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비느님'이었는데…조롱으로 번진 '엄복동' 굴욕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한때는 노력의 아이콘 '비느님'이라고 불렸던 가수 겸 배우 비가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흥행 실패와 노래 '깡'을 향한 놀림이 온라인상에서 유행이 되면서다.

그야말로 '깡' 열풍이다. 지난 2017년 발매한 노래이지만 유튜브 알고리즘이 다수의 네티즌들을 '깡' 뮤직비디오로 이끌며 댓글 놀이의 장이 된 것이다. 자기애 넘치는 가사, 시시각각 바뀌는 곡의 장르, 비의 익살스러운 표정이 관전 포인트로 자리 잡았고 각종 패러디도 쏟아졌다.

하지만 '재평가'보다는 조롱에 가깝다. 네티즌들은 "2017년에 나온 노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끔찍하다", "비는 제발 고집을 꺾고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라", "1일 1깡 안 하면 하루를 마무리한 것 같지가 않다" 등 비의 콘셉트가 촌스럽다고 지적하며 비 조롱을 하나의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처럼 즐기고 있다. 어느 누가 더 재미있는 댓글을 다는지 대결을 펼치듯 '드립'의 향연이다.

동시에 지난 2014년 발매했던 '차에 타봐'의 "지금 어디야 xx놈아 내 전화 빨리 받아라/ 지금부터 내 여자한테 전화하면 죽는다"라는 가사도 화제가 되며 '엔터테이너' 비가 아닌,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아재' 이미지가 굳혀졌다.

비를 향한 네티즌들의 우스운 눈길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개봉한 '자전차왕 엄복동'으로 연기자로서도 자존심을 구긴 비다. 당시 열띤 홍보에 못 미치는 작품성에 "요란한 빈 수레"라는 혹평이 쏟아졌고 관객수 역시 17만에 그쳤다. 개봉 직전 비가 SNS에 "술 한 잔 마셨다. 영화가 잘 안 돼도 좋다. 하지만 엄복동 하나만 기억해 달라"라고 남긴 글도 '오글거린다'는 평가만 받았다.

이후 'UBD'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엄복동의 이니셜을 딴 것인데, 누리꾼들은 '1UBD=17만'이라고 산정하며 여러 수치 계산에 활용했다. 일례로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60UBD'으로 표현한다.

문제는 통계청까지 이러한 네티즌들의 '밈'에 합류했다는 것이다. 통계청은 '깡' 뮤직비디오에 "통계청에서 깡조사 나왔습니다. 2020년 5월 1일 10시 기준 뮤직비디오 조회수 6,859,592회. 39.831UBD입니다"라고 댓글을 남겼다. 정부 기관까지 나서 개인의 조롱에 동참하자 반발이 컸고, 결국 통계청 유튜브 담당자가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통계청 측은 내부적으로 징계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밈' 현상이 악성 댓글까지 합리화시키게 만들고 있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반면 시대착오적인 콘텐츠를 코미디로 소비, 비난 대신 웃음으로 재조명하는 것에 의의를 둬야 한다는 입장도 있어 문화 놀이와 조롱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건강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비 유튜브 채널 캡처화면,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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