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정찬헌, 무려 12년이 걸린 12연패 터널 탈출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대전 윤욱재 기자] 무려 12년이라는 세월이 지나서야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LG 우완투수 정찬헌(30)의 이야기다. 정찬헌은 2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벌어진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한화와의 시즌 2차전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지난 해 허리 수술을 받았던 정찬헌은 올 시즌 선발투수로 변신했다. 수술 후 첫 시즌이라 연투가 몸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선발 변신을 꾀했다. 현재 '루키' 이민호와 함께 선발 한 자리를 돌아가면서 나오고 있다. 이날 경기는 지난 16일 잠실 키움전 이후 첫 등판이었다.

출발은 상쾌하지 못했다. 1회말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정은원에게 초구 141km 직구를 던진 것이 한복판에 몰리면서 우월 솔로홈런을 맞은 것이다.

그러자 동료들이 지원사격을 했다. 2회초 로베르토 라모스의 홈런으로 가볍게 1-1 동점을 만든 LG는 박용택의 우전 적시타, 유강남의 우월 2점홈런, 김현수의 우전 적시 2루타 등을 묶어 5-1로 달아났다. 정찬헌의 어깨도 한결 가벼워졌다.

4회말에는 선두타자 정진호를 2루수 실책으로 1루에 내보냈지만 끄떡 없었다. 이미 LG가 10-1로 리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지환이 연타석 홈런으로 화끈하게 '후원'했다. 정찬헌은 제라드 호잉을 2루수 병살타로 잡고 호투를 이어갔다. 5회말 이해창에 140km 직구를 던져 우월 2점홈런을 맞았지만 대세에 지장은 없었다. 6이닝 5피안타 6탈삼진 3실점 호투. 최고 구속은 144km까지 나왔고 포심 패스트볼, 투심 패스트볼,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 등 구종을 다양하게 활용했다.

LG는 15-4로 승리했고 승리투수에 정찬헌 이름 석자가 새겨졌다. 4390일 만에 찾아온 행복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08년 5월 20일 대구 삼성전에서 7이닝 2피안타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된 뒤 처음으로 선발승을 따낸 것이다.

정찬헌은 2008년 5월 25일 잠실 KIA전을 시작으로 그해에만 선발 11연패를 당했는데 이후 구원투수로 활약하다 올 시즌 첫 등판인 7일 잠실 두산전에서 4이닝 7피안타 5실점(3자책) 패전으로 선발 12연패가 이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16일 잠실 키움전에서 6이닝 7피안타 3실점 호투로 선발진 안착을 알린 정찬헌은 마침내 한화를 상대로 선발 12연패 사슬을 끊으면서 12년간 이어진 지독한 악연과 이별할 수 있었다.

[정찬헌.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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