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게임' 유태오 "섹시한 빌런? 의도한 건 아니지만 들으니 좋아" [일문일답]

[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배우 유태오가 케이블채널 tvN 수목드라마 '머니게임' 촬영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유태오는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드라마 속 유진에게 많은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지금 해외에 있기 때문에 그 사랑들에 대한 실감이 크게 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유태오는 "차가운 악역인데다가 제가 한국어 대사가 서툴다 보니 저만의 호흡과 디테일을 만들어 내려고 했다"며 "댓글들을 읽다 보면 제가 의도했던 모든 디테일들을 다 센스있게 알아봐 주셨다"고 고마워했다.

특히 "유진의 감정이 제대로 전달됐다는 생각에 많이 뿌듯하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그는 "많은 동료 배우들이랑 함께한 만큼, 역시 연기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하 유태오 일문일답

Q1. '유진 한'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은 무엇이고,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유진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인 '자유로움'인 것 같아요. 유진의 자유로움은 솔직히 속안에 있는 상처를 가리려는 '표면적인 자유로움'이죠. 유진을 그려낼 때, 상처가 있다는 점을 잘 표현하려고 했어요. 덕분에 연민을 잘 이끌어 내면서 시청자분들이 유진에게 이입하고 그 사람을 아껴준 것 같아요. 표면적으로는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공 같은 모습을 보여드리면서도, 작가님이 어머니와 관련한 서사를 잘 표현해 주셔서 그런 대사가 나오면 눈빛 등으로 그 상처를 잘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Q2. 다소 생소한 경제&금융 용어를 익숙하게 구사하느라 힘들었을 것 같은데, 준비할 때 특별히 도움을 준 것이 있다면?

한국어 스피치 선생님께서 설명해 주시는 대사 내용을 보면서 무한 반복하며 연습 했어요. 선생님께서 단어에 대해 잘 풀어 설명을 해주셨고 단순하게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경제 용어가 어렵긴 하지만, 유진에게 득이 되는 사람, 해를 끼치려는 사람 등 캐릭터를 단순하게 연구하고 가르쳐주셔서 어떤 캐릭터와 연기하든 상대방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Q3. '섹시한 빌런'이나 '(사랑에) 미친 놈'이라는 수식어가 생겼는데, 예상은 했나? 이에 대한 소감도 함께 밝혀달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죠. 현장에서 긴장할 때가 많고, 그 긴장을 극복하기 위해 내부적인 기술을 쓰고 있는데 그 특별한 기술을 쓸 때마다 주변에서 그게 좀 섹시하다는 얘기를 해주시더라고요. 그 기술이라는 게 '애니멀 워크'라고 몸을 풀 때 동물을 하나 선택하고 머릿속에 상상하면서 그 동물의 육체성을 몸에 입혀가는 과정이에요. '유진'은 '실버백 고릴라'라고 생각했고, 긴장이 될 때마다 그 동물의 동작을 한 가지씩 했는데, 그걸 섹시하다고 말해주셨어요.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런 소리를 들으니까 좋긴 좋더라고요.

Q4. 기억하는 '유진 한'의 별명이나 시청자 댓글이 있다면?

별명 중에서는 '인간 월가'라는 있었는데, 재밌는 것 같아요. 댓글 중에서는 "유진한이 쓰레기면 나는 쓰레기통이 되고 싶다, 유진한이 쓰레기면 나는 쓰레기통에서 살고 싶다"라는 댓글 덕에 많이 웃었어요.

Q5. 유진한의 영어 대사에 푹 빠졌다고 하는 사람이 많은데, 한국어·영어를 동시에 쓰면서 연기하는 것 힘들지 않았나?

동시 두 언어를 사용하는 건 역시 어려웠어요. 2~3개국어를 할 수 있어도 각각 언어마다 느낌과 뉘앙스가 다르잖아요. 쓰는 사람의 성격도 변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유진한의 느낌은 한국어를 쓸 때나, 영어를 쓸 때나 같은 성격으로 보여지도록 하는 것에 집중어요. 그 부분이 어려웠죠.

Q6. 이성민·고수·심은경, 섀넌·티나 등 다양한 캐릭터와 연기를 펼쳤는데, 유태오가 생각하는 '유진한과 가장 케미가 좋은 캐릭터'는?

혜준이랑 화면으로 봤을 때 가장 케미가 좋았어요. 저도 놀랄 만큼 생각보다 '케미가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과연 내가 연기하는 유진한이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이혜준에게 동정심을 느낀다는 점이 화면을 통해 잘 전달될 지 의문이었는데, 시청자분들도 그렇게 받아들여 주신 것 같아요. 그리고 제 연기를 심은경씨가 잘 받아주는게 감사하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배우분들과도 현장 분위기 자체가 너무 좋았고, 선배님들께 많이 배울 수 있는 현장이었어요.

Q7. 휘몰아치는 금융 위기 속에서 '갑분로(갑자기 분위기 로맨스)'로 느껴질 수 있는 장면들이 오히려 인기 요소로 자리잡았다. 무거운 극-묘한 로맨스 어떻게 조절하며 연기했나?

감으로 했는데, 진짜 묘했잖아요. 사랑의 종류 중에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게 형제자매, 엄마, 아빠 등 가족에 대한 사랑이고, 각각 모두 다른 사랑이잖아요. 그렇게 배우는 사랑을 사회에서 파트너를 만나 또 다른 사랑으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돈'에만 집착하던 남자가 갑자기 어떤 '여성'에게 사랑에 빠진다는 게 말이 안되지만 혜준을 보면서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감정선을 만들어 줬어야 하는데, 그걸 이혜준을 봤을 때 엄마를 떠올렸기 때문에, 엄마에게 느꼈던 사랑을 이혜준에게 표현하기로 했어요. 두 사람의 묘한 로맨스를 긍정적으로 잘 봐주신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Q8. 드라마 머니게임과 '유진한'이 본인에게 어떻게 기억될 것 같나?

주관적으로 봤을 땐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 중에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작품인 것 같아요. 중간에 영화 등 다른 작품까지 해내야 했거든요. 캐릭터를 넘나들며 모두 잘해내야 한다는 부담도 느꼈고요. 이 과정에서 느낀 개인적인 아쉬움도 있었고, 주변사람에게도 조금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첫 경험이라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객관적으로는 놀라울 정도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었던 소중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유진한은 절 육체적으로 힘들게 했던 캐릭터예요. 도덕심이나 윤리성이 제일 안 어울리는 사람이었거든요. 사실 저는 '유진'같은 사람을 정말 별로 안 좋아하는데 연기를 잘 해내려면 그 캐릭터를 사랑해야 하잖아요. 너무 나쁜 사람인데 '이 사람을 또 감싸줘야 하는구나'라는 감정이 드는 거죠. 예를 들어, 내가 싫어하는 얄미운 동생인데 한숨 쉬면서 '그래 너도 사람이고.. 너도 왜 그러는지 내가 한 번 이해하고 사랑해줄게' 하는 마음. 완전히 다른 류의 사람이라 내면적으로 극복해야 하는 게 힘든 부분이었죠.

Q9. '아스달 연대기' '배가본드' '초콜릿', 영화 '버티고'를 통해 쉴새 없이 시청자,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역이나 장르가 있나?

장르는 세가지, 역할은 한가지가 있어요. 장르로 치면, 퓨전사극, 로코, 멜로. 지금까지 했던 역동적이고 어두운 배역보다 제 감수성에 더 잘 맞는 장르예요.

기존에 방송됐던 드라마 중에 어떤 캐릭터가 제일 하고 싶었는지 고민해봤는데 잘 모르겠어요. 사실 저는 그동안 안 해본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미래를 바라보면서 로보트나 AI를 해보고 싶어요. 로코나 멜로로. 어떤 한 사람을 위해서 로봇이 말과 행동을 하는데 이게 프로그래밍된 건지 진심인 건지 의문이 생기는 이야기.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 '블랙미러 시즌2' 에피소드1를 인상 깊게 봐서 이걸 드라마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많이 울었거든요. 동양적인 정서도 많이 가지고 있고. 한 번 보시길 추천할게요.

[사진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tvN 제공]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