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화수분 재가동, 5년 무명 채지선에 쏠리는 시선

[마이데일리 = 잠실 이후광 기자] 5년의 기다림이 마침내 결실을 맺는 것일까.

두산 우완투수 채지선(25)은 생애 첫 1군 마운드에 오를 그날을 기다리며 이번 봄을 보내고 있다. 전지훈련 평가전 및 청백전에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그는 “지금 밸런스가 너무 좋은데 개막이 미뤄져서 아쉽다. 얼른 코로나19가 잠잠해져 개막을 빨리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제일고 출신의 채지선은 지난 2015 2차 1라운드 8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고교 시절부터 체인지업을 능숙하게 다루며 1라운드에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입단 후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고, 2군에만 머물러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해결했다. 5년 동안 그에게 1군 마운드는 그야말로 꿈의 무대였다.

채지선은 “기회를 받지 못해 포기하고 군대를 빨리 다녀왔다. 이후 다시 마음을 잡고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적응을 잘하고 있다”고 했다.

올 시즌은 그 꿈의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적기다. 2016년 이후 4년 만에 1군 스프링캠프로 향한 채지선은 묵직한 직구와 예리한 체인지업을 뿌리며 1군 등판 준비를 마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산 투수조장 유희관은 “개인적으로 채지선과 김민규가 가장 좋아진 것 같다”고 호평했고, 평소 내색을 잘 하지 않는 김태형 감독도 일본에서 채지선의 발전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채지선은 “기회를 많이 주신 덕분이다. 아무래도 2군보다 긴장감이 커 실력이 빠르게 좋아지는 것 같다. 매 공마다 신경을 쓰면서 던져 기량도 올라오는 느낌”이라고 그 비결을 전했다.

채지선은 긴장감에 대해 구체적으로 “2군에서도 퓨처스리그 정식 경기를 하지만 연습경기와 같은 느낌”이라며 “본 무대는 1군이다. 여기서 못하면 다시 2군으로 내려가야 하니 긴장을 하고 더 신경 쓰게 된다”고 설명했다.

채지선은 자신의 장점으로 직구와 체인지업을 꼽았다. 두 구종을 앞세운 그는 이번 전지훈련 평가전 및 청백전에서 7경기(9이닝) 1홀드 평균자책점 4.00으로 순항하고 있다.

“작년 교육리그 때 최고 구속 149km까지 던져봤다”는 채지선은 “사실 직구보다 체인지업이 더 자신 있다. 체인지업은 고교 때부터 내게 딱 맞는 공이었다. 코치님들이 최고라고 해주시니 더 자신감이 붙는다. 3B0S에서 체인지업을 던져도 될 만큼 자신이 있다”고 했다.

꿈에 그리던 1군 마운드에 오르면 어떤 타자를 가장 상대하고 싶은지도 물었다. 채지선은 고민 끝 KT 위즈의 강백호를 언급하며 “내가 봐도 정말 잘 치는 것 같다. 얼마 전 동영상 사이트에서 홈런 모음 하이라이트를 봤는데 너무 잘 쳐서 만나보고 싶다”고 멋쩍은 미소를 보였다.

현재로서 올 시즌 채지선의 1군 데뷔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김 감독은 청백전에서 그를 꾸준히 1이닝씩 기용하며 감각을 유지시키고 있다. 그러나 방심은 없다. 채지선은 “앞으로 연습경기를 하게 되면 실수 하나 없이 던져 개막 엔트리에 꼭 들고 싶다”고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채지선(첫 번째), 2015년 신인 프로필 촬영, 왼쪽부터 남경호-김민혁-채지선-사공엽(두 번째).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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