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의 운명? '우아한 친구들' 드라마에 '중2병'이 있다면, 이런 것일까 [김미리의 솔.까.말]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그게 남자다. 그게 수컷의 운명이다.”

JTBC 금토드라마 ‘우아한 친구들’(극본 박효연 김경선 연출 송현욱 박소연)이 지난 5일 17회로 종영했다. 마지막 회는 그야말로 안 본 사람이 승자인 회차였다. 물론 17회가 좋았다는 몇 안 되는 팬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는 같은 마음일 것이다.

마지막 회를 요약하자면 ‘드라마에 중2병이라는 게 있다면 이런 것일까’가 아닐까. 드라마를 마무리 짓는 안궁철(유준상)의 대사에서 폭발했는데, 살해 증거를 인멸한 뒤 “우리는 또 평생 묵직한 짐 하나를 가슴에 묻은 채 살아가야 한다. 설령 우리의 선택이 틀렸다 할지라도 우린 소중한 것을 지킬 의무가 있다. 그게 남자다. 그게 수컷의 운명이다. 20대의 우리는 미숙했지만 당당했고, 40대의 우리는 성숙하지만 위태롭다. 그래도 우린 앞을 보고 나가야 한다. 다시 또 우리가 지켜야 할 그 소중한 것을 위하여”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막을 내렸다. 이 회차에서는 “남자가 철이 든다는 건 늙어간다는 것, 어쩌면 죽어간다는 것일지 모른다”는 또 다른 어록도 등장했는데, 극 중 진지한 분위와 달리 헛웃음을 유발했다.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 ‘우아한 친구들’은 기대작으로 주목받았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포진돼 있었고, 세련된 19금 드라마로 큰 사랑을 받았던 JTBC에서 선보인다는 것만으로도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하지만 용두사미의 전형을 보여줬다. 사전제작이라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 이야기는 수습되지 않았고, 대체 왜 이런 전개와 감정들이 난무하는지 알 수 없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스토리는 작가의 영역이다. 하지만 시청자를 납득시키고, 각 인물의 감정과 행동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펼쳐가야 한다. ‘우아한 친구들’은 그렇지 못했다. 도무지 무엇이 우아한지 알 수 없지만(그것이 반어법이라 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스토리와 캐릭터가 난잡하게 흩어져 있었다.

불편하거나,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소재들은 단지 자극을 위한 자극이었다. 그럴수록 더욱 조심스럽고 세심하게 접근해야 하지만 ‘우아한 친구들’은 깊은 고찰 없이 표면만 핥으며 이용할 뿐이었다. 당초 ‘반생을 앞둔 중년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라고 했으나 이 드라마를 본 시청자라면 공감하지 못할 것. ‘각자의 삶에 소중한 것이 무엇이든 시청자들은 이 사(四)춘기를 직면한 청년들을 보며 자신의 남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기획 의도를 실소하게 만든 드라마였다.

[사진 = 스튜디오앤뉴·제이씨앤 제공, JTBC 방송 캡처]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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