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의 축제이야기70] 강원도 ‘문순C의 감자’가 준 착한 영향력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

지금은 전 세계가 코로나19와 전쟁 중이다. 그러다 보니 세계 각국 정상들의 능력을 평가할 때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를 중요한 잣대로 삼고 있다. 현재 한국은 세계가 놀랄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 국민이 정부가 내놓은 코로나19 대응책을 전폭적으로 수용하면서 코로나19와 잘 싸운 결과다. 하지만 긴장의 끈을 한 순간도 놓을 순 없다. 이태원 발 코로나처럼 언제 어디서 다시 바이러스가 스멀스멀 올라와 우리 삶을 잠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건 어렵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이에 세계 언론들은 앞다퉈 전문가의 발언을 대서특필하고 있는데 필자는 특히 전설적인 투자자로 불리는 90세의 노장 ‘조지 소로스’의 말이 귀에 꽂혔다. 그는 거의 일세기에 가까운 세월을 살면서 모든 위기는 다 겪어온 사람이다. 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삶을 완전히 방해했고 우리의 생존을 정말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19가 사람들의 생활을 하나부터 열까지 파괴하고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는 코로나 이전의 상태로는 돌아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필자 역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여긴다. 축제와 대규모 행사와 이벤트 공연, 콘서트 등만을 놓고 볼 때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의 규모와 열기는 이제 그림의 떡이다. 하지만 우리는 벽에 걸어 놓은 액자 속의 떡만을 바라보며 살 수는 없다. 또 다른 살길을 찾아 우리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 이것은 숙명이자 운명이며. 지도자의 능력은 이 변화의 속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코로나19‘와 관광지 함수관계

얼마 전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의미 있는 자료가 발표되었다. 정부가 SK텔레콤의 인구이동 빅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한 자료를 발표했는데 언론에서 눈여겨볼 만한 데이터 몇 개를 추려서 소개했다. 그 중에서도 관심이 집중된 자료는 ‘이동량 데이터’였다. 이동량 데이터 측정 기준은 '본인이 실거주하는 지역을 벗어나 30분 이상 다른 지역을 방문한 경우'인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와 비교한 전체 이동량 추이를 보면 발생 4주차 주말인 2월 29일 이동량이 전년 대비 –41.9%로 가장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제주의 이동량 감소는 절정이던 2월 말에 -53.7%를 기록해 대구보다 컸다. 그 이후로도 회복 속도는 더디었다. 봄 관광 성수기인 4월엔 -57.3%까지 떨어졌다. 강원도 역시 관광업 비중이 큰 지역이라 회복추세가 더뎠다. 황금연휴가 끼어있던 5월 첫째 주 이동량이 -17%로 회복되면서 지난해의 83% 수준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이 추세는 이태원 클럽 발 재확산 사태로 다시 꺾였다. 앞으로 이런 변화는 일상이 될 지도 모른다.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

이태원 클럽 발 재확산 사태로 코로나19가 우리 생활을 어떻게 강타할지 아무도 모른다. 예측 불가의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은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힘일지도 모른다.

강원도 지역축제는 지난 12월부터 반 토막이 났다. 겨울철 이상 고온으로 얼음이 얼지 않으면서 얼음을 컨셉으로 한 축제가 완전히 전멸했다시피 했다. 화천 산천어 축제도 몸살을 앓았다. 개장한 후도 몇 번이나 부침을 겪었다. 얼음이 녹아버리는 바람에 낚시용 인공 부교(浮橋)까지 띄웠으나 코로나19가 또 다시 덮쳐 이중 삼중고를 겪었다. 코로나 19의 타격은 예상보다 컸다. 축제 관련 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문화관광산업 전반이 휘청거렸으며 지역 경제는 무너지고 말았다.

IMF 때도 이렇게 어렵지는 않았다는 볼멘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한번도 겪어 보지 않은 불황 앞에서 다들 불가항력적이라고 낙담을 했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힘으로 어찌해볼 수 없는 속수무책 상대다. 또 코로나19 역시 신종 감염 바이러스라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외출을 자제하는 수 밖에 없다“라는 한탄이 우리 사회를 덮었다.

정부가 코로나 19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하고 있어 조금이나마 힘을 얻었지만 좀처럼 기력회복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든 일어서야 한다며 용을 쓰고 있는 지난 3월, 강원도 도지사가 일을 내고 말았다. 3월 11일 최문순 도지사가 SNS를 통해 ‘감자’ 팔기에 나선 것이다.

‘포켓팅’이라는 신조어를 낳은 강원도 감자

코로나19와의 전쟁 시대. 손자병법이 떠오른다. 손자병법이 나온 때는 중국 춘추전국 시대가 끝난 직후다. 제후들 간의 영토 싸움이 끝나고 나자 ‘손자’가 전쟁에 필요한 모든 전략을 책으로 남긴 게 손자병법이다. 우리는 어려운 일에 봉착했을 때 우스개 소리로 ‘36계 줄행랑”이라는 말을 쓴다.

36계는 전쟁에서 쓸 수 있는 36가지 책략을 말하는데 맨 마지막에 써야할 전술이 “줄행랑, 도망치다”라는 말이다. 이 말은 맨 나중에 써야 할 36번째 책략으로 “상대가 너무 강해서 맞서 싸우기가 어려울 때는 달아나는 것이 가장 나은 계책”이다. 힘이 약할 때는 일단 피했다가 힘을 기른 다음에 다시 싸우는 것이 옳다는 것을 강조한 말인데 코로나19와 전쟁에서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다. 코로나 19와의 전쟁에 필요한 계책 중 필자 김종원이 발견한 대목은 다름 아닌 <변화>였다. 강원도 최문순 도지사에게서 그 변화가 보았다

최문순 도지사는 3월 11일부터 감자(10㎏)를 배송비 포함 5,000원에 팔았다. 매일 오전 10시 강원도농수특산물진품센터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강원마트에 물건을 띄웠는데 1분 만에 매진이 되고 말았다. 얼마나 구매 경쟁이 치열했던지 “마스크보다 더 사기 어렵다” “BTS 콘서트 티켓 구하기 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돌았다. 유명가수 콘서트 티겟팅에 빗대 ‘포케팅’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는데 도지사가 직접 SNS 홍보에 나선 덕분이다. 여기에 강원도청이 도비로 배송·포장비와 인력을 전폭 지원해서 손발이 척척 맞아 떨어져 ‘문순C 감자’가 대박행진을 이어갔고, 최문순 도지사는 유명 연예인 못지 않는 완판남으로 등극했다. 완판남으로 등극한 최문순 도지사는 이어서 강원도 특산물인 아스파라거스와 백합 온라인 판매에 돌입했는데 감자 못지않은 성과로 기분 좋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초·중·고교 신학기 개학이 미뤄지면서 갈 곳 잃은 급식용 농산물이 갈 곳을 몰라 방황하고 있을 때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를 보여준 최문순 도지사의 사례는 리더의 변화능력을 보여준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강릉단오제의 의미와 가치

강원도 강릉단오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한민족의 원형질을 담은 성대한 축제다. 매년 강릉단오제가 열릴 때마다 이 시기에 맞춰 한국을 찾는 외국인도 많았다. 그런데 올 강릉단오제는 예년과 달리 진행이 된다. 오는 6월 21∼28일 강원 강릉시 일원에서 강릉단오제 본행사가 열리는데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행사를 대폭 축소하고 온라인 중심으로 진행된다.

1000년의 전통을 잇기 위해 축제를 취소하지 않고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 쌍방향 소통으로 축제를 더 크게 확장했다. 김동찬 강릉 단오제 위원장은 “코로나 19 퇴치 기원을 담은 손님 굿을 통해 코로나19 극복은 물론 전 세계의 평안과 일상 복귀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전할 계획이다.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강릉단오제의 본질을 살리고 해설이 있는 단오굿 실황 중계로 축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또 “시민들이 참여하는 행사의 취지를 적극적으로 살려 나가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로 단오 제례에 사용할 술을 만드는 신주(神酒) 빚기, 대관령 산신제, 단오굿 등 지정 문화재 행사는 관계자 중심으로 최소화해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SNS를 통해 실시간 중계를 하고, 민속 경기, 난장, 길놀이 등은 사전 제작한 영상 송출 등으로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전통연희 한마당과 지역예술인 공연 같은 단오 축하 행사도 온라인으로 만날 수 있다고 보는데 지역축제 총감독 입장에서 볼 때 참 잘했다고 박수를 쳐주고 싶다.

변화의 씨앗이 시급한 지역축제

코로나19 사태로 지역축제가 전멸한 현시점이야말로 축제 재개발의 적기(適期)라고 본다. 지금 새 출발 하지 않으면 전국 지역축제는 저절로 고사(枯死)하고 만다. 축제는 한번 죽으면 되살려내기가 힘들다. 매년 새로운 밑거름과 물을 줘야만 하는 살아 있는 생물이다. 지역축제의 의미와 가치가 얼마나 큰지 안다면 코로나19 현실 탓만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 강원도 강릉단오제를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지속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 한해 멈춘다고 해서 큰일이 날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물론 있다. 하지만 지역축제 총감독 경험으로 볼 때 1년 쉬면 5년 10년을 뒷걸음질 친다.

코로나19 현실을 고려해서 지역축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전략적인 정책과 대응 방안이 마련 되여야만 한다. 이 기회에 축제 패러다임을 전환해 창조력과 상상력으로 발현되는 고품격 지역축제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지역축제가 지역관광과 지역 문화, 지역 경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에서 문화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변화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

필자는 손자병법의 으뜸은 <변화>라고 본다. 병법에서의 <변화>는 “남이 생각하지 않은 바를 쓰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지역축제가 쪼그라들어버린 이때 새로운 전략 수립을 통해 움츠러든 지역축제를 일으켜 세우고 이를 통해 지역 관광과 문화, 경제를 살리는 리더를 빨리 만나보고 싶다.

⋆필자 소개

사단법인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이사장

대규모 행사기획 연출

함양 산삼축제 총감독

양구배꼽축제 총감독

지리산 산청 곶감 축제 총감독

보성다향대축제 총감독

마포나루새우젓축제 총감독

남해 보물섬마늘축제 총감독

귀주대첩 1,000주년 관악 강감찬 축제 총감독 外 다수 역임

유튜브 국민안내양TV 제작

유튜브 팔도축제TV 제작

서울정원박람회

사랑의 행복콘서트 가요제

김제 효(孝) 콘서트

김정연의 효(孝) 토크 콘서트 外 다수 연출

축제관련 TV토론. 라디오 출연. 포럼 패널. 강연 활동

KBS. TV 조선. MBN 등 토크쇼 출연

(現)파주시 정책 자문위원 (문화경제분야)

(現)2020 문화의달 추진위원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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