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포수 출신의 SK 안방진단, 성공체험이 필요하다[MD이슈]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전혀 못했다."

12일 기준으로 SK 와이번스 1군 포수는 이재원과 이흥련이다. 2군에 내려간 이현석과 이홍구도 올 시즌 1군에서 기회를 얻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타격, 수비, 투수와의 호흡 등 전반적으로 제 몫을 하고 있을까.

SK 마운드는 12일까지 평균자책점 5.35로 9위다. 대부분 투수가 만족할만한 시즌을 보내지 못한다. 다만, 투수들이 포수들에게 믿음을 확실하게 줄 정도로 포수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점도 있었다는 게 박경완 감독대행의 냉정한 평가다.

박경완 감독대행은 10일 인천 삼성전이 취소되기 전 '성공체험'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투수가 포수에 대한 믿음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성공적인 경기를 체험할 발판이 마련된다는 논리다. 성공체험을 많이 한 젊은 투수들은 구단의 기대대로 성장할 수 있다. 포수 역시 투수의 성공체험을 이끌어내면서 발전할 수 있다.

야구에서 포수의 역할을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박 감독대행은 분명 투수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친 포수였다. KBO 역대 최고 포수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KBO 최고투수 반열에 오르는 과정에 박 감독대행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었다. 김광현이 2010년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된 순간 박 감독대행에게 90도로 인사한 건 아직도 간혹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박 감독대행의 현역 시절, SK 투수들은 그를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박 감독대행은 "투수가 포수의 사인을 100% 신뢰하는 게 베스트다. 결과가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다. 아쉬운 모습이 적게 나오는 게 중요하다. 투수에 대한 포수의 리더십은 분명히(실전서) 작용한다"라고 했다.

물론 포수가 리더십을 갖추려면 부단한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박 감독대행은 "포수가 그만큼 타자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면 투수도 분명히 느낀다. 투수가 포수의 리드에 따라 제구가 잘 되거나 결과가 좋으면 포수에 대한 믿음이 조금씩 생긴다"라고 했다.

그러나 박 감독대행은 "올 시즌 SK는 전혀 성공체험을 하지 못했다. 가장 처음으로 해야 할 포수가 이재원"이라고 했다. 이재원은 4년 69억원 FA 계약의 두 번째 시즌이다. 24경기서 타율 0.145 5타점 4득점. 생애 최악의 행보다. 부상으로 1군에 머무른 시간이 많지 않았다. 타격부진에 수비, 투수와의 호흡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박 감독대행은 "재원이가 개막 후 세 경기만에 부상하면서 팀의 좋은 흐름이 깨졌다. 팀이 좋지 않은 상황서 합류하면서 부담도 컸다. 재원이에게 이런 경험이 약이 될 것이다. 결국 앞으로 SK 주전포수는 이재원"이라고 했다.

현 시점에서 SK에 가장 안정적인 포수는 이흥련이다. 멘탈과 제구가 불안한 리카르도 핀토에게 이흥련을 붙이는 건 이유가 있다. 박 감독대행으로선 이재원이 올 시즌 좋지 않다 보니 다른 포수들에게 기회를 줄 수밖에 없다. 사실 이흥련도 완숙한 기량, 풍부한 경험을 가진 포수는 아니다.

결국 몸값이나 팀 내 위치를 보면 이재원이 SK 안방의 중심을 잡는 게 이상적이다. 박 감독대행은 "이재원이 주전을 맡고, 이흥련, 이현석, 이홍구가 도전하는 구도가 맞다"라고 했다. 이재원이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상대 타자들 연구도 많이 해서 투수들의 성장까지 이끄는, 리더십을 갖춘 포수가 되길 기대한다. 자신의 현역 시절 모습처럼 무게감 있는 포수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재원의 몸값, 연차, 팀에서의 위치를 감안하면 박 감독대행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건 아니다.

[박경완 감독대행(위), 이재원(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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