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돌발 채무, 분노" …김구라, 子 그리에 밝힌 '공황장애' 그 뒷이야기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개그맨 김구라가 아들 그리(김동현)에게 공황장애로 힘들었던 당시를 떠올리며, 속마음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16일 김구라와 그리 부자의 유튜브 채널 '그리구라'에는 '김구라가 그리에게 처음으로 고백한 공황장애, 그 뒷이야기'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이날 김구라는 "제가 '공황 전도사'로서 많이 얘기를 하고 다니지 않았나. 그래서 어떤 분들은 '공황장애를 희화화한 경우는 있지만 신경정신과 치료의 문턱을 낮게 해줬다'고 얘기해 주더라"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제가 2003년~2004년부터 방송을 시작했는데 기본적으로 불안불안한 게 있었다. 나름대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10년을 넘게 활동을 하다 보니까 기본적으로 항상 불안함이 있었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그래서 아이돌 연습생 중에서 공황(장애) 내지는 우울증이 있는 게 당연한 거다. 스트레스받고 잠 못 자고, 못 먹고 피곤하지 않나"라며 "또 인기와 돈은 어떻게 보면 같이 오는 것이지 않나. 그런 것처럼 우울과 불안은 같이 온다. 불안하면 우울한 것이고 우울하면 불안이 같이 오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구라는 "제가 과거 공황의 모습을 그리한테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에 그리도 "없었다. 제가 어릴 때라 기억도 안 난다. 2014년, 지금보다 훨씬 어릴 때였다. 그때는 아빠가 운동을 열심히 하셨다. 그냥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하는 모습만 봤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영화 '스파이더맨'을 보다가 아빠가 심장이 빨리 뛴다고 해서 제가 나중에 VOD로 보겠다고 하고, 상영 중간에 나갔던 기억은 있다"라고 떠올렸다.

김구라는 "저는 약간 초기 우울증 상태였다. 하지만 젊은 시절엔 생존의 목표가 있었다. 앞만 보고 달려왔다. 공황장애를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운동이다. 체력이 있어야 정신력도 극복할 수 있는 거다. 당시 그렇게 쭉 올라왔다가 2013년 집안에 갑작스러운 돌발 채무가 생겨 분노가 쌓인 거다.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알았다면 어떻게 할 텐데,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생겼다.) 어둠 속에서 그냥 갑자기 한대 툭툭 맞는 기분으로 며칠 지나면 돈해달라고 하고, 며칠 지나면 또 돈을 해달라고 하더라. 그거에 대해 분노가 쌓여 초기 우울증 증세가 왔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어느 날 비행기를 탔는데 여태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아주 기분이 더러운, 훅 다운되는 감정을 느꼈다. 이상하다 싶었다. 돌아왔는데 갑자기 기분이 또 훅 떨어져서 이상하다 싶어 병원에 갔다. 의사 말로는 '공황장애나 우울증이 걸려도 벌써 걸렸을 것이다. 그나마 낙천적이어서 여기까지 온 거다' 하더라. 그때부터 약 처방을 받고 술도 끊고 커피도 끊었다. 아이스라떼를 못 먹게 돼서 아이스초코만 마셨다. 그렇게 이겨냈다"라고 밝혔다.

이내 김구라는 그리를 걱정했다. 그는 "동현이도 대단한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어떻게 이겨냈냐. 기자들이 동현이 학교에도 찾아가고 그랬잖아. 동현이가 걱정돼서 심리치료 병원에 보내주려 했었는데 안 가더라"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리는 "저도 12살 때부터 아빠가 겪은 걸 같이 겪었다"라고 얘기했고, 김구라는 "집에 막 기자들이 찾아와서 그리가 '어떡하냐'고 전화하고 그랬다. 그때 많이 놀랐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그리는 "놀라지 않았다. 부모님의 역할이 되게 중요한 것 같다. 자식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주면 같이 무너질 텐데, 제가 지금 기억하는 모습은 그러지 않았다. 아까도 말했듯이 아빠가 '스파이더맨' 보다가 중간에 나간 기억밖에 없다. 아빠가 그래도 제 앞에서 강하게 잘 이겨냈다. 그래서 저도 안 무너졌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김구라는 "저희 어머니가 기본적으로 성격이 안달복달하신다. 저희 집 성격이 좀 그렇다. 그런데 동현이는 엄마 쪽이라 굉장히 낙천적이다. 저를 닮았으면 (안 그랬을 거다.) 중 2~3학년 때 갑자기 아빠가 하던 방송을 관두고 기자들이 몰려오고, 놀랄 법도 한데 동현이는 그런가 보다 하더라. 그게 참 대단한 거 같다. 내색을 안 한 건가? 어떤 거냐?"라고 물었다.

그리는 "겁은 먹었다. 그런데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기자분들한테 여기 찾아오시면 안 된다고 강력하게 말해줬다. 친구들이 잘 지켜줬다"라고 답했다.

김구라는 "2013년경에 집안에 채무가 터지고 당시 엄마, 아빠는 매일 싸우고 언성을 높이고 그랬을 때 그때는 뭐 없었냐"라고 질문했고 그리는 "그때는 오로지 아빠 편이었다"라고 속내를 전했다.

"별로 안 느껴졌다"라며 놀라는 김구라에게 그리는 "마음속으로는 그랬다. 아빠가 어렵게 성공한 걸 아는데 앞만 보고 달려온 사람이 베를린 장벽 같은 높은 벽에 부딪히고 막다른 길로 가지 않았나. 어둠 속에서 사람들은 짱돌을 엄청 던지고, 모르는 사람한테도 전화가 많이 왔지 않나. 돈 갚으라고. 그런 모습 보면서 아빠가 배신감을 느끼고 그랬겠다는 생각이 조용히 들었다"라고 털어놨다.

김구라는 "동현이가 탈선도 전혀 없었다"라고 언급했고, 그리는 "전혀 없었다. 방문도 항상 열어놓고 게임하고. 아빠가 방송 쉴 때는 저 혼자 방송 나가서 '아버지 그만둬서 가장이라 불러달라' 했었다. 아빠가 짜주지 않았냐. 그때 아빠가 방송을 쉬고 제 작가로 포지션을 변경하셨다"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김구라는 "이런 일들이 쌓여서 공항에 걸렸는데 비교적 잘 이겨내서 지금은 동현이랑 같이 잘 있다"라고 웃어 보였다.

이어 김구라는 어머니가 공황장애에 걸려 걱정하는 아들의 사연에 "요즘 또 약들이 워낙 잘 나와서 약을 꾸준히 드시고 마음 편안하게 가지셔야 한다"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리는 "또 너무 약에만 의존하면 안 되니까 아들분께서 입대 전이라도 같이 여행을 간다든지, 일주일에 세 번씩 같이 저녁 식사를 하셨으면 좋겠다. 자식도 노력을 해야지 않나"라고 조언을 건넸다.

김구라는 "세상 일이라는 게 그렇다. 어떤 일이 있잖아요? 어려운 일이 발생하면 물 끊기듯이 딱 끊기는 게 아니다. 공을 튀기잖아요? 여진이 더 무섭다고 툭툭툭툭 오는 거다. 계속 튕겨 오는 거다. 갑자기 해결되는 일이 없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 본인도 강해지는 거다. 괴로운 일이 많은데 어쩌겠나. 저희가 극복해야 한다. 물 끊기듯 단수가 됐으면 좋겠지만 이게 쉽지 않은 거다"라고 힘을 실어줬다.

이어 "상태를 주변에 많이 알려야 한다. 개인병원은 상담 위주로 하는데 마음이 편해질 거다. 바쁘신 분들은 종합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아라"라고 전했다.

특히 김구라는 "저는 현재 거의 나은 상황이다. 약은 이제 나이가 있다 보니까 피곤하고 다운돼서 우울증 약만 반 알씩 먹고 있다. 크게 죄의식 없이 먹어도 된다고 하더라"라고 밝혔다.

[사진 = 유튜브 채널 '그리구라' 영상 캡처]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