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정 "전성기 당시 기절할 때까지 광고 촬영…주연→조연 맡으며 펑펑 울기도" ('마이웨이') [MD리뷰]

[마이데일리 = 정지현 기자] 배우 허윤정이 배우 활동 당시 전성기와 슬럼프를 떠올렸다.

12일 밤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에는 허윤정이 출연했다.

이날 허윤정은 한 대학의 연극영화과 교수로 근무 중이었다. 그는 "지난 2003년도에 여기에 와 본격적으로 근무하기 시작해서 15-16년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가 된 계기에 대해 "배우고 도전하는 것에 호기심이 있었다. 석사, 박사 과정을 수료하니 여기저기에서 (강의) 요청이 왔다. 처음에는 대학에서 강사로 시작했다. 꼭 교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하다 보니 나의 천직인 것처럼 계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허윤정은 선배 배우 박원숙을 만나러 남해로 향했다. 박원숙은 허윤정에게 "결혼은?"이라고 물었다. 허윤정은 "결혼은 한다는 말은 했는데, 결혼하자는 남자가 없었다"고 답했다. 이를 들은 박원숙은 "(결혼) 하지 마"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박원숙은 "과거 나는 결혼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하며 "요즘은 이렇게 보고 있으면 혼자 사는 것도 더 알찬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허윤정을 응원했다.

허윤정은 "예전에는 연기나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야망, 욕심이 많았다. 30~40대에는 그럼 마음이 있었다. 지금 막상 하려고 보니 나이가 많더라. 제가 1966년생 한국 나이로 55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포기하고 나서는 아이도 없고, 남편도 없다. 혼자 있다는 게 이제 조금 외로운 마음이 들더라"라고 털어놨다. 박원숙은 "허윤정의 싱글 라이프가 너무 멋지다. 네가 어떻게 살 건가 생각하고 거기에 맞춰서 해라"라고 조언했다.

허윤정은 지난 6월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엄마가 미국에 계셨다. 연세가 85세인데 허리 디스크랑 목 디스크가 있었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당시 코로나19 때문에 (미국에) 갈 수가 없었다. 당시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서 사이버 강의를 했다. 저희는 5-6월에 (강의를) 다 몰아넣었다. 딱 그 시기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자가격리를 하면 장례식이 끝나더라"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후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허윤정의 자택이 공개되기도 했다. 넓고 깔끔하게 정돈된 집안과 다양한 음향 장비가 눈길을 끌었다. "혼자 살기에 너무 넓은 거 아니냐"는 제작진의 물음에 허윤정은 "제가 갇혀있으면 답답해한다. 그래서 넓은 것을 어렸을 때부터 선호했다"고 답했다.

18세 때 데뷔해 어느덧 데뷔 37년 차를 맞이한 허윤정. 그는 "어렸을 때부터 '나는 누가 뭐라고 해도 배우가 될 거야'라고 말했다"며 "광고를 거의 일 년에 열 몇 편씩 찍었다. 한 전자회사에서 아이와 주부 분위기 두 가지가 동시에 난다고 해서 카메라 앞에서 기절할 때까지 광고를 찍었다. 휴대용 음향기기, 주방 용품 등을 찍었다"고 회상했다.

이와 함께 허윤정은 어머니의 사진을 보며 어머니를 떠올렸다. "엄마를 미국에 보내드리는 게 힘들었다"는 허윤정은 "엄마가 디스크 때문에 좀 아팠다. 전국의 좋은 병원에 모시고 다녔는데, 엄마는 아프고 저는 일을 하니 감당이 안 되더라. 오빠들이 '네가 그동안 고생을 많이 했으니 우리가 모시겠다'고 해서 엄마가 미국에 가게 됐다. 저는 한국에 미련이 남아 안 가게 됐다"고 전했다.

대학교에서 수업 중 어머니의 임종 소식을 들었다는 허윤정은 "지금은 감정 통제가 가능한데, 그때는 계속 환청이 들렸다. 힘들고 지쳐있는데 '일어나서 가라. 일어나라. 힘내라'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다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눈물을 닦았다.

허윤정은 슬럼프가 찾아왔던 때를 떠올리기도 했다. 그는 "매일 주인공만 하고 스포트라이트만 받았다. 그런데 주연에서 조연으로 가는 과정에서 변기통을 잡고 울었다"고 고백해 깜짝 놀라게 했다. 이어 "'저 역할을 내가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현주 씨와 함께 한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도 지금 생각하면 쉽고 편안하면서 즐길 수 있는 좋은 역할이었다. 그런데 나는 내 영혼을 다 끌어서 해야만 연기가 빛이 난다고 잘못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제가 그걸 많이 힘들어했다.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만한 연기,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 연기를 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며 "그 과정이 다 지나가니까 내가 어디든 단 1분이라도 존재함에 감사해야겠더라. 어렸을 때는 그걸 몰랐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끝으로 허윤정은 "요즘 빨리 60세가 됐으면 한다고 말한다. 60세에 인생이 다시 시작될 것 같고, 좀 더 풍요롭고 여유로운 생활을 갖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일도 욕심도 열정도 내려놓고 나의 소소한 행복, 일상적인 행복을 찾아가는 훈련을 하며 편안한 숨을 쉬고 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진 = TV조선 방송 화면]

정지현 기자 windfa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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