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 감독의 고민, 야구가 머릿속에서 안 떠난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야구가 머릿속에서 안 떠나는 게 가장 어렵네요."

키움 손혁 감독은 초보사령탑이다. 두 가지 확고한 원칙을 갖고 팀을 이끈다. 그 중 하나가 '수평 리더십'이다. 선수의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믿음을 보내면서, 멘탈에 상처가 되는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코치들에겐 자신을 향한 직언을 요구한다.

실제 손 감독은 경기 전후 취재진에게 브리핑을 할 때 선수의 장점을 부각하고, 경기를 이끌 때도 선수들과 격의 없이 어울린다. 하지만, 그 속에선 자신과의 싸움이 한창이다. 21일 고척 SK전을 앞두고 "내가 조급하다"라고 했다.

스프링캠프 첫 날에 그랬고, 5일 KIA와의 개막전이자 사령탑 데뷔전서 그랬다는 솔직한 고백을 곁들였다. 숲을 봐야 하는데, 나무를 보다 경기운영에 미스가 있었다고도 했다. 7일 KIA전서 시즌 첫 패배를 당했을 때 불펜 운용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도 불펜 운용에서 계산대로 되지 않는 장면이 꽤 나왔다.

손 감독은 "승리를 거두는 건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해줬기 때문이다. 감독이 실수하는 것도 묻혔다. 일단 내가 조급하면 안 된다. 기다려야 한다. 작년과 비교할 때 초반 페이스는 나쁘지 않다"라고 했다.

이 원칙은 2군에 내려간 테일러 모터, 극심한 침체에 빠진 박병호에게도 적용된다.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줄 때까지 믿고 기다리겠다는 자세다. 특히 박병호의 고뇌를 바라보며 "투수들이 잘 안 풀릴 때 이런, 저런 고민을 하는 건 알았는데 타자들도 똑같다는 걸 알게 됐다"라고 했다.

손 감독이 세운 또 하나의 원칙은 야구장 밖에선 되도록 야구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손 감독은 시즌을 준비하면서 이런 논지의 말을 몇 차례 했다. 자체훈련기간에 퇴근하면 저녁에 집에서 뭐하냐고 묻자 "바둑을 둔다. 야구 생각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한다. 대신 야구장에 일찍 나온다"라고 했다.

인간은 24시간 내내 자신의 일에만 집중할 수 없다. 적절한 리플레시가 필요하다. 그래야 일에 대한 효율성,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손 감독은 야구에 쏟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분배하려는 자세가 돋보인다.

그러나 이게 생각대로 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는 "머릿속에서 야구가 안 떠나는 게 가장 어렵다. 주변에서 잠도 줄어든다고 하고 음식도 잘 먹으라는 말도 해줬다. 당시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덕담 아닌가?'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최고의 덕담이었다"라고 했다.

모든 프로스포츠 감독이 비슷하다. 경기서 이기든 지든 복기가 필요하고, 다음 경기 준비도 해야 한다. 야구장 밖에선 잊자고 다짐해도 기본적으로 팀 성적에 대한 책임이 있는 감독들에게 일과 사생활의 철저한 분리는 쉽지 않다.

손 감독은 솔직하게 털어놨다. "경기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많이 한다. 투수교체에 대한 부분에서 쉬어야 하는 투수들이나 개개인의 투구수를 체크한다.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투수로 이길 것인지 고민한다"라고 했다.

키움은 시즌 초반 불펜 난조, 수비 균열 등이 보인다. 예상보다 치고 나가지 못한다. 그러나 정비할 시간적 여유는 있다. 기본 전력은 좋다. 확고한 육성, 운영 시스템도 갖춰졌다. 게다가 고척돔을 홈으로 쓰는 이점이 있다. 한 여름 체력관리에 용이하다. 그래서 개개인의 에너지 관리에 가장 집중한다. 역시 투수가 중요하다. 손 감독은 "어떻게 휴식을 줄지 고민한다. 생각이 10초만에 바뀌는 것 같다"라고 했다.

손 감독도 다른 감독들처럼 고뇌의 시간이 시작됐다. 자신이 세운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도 하고, 어려움도 겪는다. 그러면서 경험과 노하우도 쌓인다. 그는 "시즌이 끝나면 대부분 팀은 6할과 4할 사이에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라고 했다. 취재진에게 한 말이었지만, 알고 보면 자신을 향한 다짐이다.

[키움 손혁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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