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리포트: KBL 무관중 첫 날, 코로나19가 만든 낯섦의 연속

[마이데일리 = 인천 고동현 기자] 모두들 평상시와 최대한 비슷하게 해보려 했지만 현실은 다른 점보다 예전과 같은 점을 찾는게 훨씬 쉬웠다.

2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는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와 안양 KGC인삼공사의 대결이 펼쳐졌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전날 긴급이사회를 열어 남은 시즌 동안 무관중 경기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날이 무관중 시행 첫 날이었다.

출입 관리부터 철저했다. 삼산월드체육관을 관리하는 인천시설관리공단은 기존의 열화상 카메라로 체온을 측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계자들에게 이름과 함께 집 주소와 연락처까지 기재하도록 했다.

지난 올스타전 때 9704명의 관중이 찾은 삼산월드체육관이지만 이날은 한산함을 넘어 냉기마저 감돌았다.

이날 경기장에 있는 사람은 양 팀 선수단과 구단 직원, 경기진행과 관련한 심판을 비롯한 KBL 관계자들, 취재진 정도가 전부였다. 치어리더와 경기장 입장을 통제하던 아르바이트생들의 모습도 볼 수 없었다. 경기장 복도는 경기 중에도 불이 모두 꺼져 있었다.

농구장은 경기 중에 부저 소리를 크게 틀어 놓는다. 관중들의 함성에 묻혀 작전타임, 선수교체, 공격제한시간 등의 부저 소리가 들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이날은 부저 소리 볼륨도 예전에 비해 줄어 들었다.

홈팀 공격 때 음악소리는 들렸지만 평상시의 볼륨 소리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다만 프로농구 원년부터 언제나 들을 수 있었던 함석훈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이날도 변함없이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관중 관련 이벤트를 할 수 없게 된 홈팀 전자랜드는 차선책을 마련했다. '집관을 직관처럼!'이라는 이벤트를 만들어 구단 유튜브를 통해 선수들의 연습 모습을 보여줬으며 팬들로부터 질문을 받아 간단한 인터뷰도 진행했다. 선수들이 채팅에 참여한 팬들 중 5명을 선정해 커피 쿠폰도 증정했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홈팬들의 기운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은 사라질 것 같다"라며 "코트 분위기가 달라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나도 모르겠다. 이럴 때일수록 선수들의 집중력이 더 중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KGC 김승기 감독은 "이런 경험을 안해봐서 어떤 느낌일지도 모르겠다"라고 전했다.

경기 중에는 관중들의 함성 대신 양 팀 감독과 벤치에 있는 선수들의 목소리만이 경기장을 메웠다.

경기는 전자랜드의 99-88 승. 어색한 경기장 분위기와는 달리 전자랜드 선수들의 슛이 경기 초반부터 폭발했고 3연패를 끊었다.

여자프로농구와 프로배구 선례가 있다고 해도 직접 겪는 것은 또 달랐다. 프로농구 관계자 모두가 어색했던 무관중 첫 날. 코로나19가 만든 낯섦의 연속이었다.

[무관중 속에 점프볼 하는 양 팀(첫 번째 사진), 경기장 입구에서 체온 측정을 하는 모습(두 번째 사진), 코트에서 뛰는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힘을 불어넣는 벤치 선수들(세 번째 사진), 무관중 경기를 알리는 경기장 출입구(네 번째 사진). 사진=인천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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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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