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김태훈의 롤러코스터 시즌, 반등과 부상 사이[MD포커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불펜투수는 세 가지 구종만 던지면 간결하다."

요즘 선발투수는 완급조절을 통해 5~6이닝, 100구 내외를 투구한다. 다양한 구종이 필수다. 반면 불펜투수는 전력으로 1~2이닝을 투구한다. 가장 자신 있는 2~3개의 구종으로 충분하다. 이닝이 적고, 타자 한 명을 여러 차례 상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키움 김태훈의 반등은 '불펜투수의 진리'를 확실히 깨우친 덕분이다. 손혁 감독은 4일 고척 KT전을 앞두고 "불펜투수는 잘 던지는 구종 세 개만 던지면 간결하다. 간결해지면서 좋아졌다"라고 했다.

김태훈에겐 쉽지 않은 시즌이다. 롱릴리프 자체가 등판 간격 및 시점의 불투명성이 크다. 컨디션 유지가 쉽지 않다. 작년에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런데 올 시즌은 특수하다. 키움 마운드도 크고 작은 파도가 있었다.

김태훈은 롱릴리프를 시작으로 필승계투조를 거쳐 다시 롱릴리프, 심지어 추격조로도 뛰었다. 세부적인 역할이 계속 바뀌었다. 지금도 사실상 '마당쇠'다. 그나마 손 감독이 등판 간격을 최대한 유지해주면서 버텨낸다.

페이스가 널을 뛰었다. 5월에는 8경기서 2승 평균자책점 1.20이었다. 흔들리던 불펜의 메인 셋업맨이었다. 그러나 6월에는 10경기서 2승2홀드 평균자책점 4.38, 7월에는 12경기서 2승4홀드 평균자책점 5.02.

최근 10경기서 1승5홀드 평균자책점 1.69로 좋았다. 특히 7월18일 인천 SK전부터 4일 고척 KT전까지 8경기 연속 무실점했다. 8⅔이닝 동안 단 3안타 2볼넷만 내줬다. 그런데 또 악재가 찾아왔다. 5일 스트레칭을 하다 허리를 삐끗했다. 2주 이탈이 예상된다.

롤러코스터 시즌이다. 키움은 좌완 베테랑 오주원을 1군에 올렸다. 세부적인 불펜 역할분담을 다시 해야 한다. 손 감독은 "롱릴리프를 하다 추격조도 하고, 필승조도 하면서 힘들었다. 그래서 처진 것도 있었다. 7월에는 잘 맞은 타구가 안타가 많이 됐다"라고 돌아봤다.

올 시즌 키움 전력분석원들이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직접 경기를 리뷰한다. 김태훈을 두고 투구자세에 변화를 준 게 통했다고 분석했다. 손 감독은 인정하면서도 "사실 선수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다"라고 했다. 투구폼 수정이 통했다고 믿으면서(실제로는 거의 차이가 없는데) 심리적 안정감을 갖는 게 크다는 의미다.

손 감독은 "김태훈은 선발을 했던 투수다. 불펜으로 돌아가면서도 선발의 습성이 남아있었다. 커브도, 슬라이더도 던졌다"라고 했다. 최근 투구를 보면, 주무기 포크볼과 투심만으로 타자들을 압도한다.

부작용을 겪으면서 불펜 투수로 살아남는 법을 익혔다. 손 감독은 "투구패턴이 단조로워지면서 잘 던지는 공을 많이 던진다. 잘 막다 보니 볼카운트도 유리하게 가져간다. 투심과 포크볼이 확실한 주무기"라고 했다. 실제 김태훈은 4일 고척 KT전 6회초 무사 1,3루서 유한준을 투심으로 3루수 병살타로 처리, 1실점과 아웃카운트 2개를 맞바꿨다. 벤치의 의도에 100% 부응했다.

김태훈의 역할도 확실하게 설명했다. 손 감독은 "추격조와 필승조를 같이 하는데, 필승조에서 문제가 생기면 필승조를 백업하는 역할을 같이 맡는다"라고 했다. 엄밀히 볼 때 마무리 조상우까지 가는 필승조는 김상수, 이영준, 안우진이다. 여기에 김태훈과 양현이 양념 역할을 한다.

손 감독은 "양현과 김태훈은 투심이라는 떨어지는 공이 있어서 주자가 있을 때 투입해도 좋은 투구를 한다"라고 했다. 즉, 필승조 경험이 적은 안우진과 이영준은 되도록 이닝 시작과 함께 1이닝을 맡기고, 두 사람이 흔들리면 김태훈과 양현을 투입한다. 그러나 김태훈의 이탈로 역할 조정이 필요하다. 당장 6일 고척 KT전 8회에 안우진이 흔들리자 이영준이 투입되면서 불을 껐다.

올 시즌 32경기서 5승8홀드 평균자책점 3.30. 잠시 자리를 비우지만, 김태훈은 지금까지 키움 마운드의 숨은 MVP다.

[키움 김태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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