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유나이티드, '수트라이커' 임동혁 승부수 통했다

[마이데일리 = 김종국 기자]제주유나이티드가 극적인 반전드라마를 연출하며 FA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 중심에는 중앙수비수에서 ‘수트라이커’(수비수+스트라이커 합성어)로 변신한 임동혁의 활약이 있었다.

제주는 지난 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이랜드FC와의 2020 하나은행 FA컵 3라운드에서 3-2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FA컵 16강행 티켓을 차지했다. 쉽지 않은 승부였다. 김진환과 원기종에게 연속골을 허용한 데 이어 페널티킥까지 내주며 패색이 짙어졌다. 하지만 키커로 나선 손석용이 실축을 범했고 이후 승리의 여신은 제주 쪽으로 서서히 미소짓기 시작했다.

반전의 불씨를 지핀 주인공은 임동혁이었다. 남기일 감독은 후반 4분 중앙미드필더 이동희를 빼고 중앙수비수 김승우를 교체 출전시켰다. 김승우가 임동혁을 대신해 포백라인에 배치됐고, 임동혁은 최전방 공격수로 올라섰다. 압도적인 제공권(190cm, 78kg)과 함께 프로통산 7골 2어시스트를 기록했던 임동혁의 잠재된 공격 본능을 활용하고자 하는 남기일 감독의 승부수였다. 실제 이날 경기 전 훈련에서도 임동혁은 만약을 대비해 공격수 훈련을 받기도 했다.

'수트라이커'로 변신한 임동혁은 상대 수비의 집중견제에도 포기를 몰랐다. 후반전 추가시간 강윤성이 올려준 크로스를 다이빙 헤더로 마무리하며 만회골을 터트렸다. 후반전 종료직전 터진 공민현의 극적인 동점골에 힘입어 이어진 연장전에서도 임동혁의 활약은 눈부셨다. 연장 후반 11분 골문 앞 혼전 상황에서 무리한 슈팅 대신 침착하게 왼발로 정조국에게 패스를 연결했고 역전골까지 견인했다.

경기 후 남기일 감독은 "임동혁은 득점 감각이 있는 중앙수비수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새로운 옵션이 될 수 있을거라 봤고 훈련에서도 임동혁을 공격적으로 배치하기도 했다. 워낙 제공권이 좋은 선수라서 시간이 갈수록 상대에게 큰 부담이 됐으리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서 고맙다. 그렇기에 장점이 경기장에서 나오는 것 같다. 오늘 임동혁이 보여줬듯이 모두가 노력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정말 긍정적인 부분이다"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임동혁은 "'수트라이커'라는 말을 들으니 기분은 좋지만 내가 잘 넣었다기 보다는 운이 좋았다. 신장의 유리함도 있지만 우리 공격수들이 위에서 잘 해주기 때문에 공격가담시 더 힘을 받는 부분이 있다. 홈에서는 절대 질 생각이 없다. 무엇보다 제주가 홈에서 지지 않고 상승세를 탈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 개인적으로는 골도 좋지만 수비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앞으로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 제주유나이티드 제공]

김종국 기자 calci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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