"2007년에 입단해서 14년간 뛰었다. 올 시즌은 참 안타깝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게 있을까 생각도 했다. 후배들에게 전화해서 이렇게 저렇게 해보면 어떨까 생각도 했다. 그런데 어린 선수들에게 전화를 못 걸겠더라. 2년간 우승권에 있으면서 어린 선수들이 무리를 해서 아픈 선수가 많았다. 지금부터 몸 관리를 잘해서 내년에 잘하면 좋겠다. 최정 형이나 김강민 형 등 선배들과는 통화도 했다. 한탄을 많이 하더라. 내년에 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미국 생활 도중 힘들다는 SNS 글이 화제가 됐다

"정말 힘들었을 때다. 그때 잘 버텨서 운이 따르지 않나 생각한다. SNS에 그렇게 쓴 것 같다. 행운을 잡으려면 지금 버텨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4개월간 잘 버텨서 시즌 내내 행운이 따랐다. 어떠한 시련과 역경이 있어도 잘 버텨내야 운이 따를 것이다."

-양현종, 김하성 등이 올 시즌 후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

"잘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물음표에서 갔지만 느낌표는 아니다. 내년에 느낌표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그 선수들도 나와 같은 꿈을 꾼 선수들이다. 도전은 언제든 환영한다.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한 메이저리그 타자, 덕아웃에서 본 가장 인상적인 투수는

"중부지구하고만 경기를 했다. 내년이면 메이저리그가 정말 큰 무대라는 걸 알 것이다. 같은 팀에 있는 골드슈미트는 왜 연봉을 많이 받는지 지켜봤다. 메이저리거들은 세계 최고 선수들은 노력하는 것도 세계 최고다. 어떻게 하면 투수 공을 잘 치고, 수비도 마찬가지다. 왜 메이저리그 선수인지 느꼈다. 난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내년에는 진정한 메이저리거가 되고 싶다."

-세인트루이스는 어떤 팀이었는지

"진짜 명문 팀답게 시스템도 잘 돼 있고, 사실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올라가는 게 꿈이었지만, 팀 전용기를 타보는 것도 꿈이었다. 올해는 원정에 갈 때 전용기를 코로나19 때문에 타지 못했다.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반 비행기를 빌려 따로 떨어져서 이동했다. 코로나19가 없어져서 전용기를 타보고 싶다."

-올 시즌을 통해 느낀 점은

"컨트롤이 안 되거나, 내 공을 자신 있게 던지지 못하면 무조건 맞는다는 걸 느꼈다. 가장 자신 있는 공을 가장 완벽하게 던지는 조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몸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마운드에 올라가는 게 중요하다.

-올 겨울 계획과 내년시즌 각오는

"올 시즌에 몸이 잘 만들어지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오늘부터 내년을 대비해 준비할 것이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운이 덜 따를 수도 있고 더 많이 따를 수도 있겠지만, 그 부분에 신경 쓰지 않고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노력하겠다. 다시 한번 응원해주셔서 감사 드린다. 미국에서 운동할 수 있게 도와준 분들에 대해 감사하다."

[김광현. 사진 = 여의도 곽경훈 기자 kpg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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