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맹타' 슬로우스타터 오재일의 반전 "홈런 욕심 버렸다" [MD스토리]

[마이데일리 = 수원 이후광 기자] 이제는 더 이상 슬로우스타터가 아니다. 시작부터 감을 잡고 두산 타선을 이끌고 있는 오재일이다.

오재일은 최근 3시즌 연속 초반 극심한 부진을 겪다 날씨가 더워지는 6~7월부터 타격감을 찾았다. 2017시즌 6월 중반이 돼서야 타율 .250을 넘겼고 2018시즌은 7월까지 타율이 .237에 머물렀다. 지난 시즌 역시 5월까지 타율 .225에 그쳤지만 6월에만 .338를 몰아치며 감을 잡았다. 여기에 지난 시즌 바뀐 공인구의 직격탄까지 맞으며 홈런(27개→21개), 장타율(.539→.495)이 모두 이전보다 하락했다.

슬로우스타터, 공인구 대응 등 과제가 산적한 2020 스프링캠프였다. 지난 봄 일본 미야자키에서 만난 오재일은 “처음 개막할 때 아무래도 기대가 커서 부담이 된다. 넘어갈 타구가 잡히며 멘탈도 한동안 흔들렸다”며 기술 훈련과 함께 심리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썼다. 그는 “홈런 목표도 낮출 필요가 있다”며 3할 타율, 30홈런 등 구체적인 목표보다는 가벼운 스윙을 통해 꾸준히 감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올 시즌 슬로우스타터라는 인식을 없애는 데 성공했다. 3일까지 오재일의 시즌 성적은 19경기 타율 .375 3홈런 15타점 OPS 1.041로 수준급이다. 개막 첫 달 월간 타율 3할을 넘긴 건 2016시즌 이후 4시즌 만. 물론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개막이 늦어진 부분도 영향을 받았겠지만 캠프부터 멘탈 관리를 하며 초반 부담을 덜어낸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전날 수원 KT전에 앞서 직접 오재일을 취재진 앞에 불러 비결을 들었다. 오재일은 “이제 시즌이 시작된 거라 타율이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다”면서도 “이전에는 홈런을 많이 치려고 욕심을 부렸다면 이젠 홈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도 매 시즌 고민이었던 오재일의 초반 부진이 해결되자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 감독은 “가볍게 친다. 이제는 힘을 빼고 치는 컨트롤이 가능해졌다”고 오재일의 발전에 미소를 보였다.

[오재일.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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