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84, 나 혼자 사는 '복학왕'…'여혐·남혐' 시대까지 역행해 버리면 어쩌나 [김나라의 별나라]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웹툰 작가 기안84, '복학왕'이면 시대에 역행해도 된다는 생각인 걸까.

기안84는 이달 4일부터 '복학왕' 연재를 새롭게 시작했다. '복학왕 303회-광어인간 1회'를 선보인 것.

그런데 연재 2회 만에 '여혐 논란'에 휩싸였고, 급기야 '연재 중지'를 요구하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주인공 여자가 본인보다 20세나 많은 대기업 팀장과 성관계를 하여 대기업에 입사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을 희화화하며 그린 장면을 보게 되었다. 인기가 있는 작가인 만큼,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들이 볼 것이라 생각이 든다. 여자는 성관계를 하여 취업을 한다는 내용이 사회를 풍자하는 것이라는 댓글이 수두룩하다. 전부터 논란이 꾸준히 있었던 작가이고, 이번 회차는 그 논란을 뛰어넘을 만큼 심각하다고 생각이 들어 청원 게시판에 올리게 되었다. 부디 웹툰 작가로서의 정체성과 의식을 갖고 웹툰을 그렸으면 좋겠다"라는 지적이었다.

청원 내용처럼 '복학왕-광어인간' 내용은 가관이다. 여주인공 봉지은은 무능하기 짝이 없는 인턴이나, 위기의 순간 애교를 무기로 넘어간다. 첫 회식 날 조개구잇집에서 배에 조개를 얹고 깨부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선보이기도. 무엇보다 이를 계기로 봉지은이 20세 나이 차이가 나는 40세 남 팀장과 키스를 하고 열애를 시작, 이는 '합격'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에 '여혐 논란'이 불거진 것.

'여혐'은 물론, '남혐 논란'도 저질러버린 기안84. "인턴들 중 한 명만 입사, 끝까지 선의의 경쟁을 부탁드린다"라던 대기업 40대 남 팀장은 사심으로 인턴을 뽑지를 않나 권력을 남용해 부하 직원 우기명을 자신의 연애사에 끌어들인다. 봉지은과 다퉜다며 우기명에게 명품 선물을 대신 전달할 것을 부탁, 40대 팀장과 여주인공 모두 명품이면 다 되는 속물처럼 보이게 만든다.

게다가 40대 팀장은 우기명에게 "봉지은과 회식 날 술 취해서 키스해 버렸지 뭐야"라며 가볍게 이야기한다.

남자주인공 우기명도 한심하기 짝이 없게 그려졌다. 봉지은과 과거 열애했던 우기명은 40대 팀장에게 "어디까지 갔냐. 잤어요?"라고 질문을 던지며 한심한 인물로 전락하게 한다.

40대 팀장의 대답은 "ㅋ!!"다. 여성을 두고 성희롱적 발언을 장난스럽게 여기는 모습으로 황당함을 자아낸다.

이처럼 기안84는 자신의 웹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여성, 남성 할 것 없이 민감한 이슈들을 두고 희화화하며 유머코드를 형성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에 도취되어 있다.

도대체 어느 맥락에서 웃어야 할까. 이건 작가의 독창적인 개성이 아닌 자신의 수준을 보여주는 꼴이라는 것임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여론의 뜻을 반영해 수정이랍시고 해당 웹툰의 문제의 한 장면은 삭제됐다. 그러나 스토리는 여전히 그대로, 등장인물 모두 '시대 역행' 중이다. 이는 기안84가 뭐가 문제인지 모르고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 수정 후에도 '웹툰 연재 중지'를 요구하는 청원 참여 인원 수가 급격히 치솟고 있는 중인 걸 보며 부디 깨달음을 얻길 바랄 뿐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