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히'가 매력인 김구라의 솔직함 [권혜미의 회전문]

[마이데일리 = 권혜미 기자] 방송인 김구라의 자기 고백이 묘하게 흥미를 끈다.

TV를 틀면 안 나오는 곳 없이 열일하고 있는 김구라가 최근 경계를 허물고 자신의 일상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다수의 방송과 유튜브를 통해 솔직한 폭로를 이어가는데, 여자친구, 아들 그리와의 일상, 재력 과시 등 주제도 다양하다.

김구라에게 각인된 이미지는 '연예계 대표 독설가'. 과거 인터넷 방송에서 많은 연예인들에게 막말을 일삼았던 때부터 형성된 프레임은 현재 게스트들에 훈수를 두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독보적인 '마이웨이' 캐릭터로 바뀌었다.

본인도 인정하는 '흑역사'인 인터넷 방송 시절, 김구라는 도가 지나친 발언을 일삼으며 마땅히 비난받을 행동을 했지만 매년 대상 후보를 넘보는 대세 방송인으로 거듭난 최근 김구라 발언은 이따금씩 사이다를 안겨주기도 한다.

지난해 연말 '2019 SBS 연기대상'에서 "시상식을 물갈이해야 한다", "돌려먹기 식으로 상을 받고 있다"고 직언해 많은 환호를 받았던 것과 종합편성채널 JTBC 유튜브 '막나가쇼'에서 역사 왜곡 발언을 한 일본의 극우 인사에게 "잘못 아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던 모습은 예능인으로서 깨어있는 '의식'을 보여줬다.

여기에 전처와의 이혼 사연, 공황장애를 앓았던 아픔을 지나 최근 새롭게 밝힌 그의 일상은 매번 이슈로 떠오른다. 웹 예능 '구라철'에서 "요즘 여자친구와 집에 같이 있다. 저에게 아침밥도 해준다"고 말하며 여자친구와의 동거 사실을 밝히고, SBS '동상이몽2 - 너는 내 운명'에서 "결혼식 없이 식구들끼리 식사를 했다"고 발전된 관계를 수줍게 말하는 장면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김구라의 친근한 모습이다.

또 아들 그리와의 유튜브 '그리 구라'에서 그리의 영수증 이력과 서로 소유하고 있는 명품 옷들을 나열하며 "내가 어느 정도 소득 수준이 있어서 이 정도로 하고 다니는 거다"라는 그의 말은 자랑처럼 느껴지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는 솔직함으로 느껴진다.

김구라의 셀프 폭로가 'TMI(Too Much Information)'라고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그만의 '담담함'에 있다. 마치 처음 연애하는 것처럼 감정을 표출하는 다른 이들과 달리 여자친구를 향해 묵묵한 애정을 드러내고, '이 나이에 연애·동거·명품 옷이 별거냐'는 연륜이 엿보이는 태도는 불쾌함이나 피로감 없이 김구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게 만든다.

과장, 과잉 포장이 필수가 된 방송가에서 김구라의 솔직함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것이 김구라가 개그가 아닌 입담으로 정상 예능인이 된 비결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SBS·유튜브 '그리구라'·'구라철' 방송화면 캡처]

권혜미 기자 emily00a@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