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열 "'침입자', 코로나19로 멀어진 심리적 거리 좁혀줄 수 있길"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대중이 배우에게 바라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 저는 늘 그걸 깨부수고 나아가겠다"

배우 김무열(39)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침입자'(감독 손원평) 홍보차 인터뷰를 진행, 영화와 관련한 각종 이야기를 공개했다.

'침입자'는 실종됐던 동생 유진이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뒤 가족들이 조금씩 변해가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오빠 서진이 동생의 비밀을 쫓다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소설 '아몬드'를 집필했던 베스트셀러 작가 손원평 감독의 첫 상업영화 연출작이다. 영화는 낯선 가족의 등장으로 편안해야 할 일상이 한순간에 비틀어지는 균열의 과정을 긴장감 있게 그려냈다. 쫀쫀한 서스펜스는 국내 스릴러 영화를 기다렸던 예비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침입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얼어붙었던 국내 극장가를 녹일 첫 상업영화. 두 번의 개봉 연기 끝에 관객들 앞에 나서게 된 '침입자'가 코로나19를 뚫고 극장을 정상화시킬 수 있을지, 영화계 안팎으로 다양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가운데, '기억의 밤', '악인전' 등의 스릴러부터 '정직한 후보'라는 코미디 장르까지 섭렵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한 김무열이 극을 주도한다. 그는 유진(송지효)을 의심하며 정체를 파헤치는 오빠 서진을 연기, 예민한 감정 표현부터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했다.

이날 오랜만에 기자들과 만난 김무열은 "촬영한지 좀 됐다. 오래 준비 기간을 거쳤는데 안타깝다. 지금은 모두의 건강과 안전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 그것에 더 신경을 쓰면서 준비하고 있다. 안타까운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거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무열은 "개봉일이 밀린 것보다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지 않을까 싶은 기대, 안 좋아졌을 때의 걱정이 더 컸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그걸 먼저 생각하게 됐다.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빨리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해결되는 기미가 보여서 관객 분들이 극장에서 마음껏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며 "배우로서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거리가 멀어지고 있지만, 인간과 인간이 멀어지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 제 욕심 같아서는 저희 영화와 다른 좋은 영화들이 나와서 그렇게 되면 좋겠다" 조심스레 말했다.

상업영화 메가폰은 처음 잡은 손원평 감독에 대해 김무열은 "감독님에 대한 사전 정보는 없었다. 작품 제의를 받았을 때, 감독님이 본인의 책 '아몬드'를 선물해주셨다. 그 전에 연출하셨던 영화 '인간적으로 정이 안 가는 인간'도 봤다. 좋은 인상을 받아서 작품 선택하는 데 많은 영향을 받았다"며 "'아몬드'라는 책이 읽기 좋았다. 장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볼 수 있었다. 속도감도 있었고, 캐릭터도 아주 매력 있었다. 본인만의 세계가 분명히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주셨다. 제가 놓치게 되는 부분까지 캐치를 해주셨다. 이야기의 무드나 톤을 짚고 계셔서 제가 그 안에 맞춰가는 것도 즐거운 일이자 힘들었던 일이다. 작가시다 보니까 본인의 세계관이 확실했다"며 "극중 약에 취한 것도, 오래 취해있다. 그래서 어느 시점에서 심각하게 취해야하는지, 그 단계에 대해 감독님이 디렉션을 주셨다. 저는 연기로 보여드리면서 선택을 했었다. 전 장면에서는 눈 뒤집히는 걸 했으니, 그거 말고는 없는지 물어보셨다. 반복되는 걸 피하려고 했었는데 그게 재밌었다"고 말했다.

특히 영화 내에서 종교 소재가 등장하는 것을 두고는 "사실 걱정되는 부분도 있고, 좋았던 것도 있었다. 놀랐던 건, 종교 문제였다. 그 부분이 저는 가장 걱정이 됐다. 이 부분에서 서스펜스가 해체가 되기 시작하는데, 종교라는 소재가 너무 강력하지 않을까 싶었다. 강력함이 관객들에게 반감의 효과를 주지 않을까 걱정했다. 너무나 영화적 설정이지 않을까 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비슷한 일이 현실에서 나타나지 않았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세상을 살고 있었다.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허무맹랑한 상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도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예민한 인물 소화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냐는 물음에는 "연기를 하면 자연스레 공부가 된다. 심리학에 대해서 공부를 하게 되지 않겠나.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게 아니다. 이전에 트라우마를 겪는 캐릭터를 연기하게 돼 관련된 책을 읽고 하다 보니 그 데이터들이 이번에도 도움이 됐다. 같은 트라우마이지만 상황과 인간은 다르다. 그걸 바라보는 의사의 입장과 코멘트도 자연스레 공부하게 됐다. 이번 캐릭터는 특이했던 게, 제가 아버지 역할은 처음 해봤다. 또 딸을 가진 부성애 연기는 처음이다. 주변에 자녀를 가지신 분들에게 묻기도 하고 친한 배우들을 유심히 지켜보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그는 "실제로 아역배우인 민아가 너무 활발하고 귀엽다. 아이를 사랑하고 아끼는 감정은 노력하지 않아서 현장에서 절로 나왔다. 아직 그런 계획은 세워보지 않았다. 너무 할 게 많아서 생각을 못했다"라며 "아빠 역할이 부담스럽다기보다는 제가 연기하지 않았던 역할을 하게 될 수 있어서 좋았다. 배우는 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해나가야 하는 게 숙제이지 않나. 그냥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기분 좋게 연기했다. 선배들이 밟아온 길이 있다. 어느 순간 배우가 아빠 역할을 하게 되고, 할아버지 역할을 하는 단계가 있다. 저도 '그런 계단에 올라섰구나' 체감하게 됐다. 더 넓은 장이 열리는 거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진짜 스릴러 장인은 (송)지효 누나"라며 상대 배우인 송지효를 연신 치켜세우던 김무열은 극중 송지효와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던 순간을 떠올리며 비화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제가 목을 졸랐어야 했는데, 누나가 저보고 편안하게 하라고 해주셨다. 실제로 지효 누나가 몸치 같은 걸로 유명하지 않나. 그런데 액션을 엄청 잘한다. 리액션이 굉장히 어려운 건데, 제가 공격하면 잘 받아주더라. 해보면 안다. 이 사람이 액션 연기를 할 줄 아는지, 모르는지 느껴진다. 그런데 정말 잘하더라. 제가 오히려 힘을 덜 써도 받는 연기를 크고 격하게 해준다. 목 조르는 것도 제가 세게 안 졸랐다. 그런데 이마에 Y자 핏줄이 서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제가 도움을 오히려 받았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한편, 다양한 장르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김무열은 '고생 전문 배우'라는 말에 웃음을 짓더니 "몸을 안 쓰고 새로운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거 같다. 전문용어로 '꿀 빤다'라고 한다. 하지만 고생은 다른 배우 분들도 다들 하고 계신다. 제가 하는 일이 그거다. 이제 고생스럽다고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이번에도 '침입자' 때에 비하면 10kg 이상을 찌우고 촬영하고 있다. 주변에서 다들 힘들면 어떻게 하냐고 묻는데, 이게 내가 하는 일이지 않나. 내 삶의 일부다. 그냥 받아들이고 하고 있다. 연기라는 게 점점 더 업이 되어가는 거 같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모든 부문에서 잘해야 하는 건, 배우들이 해야 할 일이고 동시에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대중이 배우에게 바라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 저는 늘 그걸 깨부수고 나아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침입자'는 오는 6월 4일 개봉한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