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굉장히 행복해"…'김영철의 파워FM' 허지웅의 진솔한 이야기→고민 상담 [종합]

[마이데일리 = 권혜미 기자] 작가 허지웅이 새롭게 발간된 자신의 책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20일 방송된 SBS 파워FM 라디오 '김영철의 파워FM'에 스페셜 게스트로 허지웅이 출연했다.

이날 라디오에서 허지웅은 "4년 만에 본캐인 작가로 돌아왔다"며 최근 발간한 에세이 '살고싶다는 농담'을 홍보했다. 허지웅은 "이번엔 글을 다 쓰고 제목을 정했다. 가제는 '내가 듣지 못한 말'이었는데 그것보다는 이 제목이 훨씬 더 많은 걸 관통하는 제목이라고 생각돼서 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암 투병 당시 일화를 언급하며 "영화에서 보는 진통제가 있지 않나. 해골마크가 그려진 마약성 링거를 맞고 있는데 너무 아팠다. 모르핀이 제일 약한 거였다"며 "못 들어본 약까지 맞는데 아파서 잠을 못 잤다. 간호사 분을 호출하는데, 너무 미안하지 않나. 그래서 웃겨드리고 싶은 마음에 '살려주세요'라고 했었다. 퇴원 후 제가 무사히 나올 때 다음 책은 '살려주세요'를 낼거라고 했었다"고 밝혔다.

또 책의 성격을 소개하며 "이 책은 투병기는 아니다. 힘든 상황을 살고 있고, 못 살겠다고 얘기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지만, 다른 사람들도 다 나만큼 힘들고 아프다는 걸 알아서 쉽게 말문을 열지 못하는 걸 알고 있다.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싶었다"고 진심을 전했다.

허지웅의 말에 DJ 김영철이 "요즘 행복하냐"고 묻자 그는 "굉장히 행복하다. 점심 메뉴 고를 때도 행복하고 라디오 때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행복하다. 우리 PD님, 작가님 볼 생각에 기쁘고. 행복한 것들 투성이다"라고 솔직히 답했다.

또 아프기 전과 후 달라진 점이 있냐는 질문에 허지웅은 "제 자신을 들여다보면 똑같다"고 단조롭게 말했다. 김영철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더 따뜻해지지 않았냐"고 하자 허지웅은 "그런 건 아니다. 세상이 따뜻해지지 않았는데 뭘 따뜻하게 보냐"고 따져 큰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도 "제가 큰 걸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엔 뭔가를 바꾸고 싶어서 얘기를 해도 쎄게 얘기를 했다. 그런데 그런 미련 자체가 사라져서 이제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작은 것들, 이웃에 관한 것들에 관심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어 허지웅은 과거 많은 사람들의 사연을 받았던 '사서함'을 운영했을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한 분이 제게 쪽지를 보냈었는데, 그 분이 미성년자 때였다. 가정이 굉장히 끔찍한 상황이어서 제가 그분께 다른 거 필요없고 '네가 왜 어른들 삶을 책임지려 하냐'고 말하며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라고 했다. 단체도 소개해주고. 6년이 지나 그 분이 지금은 직장 다니면 정말 잘 살고 있다. 그때 집을 빠져나와서 정말 다행이라고 했었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이 친구가 그 일 이후 행복하다고 말해주니까 '내가 태어나길 잘 했구나'라고 느꼈다. 그거 하나를 자랑스러운 일로 뽑고 싶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허지웅이 접한 사연은 계속 이어졌다. 허지웅은 "어떤 전업 주부의 남편이 그 상사의 아내와 바람이 난 거다. 그러면서 자기가 살고 있는 집과 회사 사이에 자기들이 살 집을 마련하고 아내한테 다 오픈한 뒤 인내하라고 한 거다"라고 충격적인 얘기를 꺼냈다.

동시에 허지웅은 "그래서 아내가 못 참고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했더니 아이들은 엄마를 원망한다. 친정어머니도 '네가 못나서 남편이 밖으로 도는 거'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었다. 얼마나 외롭고 비참했겠냐. 기댈 데가 있나 싶었다. 그 상황에선 제가 같이 분노해줄 수 있는 것 밖엔 도움이 없었다. 공감이 가장 큰 무기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끝으로 허지웅은 수많은 일상이 지겹고 지친다는 고민을 토로한 청취자의 사연에 조언을 건넸다. 그는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쳇바퀴처럼 반복되어서 돌아가는 하루를 통해 내가 이루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 거 아니냐. 특히 우리는 밥벌이를 가볍게 생각하고 기본적으로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밥벌이야말로 한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겪는 가장 큰 과제이자 업적이라 생각한다. 그 밥벌이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너무 하찮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그리고 타인의 밥벌이에 대해서도 그 무게감을 같이 실감하고 공감해주셨으면 좋겠다. 밥벌이는 누구나 다 똑같은 밥벌이니까"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사진 = SBS 파워FM 화면 캡처]

권혜미 기자 emily00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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