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리포트: 염윤아 퇴장 그 후, 허예은이 있었다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2쿼터에 3~4분 정도만 해줘도..."

KB 안덕수 감독의 신인 허예은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 않다. 고교 시절 최고의 가드이긴 했지만, 엄연히 프로와 레벨의 차이가 있다. 그런데 안 감독은 허예은에게 꾸준히 출전기회를 준다. 지금까지는 주로 2쿼터에 심성영에게 휴식을 줄 때 투입해왔다.

더구나 KB는 국가대표팀 브레이크 이후 염윤아가 손가락 부상을 털어내고 돌아왔다. 가드진 운용에 숨통을 텄다. 우승경쟁이 클라이막스로 들어곤 상황. 잔여경기 중요성을 볼 때 허예은의 중용은 쉽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22일 신한은행전은 달랐다.

KB는 20일 우리은행과 혈투를 치르고 이틀만에 '퐁당퐁당' 일정을 맞이했다. 그럼에도 전반 경기력이 기대 이상이었다. 일단 카일라 쏜튼 특유의 왕성한 활동량과 투쟁심이 살아났다. 운동능력을 활용한 속공과 1대1 돌파, 리바운드 가담 모두 좋았다. 박지수는 2쿼터에 공수에서 김연희를 압도했다.

다만, 염윤아는 좋지 않았다. 아직 게임체력이 완전하지 않은 상황. 이틀만의 경기에 신한은행 에이스 김단비를 수비했다.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 이경은과 아이샤 서덜랜드의 2대2에서 파생된 찬스를 김단비가 착실히 점수로 만들었다.

여기에, 3쿼터 5분16초를 남기고 루즈볼 파울로 5반칙 퇴장한다. 수비 응집력이 떨어지면서 파울관리가 되지 않았다. 단, 5반칙 순간은 애매했다. 루즈볼을 다투는 상황이었는데, 한채진이 염윤아에게 팔을 끼는 모습이 보인다.

전반 17점 리드를 거의 다 잃은 상황. 이때 안 감독은 심성영-허예은 투 가드를 활용한다. 신한은행은 곧바로 트랩을 섞은 풀코트 프레스로 응수했다. 몇 차례 성공하며 10점차까지 추격했다. 반면 KB는 나오지 않아야 할 실책이 쏟아지며 흔들렸다. 1차 승부처.

이때 허예은이 잇따라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2쿼터에도 트랩을 당한 박지수가 빼준 패스를 컷인하며 받아 먹었고, 한채진 수비도 나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자신에 대한 압박에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리듬대로 드리블을 한 뒤 팀 전체를 살폈다. 고졸 신인에게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 이따금씩 날카로운 패스를 넣으면서 윤활유 같은 역할을 했다. 3쿼터 막판 스크린을 통해 미스매치가 된 박지수에게 넣어준 어시스트는 백미였다. 허예은이 공격을 조율하면서, 심성영은 장점인 공격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덕분에 KB는 57-44로 3쿼터를 끝냈다. 안 감독은 4쿼터에도 허예은을 계속 심성영과 함께 기용했다. 확실히 3~4쿼터 경기력은 1~2쿼터에 미치지 못했다. 다만, 염윤아가 퇴장했고, 신한은행 가드진의 활동량이 그렇게 돋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허예은-심성영 조합은 경쟁력이 있었다. 박지수에게 휴식을 줄 때 스몰라인업으로 활용 가능하기도 하다.

결국 KB의 완승. 치열한 선두경쟁서 우리은행에 한 걸음 앞서갔다. 물론 두 경기 더 치르며 달아나긴 했다. 하지만, KB는 허예은이라는 좋은 신예를 승부처에 제대로 활용하면 팀 경기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9점 5어시스트. 기록보다 순도가 좋았다.

[허예은(위), 허예은과 염윤아(아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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