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워하던 오리온 추일승 감독, 예견된 자진사퇴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예견된 자진사퇴다.

오리온 추일승 감독의 자진사퇴는 농구계에선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김태훈 사무국장은 "감독님이 오래 전부터 힘들어하셨다. 자문 역할을 맡는다"라고 했다. 실제 추 감독은 기자에게도 몇 차례 "괴롭다"라는 말을 했다.

일단 올 시즌이 너무 꼬였다. 2017-2018시즌 SK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끈 테리코 화이트와 당시 오리온 골밑을 지킨 버논 맥클린을 영입하려고 했다. 그러나 무산됐다. 맥클린은 더 좋은 대우를 보장한 LG와 계약했고, 시즌 초반 퇴단했다. 이후 추 감독은 마커스 랜드리와 화이트 조합을 고려했으나 역시 물거품이 됐다. 결국 랜드리와 조던 하워드 조합으로 시즌에 들어갔다.

랜드리가 시즌 초반 부상으로 물러났고, 하워드는 기량 미달로 판명 났다. 급하게 올터 아숄루를 데려왔으나 역시 별 볼일 없었다. 결국 보리스 사보비치와 아드리안 유터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냉정히 볼 때, 둘 다 2옵션 급이다. 특히 유터의 경우 공수생산력이 너무 떨어진다.

팀의 근간이 돼야 할 외국선수가 안정적이지 못한데다, 허일영이 부상으로 장기 이탈했다. 최진수도 부상으로 빠진 시기가 있었다. 이승현도 수년간 대표팀을 다녀온 부작용으로 컨디션이 정상적이지 않았다. 한호빈이 급성장했지만, 10개 구단 중 가장 약한 가드진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환경. 최하위 추락은 당연했다.

어쨌든 추 감독은 스스로 모든 책임을 안고 오리온을 떠났다. 추 감독이 계약이 만료되는 올 시즌을 끝으로 떠날 것이라는 전망은 지난 시즌 중반부터 흘러나왔다. 본인 역시 "(김)병철(수석코치)이에게 넘겨줘야지"라고 수 차례 농담 삼아 말하기도 했는데, 결국 진심이 들어있는 말이었다.

이미 김병철 수석코치는 시즌 도중 작전시간에 몇 차례 직접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기도 했다. 구단도, 추 감독도 오리온에만 몸 담은 김 수석코치를 미래의 감독으로 일찌감치 점 찍어놨다. 다만, 올 시즌 부진으로 김 수석코치가 지휘봉을 잡는 시기가 조금 빨라졌을 뿐이다. 2년 전 임재현 코치, 조상현 코치와 재계약하지 않을 때 김 수석코치를 안고 간 이유이기도 하다.

이로써 추 감독은 지도자 FA 최대어가 됐다. 마침 올 시즌을 끝으로 오리온 포함 6개 구단이 감독과 계약이 만료된다. 풍부한 경험, 확실한 자신의 색깔이 있는 추 감독을 모셔갈 팀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한편, 추 감독은 대한민국농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오리온을 떠나는 것과는 별개의 일이다. 문성은 사무국장은 "경기력향상위원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오리온에서 물러난 추일승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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