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워드:단 하루의 기적’,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며 삶은 전진한다[곽명동의 씨네톡]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픽사 영화 22편 가운데, 사후세계와 관련된 영화는 ‘코코’와 ‘온워드:단 하루의 기적’ 두 편이다. ‘코코’는 음악을 사랑하는 소년 미구엘이 우연히 죽은 자들의 세상으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황홀하고 기묘한 여정을 담았다. 이 영화가 주인공이 사후세계로 직접 들어가는 설정이라면, ‘온워드:단 하루의 기적’은 형제가 사후세계의 아버지를 현실세계로 불러내 단 하루 동안 소통하기 위해 애를 쓰는 이야기다.

마법이 사라진 세상에 살고 있는 취향과 성격 모두 정반대의 철든 동생 이안(톰 홀랜드)과 의욕충만 형 발리(크리스 프랫). 이안은 태어나서 얼굴도 본 적 없는 아빠를 그리워하던 중, 서프라이즈 생일 선물로 아빠의 마법 지팡이를 받게 된다. 그러나 실수로, 아빠의 반쪽만 소환시키는 위기가 발생한다. 형제는 완벽한 모습의 아빠를 찾기 위해 마법으로 절벽을 건너고, 까마귀 봉우리의 힌트를 따라 관문을 통과하지만 서로 다른 성격으로 사사건건 부딪힌다.

‘온워드’는 픽사영화답게 독특한 설정 만큼이나 볼거리도 다양하다. 아버지의 반쪽을 온전하게 돌려놓을 수 있는 보석을 찾기위해 길을 떠나는데, 이 과정에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흥미진진한 모험이 쉴 새 없이 펼쳐진다. 위험과 안전이라는 두 형제의 극과 극 성향이 부딪히는 갈등 속에 아버지의 온전한 모습을 되살리려는 프로젝트는 예기치 않은 저주까지 등장하며 점차 위기로 치닫는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마법의 역사와 주문을 줄줄 외우고 있는 형 발리가 아니라, 마법의 세계에 큰 관심이 없는 동생 이안에게 마법의 지팡이가 주어진다는 것. 이안은 형의 도움을 얻어 내면의 용기와 잠재력을 드러내고, 형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언제나 좌충우돌하고 비합리적인 행동만 일삼던 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이안은 모험의 끝에 이르러 형이 아버지 같은 존재였음을 깨닫는다.

그렇다면, 이안이 단 하루의 기적같은 마법을 통해 그토록 듣고 싶어했던 아버지의 말은 무엇이었을까. ‘코코’에선 딸 코코에게 끝내 전하지 못한 아버지 헥토르의 마음을 증손자 미구엘이 ‘리멤버 미’라는 노래로 들려준다. ‘온워드’는 어떨까. 마침내 상반신까지 완성된 아버지는 발리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건네고, 형은 동생에게 아버지의 말을 전해준다. 왜 이안은 아버지의 말을 직접 듣지 못했을까.

‘코코’와 ‘온워드’의 공통점은 누군가를 통해서 아버지의 진심을 알게된다는 것. ‘코코’의 전령사는 증손자 미구엘이었고, ‘온워드’의 메신저는 형 발리였다. 코코와 이안은 갓난아기였을 때 아버지와 헤어졌다. 따라서 아버지에 대한 직접적인 기억이 없다. 기억이 없으므로 둘 사이를 이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미구엘은 저승에서 고조 할아버지 헥토르를 만났고, 발리는 아버지와의 추억이 조금은 남아 있었다.

사후세계를 여행하든, 망자를 다시 불러내든 ‘코코’와 ‘온워드’가 진정 전하고 싶은 말은 “사랑한다”는 진심이다. 그 말을 들어보지 못한 자식은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으며(‘코코’), 나약하고 소심하게 성장했다(‘온워드’). 미구엘과 발리가 하늘나라에 있는 아버지의 진심을 전해줬을 때, 코코는 미소를 되찾았고 이안 역시 한층 밝아졌다. 아버지의 사랑은 저승과 이승을 가로질러 전달된다.

떠나간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며 삶은 전진(Onward)한다.

[사진 = 디즈니 픽사]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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