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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 손원평 감독 "영화인 그리고 소설가…오가며 에너지 느껴요" [MD인터뷰](종합)
20-05-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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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있습니다.

"영화인? 소설가? 제 정체성은 둘 다죠."

손원평 감독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 영화 '침입자'와 관련한 여러 이야기를 풀어놨다. '침입자'는 실종됐던 동생 유진(송지효)이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뒤 가족들이 조금씩 변해가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오빠 서진(김무열)이 동생의 비밀을 쫓다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로, 손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대중에게는 장편 소설 '아몬드'(2017)의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손 감독의 뿌리는 영화인이다. 단편영화 '인간적으로 정이 안 가는 인간'(2005), '너의 의미'(2007), '좋은 이웃'(2011) 등의 연출과 각본을 맡으며 꾸준히 내공을 쌓았고, 필력을 인정받아 소설 '서른의 반격'(2017), '4월의 눈'(2018) 등을 집필했다. 2016년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2017년 제주 4.3 평화문학상 소설 부문 등의 트로피를 거머쥘 정도로 문학계에서도 활약 중이다.

영화인이라는 성질을 잊지 않고 살아왔던 그는 마침내 '침입자'의 연출자로 대중 앞에 서게 됐다. 치밀한 서스펜스와 세심한 심리 묘사 덕에 손 감독이 그려내고자 했던 '가족 스릴러' 테마가 긴장감 있게 필름에 담겼다. 낯선 인물이 보편적으로 익숙한 공간인 '집'에 침투하면서 벌어지는 기묘한 사건들은 현실과 그 밖의 경계를 넘나들며 서늘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배우 송지효와 김무열의 얼굴을 영리하게 활용한 덕에 스릴러의 맛은 더욱 쫀쫀해졌다.


지난 2012년부터 '침입자' 초고를 쓰기 시작했다는 손 감독은 "당시 아이를 낳고 새로 가족을 맞이하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됐다. 그 때 들었던 생각을 다양한 장르의 글로 표현하고 싶었다. 소설, 시나리오, 동화 등 절박하게 글을 쓰던 시기였다. 영화는 늘 하고 있었고, 소설 '아몬드'와 '침입자'도 그것들 중 하나다. 보편적으로 익숙한 것에서부터 시작을 해야 공포가 극대화될 것 같았다. '나의 기대와는 다른 가족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출발 계기를 밝혔다.

고민의 결론은 일부러 내리지 않았다. 그는 "저는 원래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늘 질문만 있다. 결론이 있으면 이야기를 쓰지 않을 것 같다. 결론이 있으면 논설문을 쓸 거다. 제 질문을 관객들과 생각을 나눌 수 있고 싶다"며 "스릴러 장르를 택한 이유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스릴러에 담아야 더욱 유용할 거라고 생각해서다. '아몬드'는 따뜻하게 전개되는 편인데, '침입자'는 서늘한 시선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상업영화로 매력적인 이야기를 완성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8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난 '침입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지면서 개봉을 두 차례나 연기했다. 고심 끝에 내달 4일 개봉일을 확정했고, 코로나19 진행 중 개봉하는 첫 상업영화라는 기대 섞인 부담감까지 안게 됐다.

- 우여곡절 끝에 시사회를 열었고, 개봉을 앞뒀다.
"영화 자체에 대한 느낌보다는, 그저 이 상황이 감개무량하고 얼떨떨하다. 낯설고 떨린다. 언론 시사회 때 기자님들이 한 칸씩 띄어 앉아있는 걸 보는데 체스판의 말과 같았다. 굉장히 이질적이었고 이 시대의 새로운 풍경이었다. 모두가 한 마음이다. 한국영화 산업이 서로를 응원하고 있고, 그걸 느끼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첫 상업영화라 어깨가 무겁긴 하지만 저 혼자가 아니라 든든하다. 영화의 성패를 떠나서 하나의 첫 발걸음을 내딛는 영화다. 오랜 시간 극장으로 향하는 관객들의 발걸음이 끊겼는데 그 발걸음을 다시 견인할 수 있는 선례가 되면 좋겠다."

-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데뷔가 더 늦어진 것에 대한 조바심은 없었나.
"영화를 찍는 그 과정 자체가 힘들었다. 그래서 완성하고 극장에 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으로 느낀다. 관객에게 어떤 형태로든 다가갈 수 있는 게 소중한 것 아닌가. (흥행 등) 솔직히 더 바랄 수는 있지만 지금의 시국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어서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 극중 서진의 직업을 건축가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건축가는 집이라는 공간을 짓는다. 그리고 그 집 안에는 가족이 산다. '가족'이 사는 '공간'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직업이다. 하지만 정작 서진은 가족과 트러블도 많고, 자신의 집에 대해 이질적인 감정을 느끼는 캐릭터다. 아내의 일로 자신이 부합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율배반적인 공황을 갖기도 한다..그런 아이러니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 영화에서는 편집된 부분이 있는데, 과거의 동생 방을 현재 집에 떼어 붙이는 설정이 있었다. 자신이 설계한 집에 살면서, 동생의 방을 비밀스레 보존한다는 거다. 사족 같아서 덜어냈다."

- 잃어버린 동생을 찾기 위해 어린 시절 집을 그대로 설계해 짓기까지 한 서진인데, 유진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경계가 지나치다. 이유가 있나.
"자신 때문에 동생을 잃었다고 생각해서가 아닐까. 서진이 유진의 손을 놓쳐 실종됐으니. 부모는 부모의 마음으로 자식을 그리워하겠지만, 서진에게는 다를 수 있다. 또 자기가 생각한 동생의 모습이 아닌 것 같고, 아내의 죽음으로 압박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 낯설었던 듯 하다."


- 결말에서 사건은 매듭지어졌다. 하지만 유진의 정체는 숨겼다. 진실은 무엇인가.
"저도 그 답을 모르고 썼다. (송)지효 씨가 저보고 '끝까지 말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걸 몰라야 연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그 말을 해줘서 굉장히 기뻤다. 제가 생각했던 걸 그녀가 그대로 생각한 것이다. 의도가 잘 전달된 느낌이다. 동생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서진은 그냥 가치관이 다른 낯선 존재를 받아들일 수 없던 거다."

- 극중 유진이 저지르는 악행들이 너무나 손쉽게 진행되고, 우연에 의존한다는 인상도 받았다.
"그래서 '오래된 건물에는 CCTV가 없다'는 식의 대사를 넣었던 거다. 스릴러 장르의 특성을 이해해주면 좋겠다. 유진이 분위기를 장악해가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도우미는 그녀가 살해한 게 아니다. 서진의 집으로 보내놓고, 유진의 하수인이 살해한 것으로 논의가 됐다."

- 영화 후반부에 사이비 종교 소재를 가미한 이유는 무엇인가. 캐릭터 설정을 다르게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가족이라는 개념이 희한하다. 1인 가구도 많아지고 해체되면서 형태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하지만 가족은 언제나 회귀해야 할 따뜻한 존재로 여겨진다. 그게 신기하게 느껴지더라. 믿기로 작정하면 믿게 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 믿음이 무엇일지 생각을 하다 보니 사이비가 떠올랐다. 사이비도 이상한 믿음이다. 믿기로 생각하면 그 안에선 가족이 된다. 그 두 개를 등치시키고 싶었다."


- 영화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화자는 김무열이지만 핵심은 결국 송지효라고 본다. 반가운 변신이었다.
"저는 TV를 잘 안 봐서 '런닝맨'도 매주 보지 않는다. (송)지효 씨가 예전에 '여고괴담3'에서 스무 살에 데뷔를 했는데, 그 때의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오히려 TV에 나와서 밝게 하고 있어서 그게 낯설었다. 그 어린 나이에 '여고괴담3'을 한 배우다. 그늘진 마스크와 묘한 느낌이 있다. 송지효 안에 있는 재료다. 예능 이미지로 가려졌을 뿐. 그걸 다시 끌어내고 싶었다. 관객들에게 보여주면 신선한 즐거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본인도 굉장히 의욕적으로 임했다. 계속 이끌어가는 서진 캐릭터와 달리 특정 시점마다 등장하는 유진 캐릭터라 표현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너무 잘 해줬다."

- 하지만 송지효 씨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본인의 연기를 두고 아쉽다고 표현했는데.
"저는 칭찬해주고 싶다. 연기자로서 스스로 아쉬움이 남을 수는 있지만 저는 좋았다. 현장에서도 자신을 많이 의심했고, '감독님이 원하는 게 진짜 맞냐'고도 묻더라. 저는 '맞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고맙다고 하고 싶다. '침입자'를 통해 지효 씨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확장시켜서 더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 '아몬드'가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이 때문에 영화인으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린 적은 없었나.
"전혀. '아몬드'가 당선됐을 때도 '침입자'를 계속 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 처음 가진 꿈이 작가라, 소설 습작을 신춘문예에 매년 냈지만 안 된 적이 많다. 아이를 낳은 뒤에는 뭘 할 수가 없으니까 소설 작업에 매진했다. 당선도 바로 그 해에 된 게 아니라 3년 뒤에 당선됐다. 그 땐 이미 '침입자' 제작지원 등을 받고 있을 때의 시기다. 제 정체성은 영화인, 소설가 두 가지 모두다.

사실 소설가와 영화감독은 쓰는 방식이 다르지만 비슷하다. 서사 구조 안에서의 이야기를 글로 쓴다는 건 같지 않나. 대신 소설은 혼자 하고 끝나고, 영화는 여러 명이 모인다. 영화를 하면,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니 지치기도 한다. 그런 고갈된 마음은 소설로 푼다. 소설을 할 때의 외로운 마음은 또 영화로 가서 에너지를 받는다. 협업, 수용, 대화 등의 과정의 복합물이라 힘들긴 하지만 그 안에서 징글맞은 보람이 느껴질 때가 있다."

- 도전하고 싶은 다른 장르는.
"액션과 전쟁 영화 빼고 다 하고 싶다. 영화 시장 판도가 너무 바뀌었다. 대중에게 제공되는 채널도 너무 다양해졌다. 이 시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할지 고민해야 한다. 어떤 장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늘 재밌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스토리텔러가 되고 싶다. 재미 안에서 최소한의 이야깃거리를 던져주고, 환기할 수 있는 화제가 담긴 영화를 하고 싶다. 상업영화로 주제를 주기란 어렵지만, 최소한으로라도 담고 싶다. 또 작가로서는 더 자유롭게 쓸 수 있으니까."

- 시국이 시국이지만, 흥행에 대한 기대감은.
"너무 조심스럽다. 저는 제 할 일을 다 했다. 그저 관객 분들이 안전하게 관람을 하셨으면 한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극장을 찾는 분들에게 잠깐이라도 즐거운 경험을 안겨드리고 싶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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