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노블의 걸작 ‘브이 포 벤데타’, 30주년 기념 특별 에디션 출간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영화로도 많은 사랑을 받은 그래픽노블의 걸작 ‘브이 포 벤데타’ 30주년 기념 특별 에디션이 최근 출간됐다.

‘브이 포 벤데타’는 ‘그래픽 노블’의 명작으로 꼽히며 오랜 시간 사랑받아왔다. 2005년에는 제임스 맥티그 감독의 영화로 인기를 끌었고, 특유의 문학성을 인정받아 2019년 영국의 국영방송 BBC가 발표한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 100권’에 오르기도 했다.

시공그래픽노블은 2018년 미국에서 이 걸작의 탄생 30주년을 기념하며 출간됐던 특별 에디션의 한국어판을 출간했다. 2009년 국내에 소개됐던 기존 도서의 번역을 다시 다듬었고, 앨런 무어와 데이비드 로이드가 쓴 서문을 추가했다. 그밖에 무어가 쓴 작품 탄생에 얽힌 비화 ‘그려진 미소의 이면’과 로이드가 해설한 스케치북 섹션도 덧붙였다.

한층 더 고급스럽게 재탄생한 ‘브이 포 벤데타’ 30주년 기념 에디션은 그래픽 노블을 사랑하는 팬은 물론, 자유와 신념·국가와 개인·혁명과 해방이라는 유구한 주제에 관심을 갖는 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로 평가 받는다.

작품 속 ‘브이’가 쓴 가면은 가이 포크스(Guy Fawkes, 1570~1606)라는 실존 인물의 얼굴을 본 딴 것이다. 1605년 영국 국왕 제임스 1세의 종교정책에 불만을 품은 그는 화약 폭탄 테러를 계획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이후 영국 국민들은 매년 가이 포크스가 체포된 11월 5일, 국왕의 무사함을 축하하고 다시는 테러가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의미에서 괴상하게 만든 그의 가면을 불태우는 축제를 벌였다.

이처럼 가이 포크스의 얼굴은 처음부터 ‘혁명의 미소’가 아니었다. 테러범을 조롱하기 위한 가면이 혁명과 저항의 아이콘이 된 것은 오롯이 ‘브이 포 벤데타’의 영향이다. 작품의 인기가 커지자 전 세계 시위자들이 혁명가 ‘브이’를 자처하며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해커 집단인 ‘어나니머스(Anonymous)’는 이 가면을 자신들의 상징으로 삼고 있다. ‘브이 포 벤데타’의 본고장인 영국에서는 2009년 5월 23일, ‘브이’의 복장을 한 시위대가 영국 외무부의 비용 지출 문제를 항의하기 위해 국회의사당 밖에서 가짜 화약통을 폭파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2011년 월스트리트 시위와 이집트 혁명, 2014년 홍콩 우산혁명과 2018년 국내 대한항공 직원 시위, 2019년 홍콩 시위 등 각종 시위 현장에서도 ‘브이’의 가면은 빠지지 않고 나타났다. 결국 이 가면은 아마존닷컴에서 연간 수십만 장 이상 팔리는 스테디셀러로 등극했다.

그 스스로도 아나키스트인 작가 무어는 이런 현상을 기뻐했다. 월스트리트 시위가 있던 해, 그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30년 전 내가 만들어낸 캐릭터가 소설의 영역에서 탈출한 것만 같다”고 말했다.

[사진 = 시공그래픽노블]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