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인턴' 고건한 "오동근과 정반대 성격, 꼰대와 거리 멀어" [MD인터뷰]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주연 욕심이요? 없어요. 다만 연기에 대한 욕심이 클 뿐이죠. '연기를 하기만 하면 된다'가 전부예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필모그래피에 작품이 쌓이는 것 자체가 중요하고 연극, 영화, 드라마 전부 연기라는 틀에 있는 거라 뭐든 상관없어요. 필모그래피가 채워지는 게 저에게는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지난 1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극본 신소라 연출 남성우)에서 자기 이익만 챙기는 뺀질이 대리 오동근을 연기한 배우 고건한(32)의 말이다. 그가 맡은 오동근은 준수식품 마케팅영업팀 입사 7년 차 육아 대디로, 직장 내 기피대상 1호라고 불릴 만큼 무시무시한 젊은 꼰대다. 인턴 삼인방의 의견은 무시하기 일쑤인데다 상사에게 아부하는 모습을 볼 때면 얄미워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

종영 후 서울 여의도동에서 만난 고건한은 "남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참견도 싫어하는 성격이다. 꼰대와는 거리가 멀다. 쉽게 이야기하면 오동근과 정반대"라고 말했다. "싫은 소리도 못 하는 성격이에요. 오동근은 텐션이 높은데 전 아니고요. 그렇지만 오동근을 연기하면서 힘들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배우에게는 캐릭터를 표현할 때 다 같은 어려움이 있죠. 실제 성격과 반대라고 해서 더 어렵진 않고 색깔이 다른 느낌이에요."

'꼰대인턴'은 최악의 꼰대 부장을 부하직원으로 맞게 된 남자의 통쾌한 갑을 체인지 복수극이자 시니어 인턴의 잔혹 일터 사수기를 그린 코믹 오피스물이다. 첫 회 시청률 6%로 시작해 트로트가수 영탁의 OST 참여와 특별출연, 자체 MD상품 출시 등에 힘입어 수목극 1위 자리를 지켰다. 상사의 갑질을 생생하게 그려내 직장인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12부작이어서 상대적으로 촬영 기간이 짧았다"는 고건한은 "배우들 사이가 돈독했다. 그래서인지 아쉬움도 그리움도 크다"고 했다. 마케팅 영업팀으로 호흡을 맞춘 박해진(37)·박아인(35)·김응수(59)·한지은(30)·노종현(27) 등과 격없이 어울리고 소통했다는 것. 그는 "박아인, 홍승범 배우와는 촬영 전에 따로 모여서 이야기를 했다. 관계 형성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김응수 선배님은 말씀하시는 것도 재밌고 유쾌하시다. 에너지 자체가 좋으시다. 박해진 형은 배려심이 깊고 주변을 잘 챙긴다. 형에게 많이 의지했다. 형도 부산 출신이어서 쉽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 사투리로 고향 이야기도 하면서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입시를 코앞에 두고 배우라는 꿈을 품었다. 영화 '살인의 추억'(2003) 한 장면이 뇌리를 스쳐 대학 두 곳의 연극영화과를 지원했고, 경성대학교에 입학했다. 드라마 '신의 퀴즈4'(2014)를 시작으로 '계룡선녀전'(2018),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2018~2019),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2019), '조선로코 - 녹두전'(2019)에서 줄곧 감초 역할을 맡아왔다. 캐릭터에 자연히 녹아들어 매번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여온 그에게 '조연에 머물러 있어 아쉽진 않냐'고 물으니 "어려움도 말 못 할 괴로움도 있었지만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슬럼프도 없었다"고 답했다. "상경한 뒤 3년간 끊임없이 연기를 해왔다"는 이유에서다.

'매사에 정도가 넘지 아니하고, 알맞게 조절하고 절제하여 건강하고 굳센 삶을 이루라'라는 이름의 뜻처럼 "건강한 배우"가 되고 싶단다. 그는 "건강하게 살면서 건강하게 연기하고 싶은 생각이 제일 크다. 매 순간 작품으로 기억되고 캐릭터 자체로 사랑받으면 참 좋을 것 같다"며 웃었다.

"못 해봤던 역할을 맡아보고 싶어요. 비슷한 느낌의 역할이어도 똑같이 고민하고 생각하겠지만 뭐든 상관없어요. 내 나이대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요즘은 스토리가 매력적이면 좋더라고요. '꼰대인턴'은 시니어 인턴 이만식이 가열찬 부장을 만나는 개인사로 시작해서 큰일을 겪고 상처가 봉합되는 과정 자체가 흥미로웠어요."

차기작은 아직이다. "취미는 평범해요. 걷고, 음악 듣고, 책 보고, 영화 보고. 캠퍼스 산책 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차기작은 정해지지 않았어요. 좀 더 걸어야 할 것 같아요. 하하."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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