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형 악역의 탄생…'더 게임' 임주환이 만난 인생캐 [양유진의 클로즈업]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제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을 잃어봐. 그럼 너도 알게 될 거야."

MBC 수목드라마 '더 게임: 0시를 향하여'의 구도경(임주환) 캐릭터를 표현하기에 이보다 적합한 대사는 없을 테다. 연쇄살인범 누명을 쓴 아버지 대신 복수를 다짐하고 스스로 살인마가 된 도경은 이름보다 '살인자 아들'이 더 익숙할 정도로 평생을 손가락질 받아오며 분노를 켜켜이 쌓아온 인물이다.

'더 게임'은 "살인은 인간의 선택에서 비롯되며 그 운명은 인간의 의지에 따라 바꿀 수 있다"는 통찰에서 시작돼 선과 악의 근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집필을 맡은 이지효 작가가 촘촘하게 엮어낸 서사 덕분에 다소 무겁고 따분할 수 있는 철학적 의문이 설득력을 얻어 탄탄한 스토리를 구축해냈다.

이처럼 심도 깊은 서사 속에서도 임주환은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도경은 비난받아 마땅할 악인이지만, 그를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마음 한편에 연민이 드리운다. 살인자의 일거수일투족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오묘한 경험을 하게되는 셈이다. 그간 쌓아온 필모그래피가 낳은 탄탄한 내면 연기로 설득력을 불어넣은 임주환의 몫이 컸다.

복수심, 증오가 가득 찬 냉기 어린 눈빛과 소름 끼칠 정도로 처연한 표정 등 시시각각 돌변하는 모습 역시 인상적이다. 사실 임주환은 처음부터 악역에 특화된 배우는 아니었다. 로맨스에 제격인 커다란 눈망울과 해사한 얼굴 때문이었을까. 줄곧 선한 캐릭터를 연기해왔지만 '기술자들'(2014), '오 나의 귀신님'(2015)에서 악한 얼굴을 꺼내놓더니 마침내 맞춤옷을 입은 것마냥 인생 캐릭터를 경신해버렸다.

도경을 뛰어넘을 임주환의 '인생캐'는 또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MBC 제공]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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