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안일한 주루와 수비, 모든 걸 잠재운 철벽 불펜쇼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잠실 이후광 기자] 키움 믿을맨 이영준이 결정적 순간 삼진쇼를 펼치며 흔들리는 팀 분위기를 확 바꿨다.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과의 시즌 6번째 맞대결. 키움 타선이 초반부터 유희관 공략에 성공했다. 1회 2사 2루서 이정후의 적시타, 박동원의 2점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한 뒤 3회 에디슨 러셀이 1타점 2루타를 때려냈고, 4회 박준태의 2루타와 5회 박동원, 김혜성의 적시타로 대거 7점을 뽑아냈다.

그러나 점수를 뽑는 과정, 또 리드를 지키는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플레이가 속출했다. 4-2로 앞선 4회 주루사가 그 시작이었다. 1사 2루 찬스서 등장한 박준태가 1타점 2루타 이후 무리하게 3루를 노리다 태그아웃된 것. 이 때만 해도 1득점하며 5-2로 격차를 벌렸기에 주루사에 크게 미련이 남진 않았다.

5회에도 주루사가 발생했다. 1사 1, 2루서 박동원이 1타점 적시타를 날린 뒤 박병호가 사구를 얻어 만루가 됐다. 이어 김헤성이 좌측 외야로 안타를 날렸는데 2루주자 박동원이 3루에서 태그아웃을 당했다. 타구가 빗맞은 탓에 궤적을 끝까지 보고 출발, 3루 도착이 늦었다. 이 때도 2점을 추가하며 7-2로 격차를 벌렸기에 큰 아쉬움 없이 넘어갔다.

그러나 6회 주루사는 치명적이었다. 1사 후 서건창의 스트레이트 볼넷에 이어 김하성이 2루타에 성공했다. 그러나 무리하게 2루를 노리다 좌익수 김재환의 정확한 송구에 아웃됐고, 그 틈을 타 홈을 노린 서건창마저 아웃되며 순식간에 이닝이 종료됐다. 공이 2루에 훨씬 먼저 도착, 타이밍이 늦었다고 판단한 김하성이 2루를 향하다 멈춰서며 시간을 확보하려 했지만, 두산 야수진이 걸려들지 않았다.

여기에 6회말에는 2루수 서건창의 느긋한 수비가 화를 불렀다. 오재일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잡아 1루에 송구했으나 세이프 판정이 난 것. 물론 타구를 ‘2익수’ 위치에서 잡으며 1루까지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타구의 질과 오재일의 발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아웃시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키움은 김재환의 안타에 이어 최주환에게 3점홈런을 맞으며 2점 차 추격을 당해야 했다. 앞서 4차례의 주루사로 달아날 때 달아나지 못한 대가였다.

결국 모든 부담을 불펜이 떠안게 된 상황. 그러나 키움 필승조가 압박감을 이겨내고 두산 타선을 무실점으로 묶었다. 스타트는 이영준이었다. 7회에 마운드에 올라 무사 1, 2루 위기를 자초했지만 오재일-김재환-최주환의 중심타선을 연달아 헛스윙 삼진 처리하는 위력을 뽐냈다. 슬라이더와 직구로 완급조절을 하며 결정구로 140km 후반대의 하이패스트볼을 사용했다. 최주환 타석 때 정수빈의 3루 도루로 흔들릴 법도 했지만 삼진을 잡고 포효했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 장면이기도 했다.

8회에는 믿었던 안우진이 무사 1, 2루 위기를 맞이하며 흔들렸다. 후속 김인태를 만나서도 초구에 볼을 던졌고, 키움 벤치는 빠르게 김태훈으로 마운드를 교체했다. 그리고 손혁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했다. 김인태의 희생번트로 처한 1사 2, 3루서 정상호를 헛스윙 삼진, 정수빈을 투수 땅볼로 잡고 불을 끈 것. 이후 조상우가 9회 등판해 철벽 불펜쇼의 마무리를 담당했다.

키움은 이날 승리로 3연승을 달리며 2위 두산과의 승차를 없앴다. 7회와 8회 근소한 리드를 지켜낸 불펜의 역투가 빛났던 한판이었다.

[위부터 이영준-서건창-김태훈. 사진 = 잠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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