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정호근, 배우→두 아이와 이별→무속인 "우여곡절 인생 살았다" ('TV는 사랑을 싣고')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정호근이 힘들었던 인생사를 풀어놨다.

21일 방송된 KBS 1TV ‘TV는 사랑을 싣고’에 배우이자 무속인인 정호근이 출연했다.

이날 정호근은 무속인이 된 이유에 대해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전 우여곡절 많은 인생을 살았다”며 어린 시절 아버지가 대전에서 땅부자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자산가였지만 가세가 기울었으며, 자신의 경우 5남매 중 큰딸과 막내아들을 먼저 떠나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너무 힘들어서 모시고 있던 신당에 들어가 기도를 하는데 갑자기 ‘너는 이제 죽어. 내가 꼿꼿이 세워놓으려고 했더니 말을 안 들으니까 네 밑으로 내려간다’고 했다. 내 밑으로 내려간다는 게 뭐냐. 내 자식들에게 간다는 거 아니냐. 그래서 엎드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용만이 “신병이 밑으로 내려가는 걸 막기 위해서?”라고 하자 정호근은 “물론이다”며 “내가 해야지만 우리 집안이 편안해질 것 같았다. 그래서 결정해서 했는데 죽기 아니면 살기로 좋게 의리를 나눴던 주변의 지인들이 홍해 갈라지듯 쫙 빠졌다. 소리소문없이, 전화를 해도 안 받았고 전화도 안 왔다”고 답했다. 또 만나자고 해도 만남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오늘 내가 만나고 싶은 분도 흔쾌히 나와줄 수 있을런지, 그것도 사실 걱정이 된다”고 털어놨다.

정호근이 찾은 인물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5년 선배인 이송. 정호근은 “드라마에서는 별 볼 일 없는 역할로 여러분들에게 찾아갔지만 연극무대에서 처음으로 나를 주연으로 써줬던 형이다. 이송 씨는 그때 연출을 했고 나는 주인공을 했다. 그리고 정호근의 배우적인 소양을 가장 인정해줬던 선배”라고 추억했다.

이날 정호근은 사당동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마자 “여기가 내가 첫 사업을 시작했던” 곳이라며 “사당동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했었다”고 밝혔다.

가게 터에 도착한 정호근은 “일없으면 배우는 돈 못 벌지 않나. 그럼 먹여 살려야 되니까 생계 수단으로” 가게를 운영했다고 말했다. “우리 아버지가 ‘뭘 좀 해야 되는 거 아니냐’라고 해서 ‘그럼 가게 한 번 해볼게요’ 해서 했는데 망했다”는 그는 ‘’한 5년을 버티고 있었다. 3년 정도 유지를 하다가 (망했다). 그럴 법도 한 것이, 아는 사람들이 오면 난 돈을 안 받는다. 오히려 내가 냉장고에 있는 술을 바닥냈다”고 설명했다.

정호근은 “여기서 운영하며 결혼도 했고, 아이도 가졌고, 아이도 낳고, 큰딸도 보냈고. 가슴 아픈 사연이 함께 다 있는 장소”라고 담담히 말했다. 이어 “우리 큰딸이 살아있으면 스물다섯 살이다. 얘가 7개월을 며칠 안 남기고 나왔는데 육백몇 그램이었다. 700g이 안 됐다. 인큐베이터에서 키웠는데, 잘 큰다고 좋아했더니만 폐동맥 고혈압을 가졌다고 이야기하더라. 그때부터 시련이 시작됐다. 그때 미국으로 의사를 알아보러 갔는데, 가자마자 3일 있다가 연락이 왔다. 빨리 들어오라고”라며 아버지를 기다리지 못하고 하늘로 간 큰딸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막내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일도 언급됐다. 정호근은 5남매를 낳았지만 첫째 딸과 막내아들을 잃었다며 “막내는 내 품에서 죽었다. 막내가 아들, 딸 이란성 쌍둥이였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아들 둘에 딸 둘이면 됐지. 큰딸 아이가 축복을 내리는구나 싶었다. 애를 낳았는데 한 명은 건강한데 한 명이 치여서 비리비리하게 나왔다. 어디가 안 좋다고 수술해야 한다고 하더라. 그 작은 몸을. 수술을 했는데 피가 안 멎었다. 내 품에서 죽었다. 참 기가 막히는 일을 눈으로 보고 겪었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안겼다. 정호근은 첫 아이를 하늘로 보내고 충격에 빠진 아내가 극단적 생각까지 했던 일도 전했다. 당시 아내가 임신 7개월이었는데, 아이의 태동 덕분에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기러기 아빠 생활 17년 차인 정호근. 신내림을 받은 사실을 전화로 전했더니 아내가 전화를 끊어버렸다고 회상했다. 정호근은 “급기야는 이혼하자고 했다”며 “그때가 12월 중순 정도 됐는데 보름 후 다음해 1월 1일부터 손님을 받기로 했는데 집안이 편하지 않은데 내가 어떻게 손님을 보나 걱정하고 하루하루 기다렸더니 1월 1일 이틀 전에 전화가 왔더라. 열심히 하라고. 우리 가족들이 응원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후 정호근 가족들의 영상 편지가 공개됐다. 정호근의 아내는 “내가 옆에서 챙겨주지 못하니까 혼자서라도 잘 먹고 튼튼하게 있어야지 우리가 또 만날 때 행복해지겠지?”라며 남편을 걱정했다. 넷째 딸은 “아빠가 지금은 열심히 힘들게 일하시니 저는 (고마운) 마음 가지고 힘내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며 어머니와 함께 “아빠 파이팅!”을 외쳤다. 셋째 딸은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많이 보고 싶고, 많이 사랑해요”라며 아버지를 향한 사랑을 드러냈고, 둘째 아들은 “아빠가 무속인이 됐다는 그날부터 손가락질하고 사람들이, 욕도 많이 하고, 별 황당한 소리도 다 들으면서 나도 사실 기분이 나쁘고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컸었어. 증오와 원망이 너무 컸었어. 그런데 다 우리를 위한 희생이라는 걸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니까 우리는 공부만 열심히 하고 있을게. 저희는 항상 응원합니다. 파이팅”이라며 아버지를 향한 사랑,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 = KBS 1TV 방송 캡처]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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