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전 트리플크라운' 이재영 "코트로 돌아와 너무 행복했다"(일문일답)

[마이데일리 = 인천 이후광 기자] 여왕의 귀환이었다. 흥국생명 에이스 이재영이 복귀전에서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며 팀의 연승을 견인했다.

흥국생명은 2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KGC인삼공사와의 홈경기서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했다. 이날 결과로 7연패 뒤 2연승을 달리며 2위 GS칼텍스를 승점 7점 차로 추격했다. 시즌 12승 13패(승점 42). 5라운드를 2승 3패로 마쳤다.

이재영은 지난 1월 국가대표 차출 여파로 우측 무릎에 통증이 발생했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3주 정도 재활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고, 지난 1월 14일 IBK기업은행전부터 9경기 연속 결장했다. 그 사이 팀은 2승 7패로 부진하며 3위까지 떨어졌다.

역시 스타는 스타였다. 10경기 만에 코트를 밟았지만 감각은 죽지 않았다. 이재영은 이날 팀 최다인 26점(공격 성공률 33.92%)과 함께 후위 공격 5개, 블로킹 4개, 서브 에이스 3개로 역대 61호, 시즌 4호, 개인 1호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박미희 감독은 경기 후 “이재영이 평범한 아이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재영과의 일문일답이다.

-복귀 소감은.

“쉽지 않은 경기였다. 순간순간이 박빙의 승부였고 재미있었다. 경기를 이겨서 더 좋았다.”

-방송 인터뷰 때 울컥했는데.

“솔직히 울 뻔 했는데 울면 욕먹을까봐 참았다. 코트가 너무 그리웠다. 한 달 동안 쉬면서 많이 힘들었고 빨리 뛰지 못하는 게 너무 답답했다. 오늘 많이 행복했다.”

-서브가 집중적으로 날아왔는데.

“인삼공사는 항상 내게 많이 때린다. 난 오히려 받고 하는 게 재미있다. 받는 게 편하다.”

-트리플크라운은 예상했나.

“생각지도 못했다. 경기 끝나고 알았다. 사실 해도 안 해도 상관없다. 팀이 이기는 게 중요하다. 의미는 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오늘은 연타 공격이 많았는데.

“최선이었다. 한 달 조금 넘게 쉬고 공격 훈련에 참여한지 3일밖에 안 됐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완벽하게 하지 못했다. 몸이 완벽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옆에서 많이 도와준 덕분에 잘할 수 있었다.”

-복귀전 부담은 없었나.

“솔직히 질 것 같다는 걱정은 없었다. 주변에서 ‘부담은 없냐’, ‘3일 훈련하고 공격 가능하겠냐’ 우려했는데 부담은 없었고 코트에 서는 게 너무 행복하고 좋았다. 분위기를 더 띄우려고 하다 보니 우리가 좋은 경기력을 보인 것 같다.”

-현재 몸 상태는.

“아직 통증이 있다. 완벽하진 않다. 근데 쉰다고 낫는 것도 아니다. 완전히 재생되는 것도 아니다. 이왕 다친 거 내가 관리하면서 하는 수밖에 없다. 시즌을 포기한다고 안 아플 것이란 보장도 없다. 감독님이 나를 땡겨 쓴다고 욕하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감독님이 못 뛰게 했는데 내가 뛴다고 한 것이다.”

-동료들의 도움이 고마울 것 같다.

“김해란, 조송화 언니에게 고마웠다. 리시브 많이 흔들렸을 때 송화 언니가 정확하게 연결해줬다. 실수를 해도 감춰진 부분이 있었다. 중요할 때 루시아도 너무 잘해줬다. 그냥 다 미안하고 고마웠다.”

-공백기 연패를 보며 어땠나.

“집에서 경기를 다 챙겨보진 않았다. 후반쯤 마음이 괜찮아졌을 때 봤다. 처음에는 내 생각밖에 안 했다. 이전에 왼쪽 연골을 다쳐 1년을 쉬었다. 다시 안 좋게 될까봐 두려웠고 배구의 배자도 꼴 보기 싫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같이 해주지 못해 너무 미안했다. 언니들에게 빨리 가겠다고 힘내라고 했다. 힘든 시기 때 이성을 잃었는데 감독님 덕분에 이성의 끈을 잡았다.”

-공백기 연애 기사도 났는데.

“연애는 연애고 배구는 배구다.”

-봄배구를 향한 각오는.

“정규시즌 우승은 힘들어도 챔프전 우승은 꼭 하고 싶다. 힘든 만큼 좋은 날이 온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좋은 날이 분명 올 것이고 힘든 시간이 밑거름돼 예쁜 꽃이 피었으면 좋겠다.”

-공백기 뜨거운 관심이 어떻게 다가왔나.

“사람들이 나를 볼 때 눈높이가 높아진 것 같다. 이제는 20득점하면 못한 것이다. 기준치가 너무 높아져 초반에 너무 힘들었다. 15, 20점은 정말 못한 날이다. 난 아직 배울 점도 많고 해야 할 날이 많기 때문에 아직 멀었다. 스타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항상 이 마음가짐으로 하고 싶다.”

-김연경의 응원 메시지를 봤나.

“언니와는 쉴 때 한 번씩 연락했다. 좋은 말을 많이 해주고 그게 큰 힘이 됐다. 언니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괜찮아 잘 될거야’, ‘조금은 쉬어가라’ 등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해줘 고맙다.”

-재활을 진행 중인 김연경에게 응원 메시지를 남긴다면.

“솔직히 재활은 인내가 필요하다. 재활하면서 정말 힘들다. 멘탈이 무너지는데 언니는 그런 경험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언니는 잘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뭐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다. 잘했으면 좋겠다.”

-박미희 감독이 평범한 아이는 아니라는 말을 했는데.

“공을 이번 주에 처음 만진 셈이다. 지난주에는 단체 운동 없이 혼자 공 운동했다. 3일 훈련 동안 첫날 몸은 나쁘지 않았다.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더 나아져 자기 전에 오늘보다 내일 더 낫게 해달라고 했는데 진짜 괜찮았다. 앞으로 좋은날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재영. 사진 = 인천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