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경수 "'이태원 클라쓰' 내겐 단밤, 덕분에 저도 단단해졌어요" [MD인터뷰]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이태원 클라쓰’를 하는 동안에 저는 ‘단밤’이었어요.”

최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눈여겨봐야 할 여러 배우들을 배출했다. 그중의 한 명이 류경수. 그는 전직 조폭 출신의 단밤 직원 최승권으로 분해 드라마의 맛을 한껏 살렸다. 순박한 불도저 같은 매력으로 극을 유쾌하게 만드는가 하면 의리남 면모로 감동과 뭉클함을 선사했다.

16%가 넘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은 ‘이태원 클라쓰’. 드라마의 종영을 아쉬워하는 팬만큼 배우들 역시 단톡방 등에서 “아쉽다”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고.

“여행을 길게 다녀오면 그립잖아요. 막상 집에 오면 또 가고 싶고. 그런 느낌이지 않나 싶어요. 그 여행지에서 추억도 많고, 싸우지도 않고. 그런 여행이었던 것 같아요.”

비슷한 나이대의 배우들이 모인 만큼 현장 분위기도 좋았다. 덕분에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즐거워서 하는 작업이 될 수 있었다.

“또래라서 가까워서 그런 걸 수도 있고, 마음들이 다 열려 있는 것 같아요. 박서준 형뿐만 아니라 모두들 상대방 이야기를 잘 들어줬어요. ‘내가 이렇게 할 테니까 넌 이렇게 해’ 이런 게 없었죠. 리허설을 하며 반응이 나오고. 소소한 과정들이 재미있었어요. 일을 재미있게 즐기면서 하기는 어렵잖아요. 그런데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 같아요.”

류경수가 ‘이태원 클라쓰’를 하며 가장 중점을 뒀던 점은 ‘어우러짐’이다. 개성 강했던 등장인물들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비주얼부터 시선을 강탈했던 최승권. 그는 “이걸 보여줘야지, 저걸 보여줘야지 하는 것보다는 일단 그 안에서 잘 어우러져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라고 밝혔다.

류경수는 ‘이태원 클라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로 박새로이(박서준)가 마현이(이주영)에게 했던 “네가 너인 것에 다른 사람을 납득시킬 필요는 없다”는 말을 꼽았다. 이는 마현이 뿐 아니라 류경수 그리고 드라마를 본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릴 법했던 대사.

“저는 직업적으로 관객, 시청자분들의 어떠한 평가를 받는 직업이잖아요. 그런 것들을 뗄 수가 없으니까요. 저부터 자존감, 자신의 내면 이런 것에 확신을 가져야 하는 것 같아요. ‘나를 알아줘’가 아니라 중심을 가진 상태에서 묵묵히 나아가야 해요. 이런 걸 다시 깨닫게 해준 작품이에요. 대사나 상황들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더 견고해지기도 했다. ‘이태원 클라쓰’는 청춘들에게 위로와 용기, 응원이 되어 준 작품. 이는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인 이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에게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마음이 단단해졌어요. 제가 주변 사람들의 응원이나 도움 없이 독불장군으로 혼자 했다면 과연 여기까지 왔을까 싶어요. 지금의 제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요. 이런 순간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되더라고요.”

“계속 흔들리고, 불안하고, 막막했던 것 같아요”라고 털어놓은 류경수는 “저만 느끼는 게 아니라 누구나 느끼고 어떤 청춘들은 지금도 겪어나가고, 견디고 있죠”라며 자신 역시 여느 청춘들과 다르지 않은 시간들을 보내왔음을 전했다.

“만약 이런 관심이나 좋은 작품들을 만나지 못하고, 예전의 치열했던 시간들인 그 상태로 많은 분들이 저를 모르신다고 해도. 그런 생활을 하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도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난 최선을 다했다, 행복했다고 말이죠. 그럼에도 지금 너무 좋은 기회들이 생겼으니 더 감사한 것 같아요.”

류경수는 영화 ‘대무가: 한과 흥’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가 주연을 맡았던 이한종 감독의 독립 단편작 ‘대무가’를 장편 영화로 발전시킨 작품. 류경수는 이 작품에서 무속인으로 분한다. 박성웅, 정경호 등이 합류했다.

“보시는 것에 따라서 기존에 없었던 느낌의 작품 색깔이지 않을까 생각돼요. 굉장히 이례적이에요. 단편영화 뒤에 새로운 이야기를 붙이는 형식이거든요. 좋은 분들과 같이하게 됐고, 되게 재미있게 찍었어요.”

배우 류경수의 바람은 오랫동안 연기자로서 대중들과 만나는 것.

“지금처럼 이 마음을 가지고 70살, 80살까지 오래오래 했으면 좋겠어요. 그 마음이 제일 간절해요.”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