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17⅔이닝' 롯데 김대우, 그가 남긴 불명예 기록 2개 [고동현의 1인치]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1군 통산 17⅔이닝. 정규이닝으로 치면 2경기도 안되는 이닝 동안 불명예 기록 2개를 남겼다.

김대우(롯데 자이언츠)는 1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 등판, 패전투수가 됐다.

패전투수가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다. 이날 김대우의 패배가 더욱 화제가 된 것은 '끝내기 보크'였기 때문이다. 이는 1982년 KBO리그 출범 이래 단 7번째 진기록이다.

1996년 9월 4일 잠실 LG-현대전에서 정명원 이후 2017년까지 나오지 않다가 2018년과 2019년 한 차례씩 나왔다.

2018년에는 문경찬(KIA 타이거즈)이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지난해에는 배영수(두산 베어스)가 SK 와이번스전에서 이를 기록했다. 이어 김대우가 불명예 주인공이 된 것.

김대우는 1984년생이다. 이제는 선배보다 후배가 훨씬 많은 나이가 됐다.

김대우는 2003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로부터 1라운드 전체 1번 지명을 받았다. 상무, 고려대, 대만을 거치는 등 우여곡절 끝에 프로 무대에는 2008년 데뷔했지만 그만큼 재능을 인정 받았다는 뜻이다.

'뛰어난 재능'은 타격과 투구를 가리지 않았다. 투수로서는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던졌고 타자로서도 장타를 연이어 터뜨렸다.

2009년 4월 25일. '투수' 김대우는 2만 4285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LG 트윈스를 상대로 대망의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선두타자 이대형을 3루수 직선타로 처리한 뒤 박용택에게 우전안타를 맞았다. 다음 타자 안치용을 2루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2사 1루. 이 때까지만 해도 김대우의 프로 데뷔 첫 이닝은 무실점으로 끝나는 듯 했다.

이 때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로베르토 페타지니에 이어 정성훈에게 연속 볼넷을 내줬다. 이어 최동수, 박경수, 조인성에게 3연속 밀어내기를 허용하며 3실점했다.

3실점에는 5연속 볼넷이 있었다. 이는 아직까지도 KBO리그 기록으로 남아 있다. 김대우 이전에도 5연속 볼넷은 있었지만 이를 한 경기에서 기록한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단일 경기 5연속 볼넷은 김대우가 처음이었던 것. 그리고 그 이후에도 이 기록은 나오지 않고 있다.

기억하기 싫은 데뷔전을 치른 김대우는 이후 부상 등으로 인해 어느 한 곳에도 안착하지 못했다. 2012년 타자로 전향한 뒤 2013년에는 69경기에 나서 홈런 4개를 때리기도 했지만 그 뿐이었다. 2017년을 마지막으로 다시 투수로 돌아왔다.

2018년 1군 무대 5경기에 나선 그는 올해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며 기대감을 높였다. 아직까지는 팀의 기대를 완벽히 충족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시즌 첫 등판인 8일 SK전에서 1이닝 1실점, 12일 두산전 1이닝 3피안타 2실점에 이어 전날 경기에서 끝내기 보크로 패전 멍에를 썼다.

전날 경기까지 김대우의 1군 무대 통산 이닝은 17⅔이닝(평균자책점 13.25)에 불과하다. 너무나도 적은 이닝수이지만 김대우는 KBO리그 불명예 기록에 두 번이나 이름을 새기게 됐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끝내기 보크'가 진기록일 뿐 패전투수는 누구나 될 수 있는 것이다. 통산 17⅔이닝 밖에 던지지 않은 1984년생이 아직도 1군 무대를 누비고 있다는 사실은 그에 대한 팀의 기대를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김대우가 두 차례의 불명예 기록을 딛고 남은 시즌 동안 긍정적인 부분으로도 KBO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을까.

[롯데 김대우(두 번째 사진은 타자 시절). 사진=마이데일리DB, 롯데 자이언츠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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