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박은빈, 능동적 여주의 새로운 표본 [명희숙의 딥썰]

[마이데일리 = 명희숙 기자] 부드럽지만 강한 사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속 박은빈은 대단한 배경도, 엄청난 실력으로 중무장한 자신감으로 가득한 사람도 아니지만 말 그대로 강하다. 자신의 꿈과 사랑 앞에서 숙이지 않는 모습을 누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음대생들의 도전과 꿈, 사랑에 대해 다루고 있다. 사실 음대생들의 이야기는 낯설면서도 흥미로운 소재가 아니다. 드라마 속에서 전문직업을 많이 다루지만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 등 음악가들은 스타처럼 화려하지도, 의사처럼 매 순간 긴박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서 박은빈은 일류대학 경영학과에 입학했지만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기 위해 같은 대학의 음대를 3수 끝에 들어간다. 3년의 시간 속에서 주변의 시선과 스스로의 자존심이 어떻게 뭉개졌을지는 그녀를 대하는 가족들의 태도나, 동기 음대생들의 말과 행동으로도 충분히 그려진다.

위축되어 보이는 내성적인 모습과 나서지 보다는 자신의 자리는 지키는 박은빈의 일상은 그동안 드라마 속 수동적 여주인공을 연상케 했다. 이제 김민재라는 스타 피아니스트가 나타나 손을 내밀어 박은빈은 구원하겠지 싶은 순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천천히 사람들의 편견을 전복시킨다.

박은빈은 내성적인 사람이지만 자신이 어떤 꿈을 꾸고, 무엇을 좋아하고, 누군가를 사랑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주변 사람들의 기대와 욕심에 얽혀 자신보다 타인을 위하 삶을 사는 김민재에게 오히려 먼저 손을 내밀고 고백한다. 기존 드라마 속 전형적 여주인공의 사슴같은 눈망울과 긴생머리,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지만 전달하는 바는 뚜렷하고 당차다.

최근 드라마가 능동적인 여주인공을 그려내는 가운데, 종종 당찬 신여성을 거친 말투와 배려없는 행동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1차원적 표현에 드는 거부감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박은빈은 통해 더욱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부드럽지만 힘차게 관계를 이끌어나가는 캐릭터들 덕분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노잼'이 아닌 강한 몰입도를 선사하고 있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전형성을 탈피하는 캐릭터들의 조화는 작품을 한층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 준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사진 = SBS 제공]

명희숙 기자 aud666@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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