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반' 시작은 창대, 끝은 미약했다 [권혜미의 회전문]

[마이데일리 = 권혜미 기자] 미스터리 장르가 무색한 심심한 결말이었다.

13일 MBC 드라마 '십시일반(극본 최경 연출 진창규)'이 8부작을 끝으로 종영했다. 이례적으로 짧은 회차로 편성된 '십시일반'은 유명 화가의 수백억 재산을 둘러싼 사람들의 치열한 두뇌싸움을 그린 블랙코디미 추리극으로, 지상파 드라마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실험적인 미스터리 장르로 이목을 끌었다.

전개는 단순하다. 대저택의 주인이자 엄청난 명성을 얻은 화가 유인호(남문철)가 생일날 자신의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그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 딸 유빛나(김혜준)가 진범을 찾기 위해 나선다. 유인호의 사인은 내연녀 김지혜(오나라), 친구 문정욱(이윤희), 가정부 박여사(남미정), 이부동생 독고철(한수현), 친조카 유해준(최규진)이 유산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먹인 수면제 때문이었다. 1알의 수면제 5개가 모여 쇼크사를 유발, 결국 한 사람을 죽이게 만든 '십시일반' 형태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예측하고 주동한 건 유인호의 전 부인이자 동거녀인 지설영(김정영)으로 밝혀지면서 7회는 끝을 맺는다. 참신한 살해 방법에 이어 그토록 찾던 범인까지 나왔으니, 이제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건 지설영의 살해 동기와 유인호가 남긴 500억 유산의 종착지로 좁혀진다.

하지만 마지막 회를 보고 나면 어딘가 찜찜한 기분이 든다. 지설영은 김지혜와 불륜을 저지른 유인호에 대한 충격으로 유산이 되면서 살인 계획까지 세울 원한을 가진다. 이는 드라마 초반에 등장한 관계도에서 충분히 짐작 가능한 사연이라 새로울 것도 없는데, 과거 회상 장면만 내보내며 지설영의 감정선을 제대로 대변해 주지도 않는다. 그림 한 점에 깨달음을 얻고 자수까지 하게 되는 경위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무엇보다 가장 당혹스러웠던 건 용의자들의 난데없는 '유산 포기'다. 유인호의 사망 직후에도 슬퍼하는 기색 하나 없이 500억의 유산을 받으려 혈안이 됐던 가족들이 마지막 회에서 유인호의 그림이 위작이었다는 걸 밝히며 손해배상을 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저택 하나만 덩그러니 남게 되고, 모두가 평범한 삶으로 돌아간다.

결국 '권선징악'과 '돈보다 가족이 더 중요하다'는 교과서적인 교훈을 남긴 채 '십시일반'은 허무하게 종영했다. 유산을 둘러싸고 본색을 드러내는 인물들의 입체성이 극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는데, 그들의 변화는 몹시 갑작스럽고 인위적으로 다가온다. 공감이 되지 않으니, 낯선 인물들을 보는 것 같은 이질감까지 느껴진다.

추리극에서만 느낄 수 있는 통쾌함, 충격적인 반전,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결말. '십시일반'은 이 중 어느 것 하나 충족시키지 못했다. 8회 동안 고생한 배우들의 열연이 아까울 정도였다.

만약 7회에서 엔딩을 맞았으면 어땠을까. 좋은 재료와 올바른 레시피로 맹탕이 만들어진 불상사는 없었을 것이다.

[사진 = MBC 제공, MBC 방송화면 캡처]

권혜미 기자 emily00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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