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팔 스윙, 필승계투조 안우진의 강렬한 출발[MD포커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작년보다 스윙이 부드럽다. 내가 느끼기에도 무리가 없는 것 같다."

키움 히어로즈 손혁 감독은 부임 후 선수들과 일일이 면담했다. 우완 안우진의 보직을 불펜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풀타임은 아니었지만, 선발투수 경험을 쌓았던 2019년. 그러나 손 감독은 '필승계투조 안우진'이 좀 더 어울린다고 봤다.

장기적으로 선발투수로 성장해야 할 투수다. 다만, 상체 위주의 투구 매커니즘을 재정립할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투수전문가 손혁 감독이 나섰다. 투구판을 밟고 투구에 들어가기 전, 오른손의 위치를 옆구리 뒤에서 옆구리와 동일선상에 놓는 것으로 바꿨다.

옆구리 뒤에서 투구를 시작하면서 팔 스윙이 필요 이상으로 컸다는 지적이다. 옆구리와 동일선상에서 스윙을 하면 자연스럽게 스윙폭이 조금 작아진다. 그만큼 어깨에 부하가 덜 걸린다. 육안으로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알고 보면 큰 변화다.

손 감독은 "예전에는 커브 등 변화구를 많이 던지면 다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사실 속구를 던지는 투수의 부상 위험성이 더 크다"라고 했다. 안우진은 150km을 가볍게 넘기는 파이어볼러다. 스윙폭을 줄여 부상 위험성을 낮추면서, 롱런의 발판을 마련했다.

허리 통증으로 대만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한 게 변수였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시즌 개막이 미뤄졌다. 손 감독은 일찌감치 5~6월에는 안우진이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충분히 재활을 하면서, 부작용 없이 시즌을 시작했다. 6월 말에는 점수 차가 클 때만 종종 등판했다. 이달 들어 본격적으로 필승계투조로 나선다. 이영준이 허리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안우진의 가세가 큰 도움이 된다.

안우진은 9일 고척 삼성전을 앞두고 "작년보다 스윙이 부드럽다. 내가 느끼기에도 무리가 없는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1이닝만 던진다고 생각하고 타자와 집중한다. 투구 자세는 캐치볼할 때부터 생각한다. 실전서는 어릴 때부터 던진 폼이 있다 보니 금방 바뀌진 않는다"라고 했다.

7경기서 7이닝을 던졌다. 탈삼진 7개에 피안타와 볼넷은 각각 3개. 평균자책점 제로. 선발 시절에는 기존의 150km대 빠른 볼과 좌우로 휘는 두 가지 슬라이더에 체인지업, 커브까지 약간 섞었다. 그러나 불펜에선 빠른 볼의 강점을 극대화한다. 몸에 부담도 느끼지 않는다.

안우진은 "자신 있게 던져도 타자들에게 이길까 말까다. 자신 있게 해야 한다. 그동안 허리 운동도 했고 상체도 보강했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내 몸에 맞게 트레이닝을 해줬다. 좋은 것 같다. 아직 100% 몸 상태는 아닌데 컨디션은 좋다"라고 했다.

필승계투조를 하면서 배우는 게 많다. 안우진은 "올 시즌에는 불펜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 선발을 해보니 되게 어려웠다. 1회부터 위기가 올 수도 있고, 같은 타자를 서너 차례 붙는 게 힘들었다. 중간은 딱 한번만 위기가 온다. 불펜에서 위기를 극복하면서 공부도 된다. 나중에 선발 기회가 오면 잘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긴장도 한다. 안우진은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으면, (등판하라는)전화가 온다. 그럴 때 긴장된다. 위기에도 그렇다. 그 상황에 집중하면 긴장감이 사라진다. 결국 정확하게 던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했다.

동료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안우진은 "(최)원태 형은 내 폼을 봐준다. 어떻게 하면 좋은 공을 던질지 얘기를 많이 한다. 신인 시절부터 잘 알려줬다. (조)상우 형은 경험이 많다. 중간계투를 처음 하는 내게 잘 알려준다"라고 했다.

[안우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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