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하고 안정적으로, 때로는 과감한 키움 박준태[MD포커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외야는 차분한 선수가 좋은 수비수다."

키움 히어로즈 이적생 외야수 박준태는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다.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키움에서 주로 하위타선에 배치된다. 실제 5일까지 52경기서 타율 0.205 5타점 21득점으로 저조하다. 공격에선 기여도가 낮다.

그러나 손혁 감독은 박준태를 주전 외야수로 기용한다. 시즌 전 연습경기부터 그랬다. 포지션은 중견수 혹은 우익수. 적어도 현 시점에서 장영석과의 트레이드는 성공적이다. 수비만큼은 손 감독에게 단숨에 인정 받았기 때문이다.

손 감독은 "내가 투수 출신이라서, 수비를 잘 하는 선수를 선호한다"라고 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박준태의 WAA(평균대비 수비승리기여도)는 0.025다. 그렇게 눈에 띄는 수치는 아니다.

그러나 오윤 외야코치는 박준태를 두고 "우리 외야수들 중 가장 안정적으로 수비를 한다. 안정적이면서 저돌적이지 않고, 차분하게 하는 선수가 좋은 외야 수비수"라고 했다. 손 감독은 이 말에 공감하면서 "차분하고 안정적이다. 그렇다고 공격적이지 않은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 박준태의 수비를 보면 콜 플레이, 백업 및 펜스 플레이가 교과서적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안정적이다. 키움은 두꺼운 내야 뎁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야는 화려하다는 평가를 받지 못한다. 그러나 박준태의 가세로 지키는 야구가 가능하다.

이런 박준태가 간혹 눈에 띌 때도 있다. 4일 수원 KT전이 대표적이다. 7-6으로 앞선 9회초 무사 1,2루서 페이크 번트&슬러시를 해냈다. KT 1,3루수가 번트에 대비, 바짝 다가오자 2B서 타격 자세로 돌변, 1루수 키를 원 바운드로 넘어가는 1타점 2루타를 날렸다. KT 추격의지를 끊는 결정적 한 방이었다.

손 감독은 "지시했다. 준태가 번트를 잘 대는데 그 상황서 더 정확하게 대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을 것이다. 부담이 될 것 같아 오히려 공격을 하라고 했다. 경기 후 준태도 치고 싶었다고 했다"라고 했다.

KT 1,3루수가 바짝 앞으로 당긴 건 흐름상 반드시 추가진루를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손 감독은 "주자가 발이 빠르지 않았다. 준태가 더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손 감독은 박준태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 박준태는 과감한 타격으로 오랜만에 공격에서 보탬이 됐다. 이날 후반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이었다.

손 감독은 "타격이 좋지 않을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을 보는 개수가 많으면서도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범타나 아웃이 되더라도 활약은 충분하다"라고 했다. 화려한 팀에도 화려하지 않은 선수는 반드시 필요하다. 박준태가 그렇다.

[박준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