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키움 불펜, 손혁 감독의 시련 "조급해지지 말자"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조급해지지 말자."

키움 히어로즈는 2019년 KBO리그 최고의 불펜을 구축했다. 조상우를 축으로 오주원, 김상수, 한현희, 이영준, 양현 등이 두꺼운 벽을 쌓았다. 포스트시즌서 조상우를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순간에 쓰면서 마무리 오주원의 가치도 높인 장정석 전 감독의 전략이 호평을 받았다.

'투수이론의 대가' 손혁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기본적으로 지난해 필승계투조 멤버들을 활용하면서, 플랜B를 위해 김재웅, 임규빈 등 뉴페이스들을 적극 발굴하는 것 자체는 좋았다. 그러나 막상 시즌 뚜껑을 열어보니 키움 불펜은 작년과 딴 판이다. 많이 불안하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키움 선발투수의 퀵후크는 롯데 자이언츠와 함께 8회로 가장 많다. 그러나 정작 불펜 평균자책점은 5.11로 4위다. 이영준(11G, 7.56), 김상수(10G, 10.27), 오주원(10G, 9.00), 김재웅(10G, 5.59), 임규빈(9G, 4.50), 김성민(7G, 9.45), 양현(8G, 6.14) 등 평균자책점 5점대 이상이 다수다. 결국 양현을 시작으로 오주원, 김상수가 2군으로 내려갔다.

마무리 조상우(7G, 0)와 김태훈(8G, 1.20)을 제외하면 믿을 카드가 없다. 김태훈은 롱릴리프와 임시선발로 출발했지만, 메인 셋업맨으로 격상했다. 시즌 초반부터 세부 보직이 바뀐 투수가 있다는 건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현 시점에선 마무리 조상우에게 연결할 김태훈을 이영준, 임규빈, 김재웅, 김성민이 적절히 도와야 한다.

올 시즌 12패 중 적지 않은 경기의 패턴은 이랬다. 박빙서 올라온 투수가 흔들리거나 얻어맞으면서 1차적으로 흐름이 넘어간다. 그 위기서 올라오는 투수가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승계주자들의 득점을 막지 못하면서 승기를 건넨다.

선발투수가 퀄리티스타트를 한 뒤 2~3이닝을 2~3명의 불펜투수가 1이닝씩 깔끔하게 막고 이긴 경기가 많지 않다. 여기에 일부 주축타자들과 4선발 이승호의 페이스가 좋지 않다. 제이크 브리검은 팔꿈치 염증으로 앞으로 2주 이상 더 이탈한다. 예년과 달리 실책도 많다. 결국 우승후보라던 팀이 5할 승률로 5월을 마쳤다.

손혁 감독이 1년차 시즌에 시행착오, 성장통을 겪는다. 투수 개개인의 기술적, 정신적 관리와 어드바이스의 대가이지만, 실전 기용 및 교체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손 감독은 지난달 29일 고척 KT전을 앞두고 "가장 힘든 게 조급해지는 것이다. 투수교체가 어려운 것 같다. 교체해서 안 좋은 상황이 많이 나오는데 '이렇게도 안 맞을 수 있나' 싶다"라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의연했다. "경기 전에는 '느긋하게 하자, 조급해지지 말자'라고 생각하는데 막상 경기 도중에선 조급한 느낌이 있다. 처음 하면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사람에게 시련은 있다고 생각한다. 시련을 통해 더 좋아질 것이다"라고 했다.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 뿐이다. 손 감독은 "선수들이 더 도와주려고 한다. 김하성이나 이정후가 '이제 20경기 했는데 걱정 안 해도 됩니다'라며 위로 한다. 선수들이 편하게 해주니 더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제 선수들과 미팅도 하려고 한다. 연습경기 때처럼 재미 있게 하자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 선수들은 전부 좋은 선수들이다"라고 했다.

타 구단 감독들에게도 서슴없이 조언을 구한다. 손 감독은 "부산에서 허문회 감독님을 만나서 우리 팀에 계실 때 마운드 운영을 어떻게 했는지도 물어봤다. KT 이강철 감독님은 예전에 2년간 함께 있었다. 요즘 시대에는 모방도 하고 자기 것으로 변형할 것은 해야 한다. 누구나 배우면서 성장한다"라고 했다.

손 감독은 당분간 김태훈과 조상우를 축으로 필승계투조를 운용한다. 부진한 투수들도 덜 중요한 상황서 적절히 기용, 관리하려고 한다. 만약 김태훈이나 조상우마저 무너지는 경기가 나오면 데미지가 클 수밖에 없다.

한편, 셋업맨으로 준비 중인 안우진은 허리 통증으로 시즌 준비속도가 다소 늦다. 손 감독은 "복귀시점은 빨라야 6월 말에서 7월 초"라고 했다. 안우진이 정상적으로 가세하면 불펜 정비를 기대할 수 있다.

[키움 손혁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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