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의 축제 이야기84] 코로나 시대 변화되고 있는 축제 패러다임

2019년 가을, 아 옛날이여

딱 1년 전이다. <귀주대첩 승전 1,000주년 2019 관악 강감찬 축제> 총감독으로 선정되어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서울 낙성대 공원과 관악구청을 뛰어다녔던 때가 작년이다. 강감찬(姜邯贊, 948~1031) 장군은 우리 고유의 역사가 유지될 수 있게 했던 영웅 중 한명으로 그가 거란과 싸워 승전고를 울렸던 귀주대첩은 을지문덕의 살수대첩, 이순신의 한산대첩과 함께 우리나라의 3대 대첩중에 하나이다.

물길을 막아 적을 섬멸한 흥화진 전투를 발판으로 귀주에서 거란을 완전히 물리쳐 거란에 폐전을 박은 결과, 고려의 위상은 동아시아에서 우뚝 섰고, 고려는 나날이 번창해 갔다. <귀주대첩 1,000주년 2019 관악 강감찬 축제>는 코리아의 융성을 다시 한번 기원하는 민족의 잔치나 다름 없었다.

관악구는 <2019 관악 강감찬 축제>를 위해 3월에 총감독을 공모했고, 필자가 최종 선발되는 영광을 안았다. 솔직히 말하면 이 영광은 무거운 왕관이기도 했다.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는 말을 고스란히 실감할 수 있었다.

3월 25일 서울 관악구청 대강당에서 ‘2019. 관악 강감찬 축제’ 추진위원회가 공식 출범식을 가졌다. 이날 출범식에서 귀주대첩 1000주년에 걸맞는 축제추진위원 1000명이 구성되었다. 이렇게 첫걸음을 뗀 <귀주대첩 1,000년 2019 관악 강감찬 축제>의 콘텐츠는 1,000이라는 숫자와 고려 브랜드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총감독으로서 필자는 가장 먼저 구민 동참의 <1,000인 합창단>을 구성해 10월 17일 저녁 7시 30분 전야제에서 빛을 발했다. 이렇게 해서 10월17일부터 19일까지 3일에 걸쳐 진행된 축제는 3일 내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은 축제를 즐겼다.

넘기 힘든 코로나19 보릿고개

요즘 진성의 보릿고개가 가슴을 때린다. 그 옛날 “아야 배 꺼진다 뛰지마라”고 하셨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다시 절절하게 사무치는게 필자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너나없이 주린 배 잡고 물 한 바가지로 배를 채우던 일이 추억이 아니라 현실이라는게 슬프다고들 한다. 2019년 10월 19일 <2019 관악 강감찬축제> 마지막 날 밤 <강감찬 전국 가요제>때는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가 나지 않을까 조바심을 칠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 가을은 전국이 너무 조용하다. 조용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한 10월이다.

축제의 계절, 축제의 달이라는 10월이 ‘축제를 잃어버린 계절’로 변해버린 지금, 지역마다 나름의 자구책을 찾아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축제 기근 상태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지자체마다 축제가 넘쳐났다. 작은 마을에서도 갖가지 행사가 펼쳐져 예산 낭비라는 지탄까지 받아 왔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런 축제와 행사가 지자체와 지역 경제를 살리는 활력소였다. 지금 가을 축제가 사라지다 보니 전국 농가들이 땀 흘려 지은 농산물이 적체되고 있다.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이 여기저기 나오니 지자체도 발을 동동 구를 수 밖에 없다.

위기를 디딤돌로 삼아야

길에 큰 돌덩어리가 막고 있으면 까닥 잘못하다가는 걸려 넘어져 코가 깨진다. 이럴 때 돌덩어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달라진다. 길에 방치된 걸림돌을 딛고 디딤돌 삼아 전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돌멩이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이 있다. 또 어떤 사람은 돌멩이를 피해 오던 길을 되돌아 후퇴하는 사람이 있다. 코로나19도 어찌 보면 길을 막고 있는 돌덩어리일 것이다. 돌덩어리를 완전히 치울 수 없다면 딛고 넘어서야 한다.

올 1월까지만 해도 축제 관련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축제의 수량은 풍부하니 베끼기식 콘텐츠에서 탈피하자. 이제 지역축제가 대한민국의 문화자산으로 자리매김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축제전문가들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말조차 꺼낼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추이를 봐가면서 어떻게든 축제를 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

이다. 지역축제가 일상생활이었을 때는 축제의 소중함을 잘 몰랐다. 그런데 막상 축제가 사라지고 보니 그 빈자리가 너무나 크다. 축제가 너무 많다며 옥석(玉石)을 가려야 한다고 했던 말은 여전히 필요하다. 축제의 품질도 정비하면서 코로나 이후의 축제를 전망해보는 것이 지금 축제전문가들이 해야 할 일이다. 축제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코로나19 돌덩이를 우리는 디딤돌 삼아 앞으로 전진해야 한다. 축제 관련 업계도 위기지만 전국 농업인들의 생계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기 때문이다.

가을 전어도 울고 있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만든다는 가을 전어가 맥을 못 추리고 울고 있다. 며느리가 돌아오기는커녕 집에 있는 보리쌀이라도 보내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형국이다. 부산 등 남해안 지역 자치단체에 따르면 본격적인 수산물 수확기를 맞았다. 하지만 판로가 막힌 어민들이 생활이 막막하다고 땅을 치며 울고 있다. 제철을 맞아 호황을 이뤘어야 할 전어가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다니 통곡할 일이다.

긴 장마와 코로 19 재유행 등으로 부산 강서구는 명지시장 전어 축제를 20년 만에 처음으로 취소했다. 지난해 3일간 축제가 열렸는데 사흘 동안 관광객 3만여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올해 전어 축제가 취소되다 보니 명지시장은 사람들 발길은 뜸하고 그 자리를 전어의 눈물이 채우고 있다.

봄 축제와 달리 가을 축제는 농.특산물이나 수산물 관련 행사가 90% 이상을 차지한다. 농.특산물 축제는 지역 경제와 직결되어 있어 이번 가을에 축제를 대신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농가들은 다 죽고 만다. 부산 강서구의 명지 시장 전어 축제/ 서천 꽃게.전어 축제/ 경남 남해군 독일마을 맥주축제/ 충북 청원 생명 축제/ 대전 칼국수 & 효뿌리문화 축제/ 평창 송이 축제/ 임실 N 축제 등등 취소된 가을 축제를 일일이 셀 수도 없다.

충남 서천군을 예로 들자면 서천 <전어·꽃게 축제>는 이 지역 대표 축제다. 2001년부터 열린 이 축제에는 매년 17만 명 이상이 찾았다. 그런데 올 해 축제가 취소되면서 상인들은 망연자실 바다만 바라보고 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노박래 서천군수’는 “축제는 취소됐지만 홍원항과 마량포구·서천특화시장에서 제철 전어와 꽃게를 즐길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만으로 지역경제과 어업농가, 지역 상인을 제대로 살릴 수 없다. 신의 한수라고 부를 만한 특단의 묘책이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축제를 접목한 드라이브스루 & 워킹 스루 비대면 판매 잔치다.

파주시 <파주 개성 인삼 드라이브스루 직판 행사>

경기 파주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10월 개최를 예정했던 ‘파주개성인삼축제’를 취소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2차례의 걸쳐 축제추진위원회를 열어 개최 여부를 놓고 심사숙고 했지만 결국 취소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대신 축제 취소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했는데 드라이브스루 및 온라인 특판 행사를 추진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사실 파주시는 축제의 고장이다. <파주개성인삼 축제>와 <파주 장단콩 축제>가 ‘2019 경기 관광 특화 축제’로 선정됨에 따라 지난 해 파주시는 축제 ‘2관왕’ 도시로 우뚝섰다. 이렇게 경기도 대표 관광 특화 축제를 2개나 보유한 파주시가 코로나19로 축제를 열 수 없게 되자 비대면 판매방식을 택했는데 여기에 모자란 2%를 더했다.

<파주 개성인삼축제>와 <파주 장단콩축제>는 해마다 약 수십만명이 행사장을 찾아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그런데 이번에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빨간불이 켜지자 다양한 이벤트로 소비자 붙잡기에 나섰다. 파주시는 축제를 취소했지만 해당 농산물 판매 대책으로 온라인 특판 행사와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임진강역 임시주차장 일원에서 연다.

특히 16일 낮 12시부터 유튜브채널<국민안내양TV>에서 진행하는 라이브방송에는 파주 홍보대사 탈렌트 이원발, 국악인 박애리, 가수 서지오, 개그맨 조문식, 가수 김정연등이 출연 드라이브스루 행사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비대면 판매 행사이긴 하지만 다양한 연예인들이 작은 축제를 만들예정이다.

코로나19 시대 더 절실해진 홍보의 가치

코로나19로 축제가 사라지면서 지자체 홍보가 턱없이 위축되었다. 지자체마다 홈페이지 있고 자체 SNS 홍보 채널을 가동하고 있지만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이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충분한 정보를 취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또지자체마다 지역특산물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지만 솔직히 매출을 끌어올릴 매개체가 빈약하기 때문에 안타까운 상황이다.

2020년 4월 유튜브채널 <국민안내양TV>가 전남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남도 장터>를 현장에서 라이브로 홍보를 하였다. 코로나19의 확산새가 높아지는 시기 농가들의 아우성이 높아질쯤 전남도청의 과감한결정으로 유튜뷰채널<국민안내양 TV>가 현장으로 내려가 다양한 농.특산수산물들을 홍보하며 드라이브 스루로 ‘수국.딸기.부추’를 판매하여 매진하는 성과 까지 이루어냈다. 전남 김영록 도지사와 도청직원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이 성공의 한몫이기도 했다.

4월 3일 낮 12시부터 진행 된 유튜브 채널 <국민안내양 TV – 남도상생 농수산물 장터>편은 <국민안내양TV>, 페이스 북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방송됐다. 당시 온라인 ‘남도 상생 농수산물 장터’는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으로 학교급식 중단과 외식 수요 감소로 판로가 막힌 농어업인들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젝트다.

이날 방송은 가수 김정연이 진행을 맡고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직접 출연해 전남 지역 특산물 홍보에 나서서 화제를 모았다. 박애리 명창과 가수겸 탤런트 이동준, 개그맨 조문식, 최인선 쉐프가 출연해서 더 특별했다. 최인선 쉐프가 전남에서 생산되고 있는 식재료와 이를 이용한 특선 요리까지 선보였고,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 라이브 방송이였다.

이를 계기로 전남 온라인 <남도 장터> 매출이 크게 상승해 코로나19 시대에 200억 달성이라는 성공 신화를 기록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보니 당시 총연출을 맡았던 필자는 그저 감사하기만 하다.

변화하고 있는 축제 패러다임, 먼저 받아들여야 산다

"우물쭈물 살다가 이렇게 끝날 줄 알았지." 영국 극작가 버나드 쇼 묘비명이다. 버나드쇼는 풍자와 독설로 한 시대를 풍미한 사람이다. 극작가 버나드 쇼는 아흔네살에 "우물쭈물 살다가 이렇게 끝날 줄 알았지."라는 유머를 남겼고 이 말을 그의 묘비명이 되었다. 필자가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자차제들이 우물쭈물 하다가는 지역 경제가 마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즘 회자되는 이야기가 있다. 한 시대를 규정하는 세기(世紀)가 연도가 아니라 코로나 전(BC-Before Corona)과 코로나 후(AC-After Corona)로 나눠진다는 주장이다. 그러니까 21세기의 시작은 지난 2000년도가 아니라 코로나 19가 시작된 2020년이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 생활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코로나 이전이 사람과 직접 대면하는 시대였다면 지금은 언텍트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비대면 언텍트 시대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분야는 축제와 문화 예술계였고, 축제가 취소되다 보니 지역 상인, 특산물 생산 농가들이 말라 죽어간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문화예술계는 발 빠르게 대응하는 추세다. 자구적으로 ‘집에서 향유하는 언텍트 공연’으로 발 빠르게 전환했고 나름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at_Home'이란 해시 태그로 세계 유명 예술단체들의 무료공연이 진행돼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자 방송도 랜선 콘서트로 위로와 힐링을 선물했다. 그런데 지역축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농특산물은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다. 문화예술 공연과 접목되지 못하고 홍보 매체가 없어서 출구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처음 겪는 일’이라며 우물쭈물하고 있다가는 지역 경제가 되돌릴 수 없는 지경으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농산물 생산 농가, 유통업자, 소상공인들의 삶은 여전히 캄캄한 터널 속에 갇혀 있다. 요즘 돈을 불러들인다는 금전수(金錢樹)가 눈에 밟힌다. <개업을 축하합니다! 대박나세요>라는 리본을 달고 있는 금전수가 주인에게 버림받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고즈넉해진 골목을 지키고 있다. 마치 외면당한 지역 농.특산물 처럼말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축제와 맞먹는 드라이브스루 & 온라인 특판 행사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본다. 지금 선택하지 않으면 지역 농가들이 얼마나 더 큰 고통을 겪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 소개

사단법인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이사장

대중문화 평론가

함양 산삼축제 총감독

대규모 행사기획 연출

양구배꼽축제 총감독

지리산 산청 곶감 축제 총감독

보성다향대축제 총감독

마포나루새우젓축제 총감독

남해 보물섬마늘축제 총감독

귀주대첩 1,000주년 관악 강감찬 축제 총감독 外 다수 역임

유튜브채널 국민안내양TV 기획제작

서울정원박람회

사랑의 행복콘서트 가요제

김제 효(孝) 콘서트

김정연의 효(孝).행복 콘서트 外 다수 연출

축제관련 TV토론. 라디오 출연. 포럼 패널. 강연 활동

KBS. MBC .UBC. TV 조선. MBN 등 토크쇼 출연

(現)문화체육관광부 ‘문화의 달’ 자문위원

(現)파주시 축제자문위원장 (문화경제분야)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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