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만을 위한 공모, 두 집 살림 자처할 WKBL 감독 있나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재계약은 안 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여자농구대표팀 이문규 감독의 전격 하차. 예상된 결말이었다. 이 감독은 18일 대한민국농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 회의에 참석, '최후의 발언'을 했지만, 대세를 뒤집지 못했다. 재신임 불발에 여러 이유가 있지만, 결국 이 감독의 '자업자득'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이제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사태 수습에 들어간다. 23일 이사회에서 이 감독의 재신임 불발이 확정되면, 공개모집을 한다. 서류전형과 면접 등의 절차를 거쳐 도쿄올림픽을 지휘할 단기 사령탑을 선임한다. 이후 대한체육회에 3월 18일까지 도쿄올림픽 예비엔트리를 제출한다.

추일승 위원장은 "WKBL 시즌이 올림픽이 열리는 시기(7월24일~)와 관계가 없기 때문에 WKBL 현역 감독 중 어떤 분이라도 기회를 드리겠다. 더 많은 인재를 확보해서 감독 선임을 하겠다"라고 했다.

본래 농구협회의 사령탑 공개모집에 WKBL 현역 사령탑이 지원하면 안 된다는 원칙은 없다. 다만, 그동안 6개 구단 감독들은 대표팀과 소속팀을 동시에 이끄는 것에 큰 부담을 느껴왔다. 실제 작년 11월 프레 퀄러파잉토너먼트와 2월 퀄러파잉토너먼트는 시즌 중에 열리기도 했다. 때문에 최근 대표팀 공개모집에는 야인들이 지원했다. 이 감독도 그렇게 선임됐다.

그럼에도 추 위원장이 이 부분을 강조한 건, 올림픽이 시즌과 겹치지도 않고 올림픽을 준비할 시간도 넉넉하지 않은 현실을 고려했다. WKBL 선수들을 잘 알고 현장감각이 있는 6개 구단 감독에게 SOS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 KB 안덕수 감독, 하나은행 이훈재 감독, 신한은행 정상일 감독,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 BNK 유영주 감독 중 실제 공개모집에 지원할 사령탑이 나올지 관심사다. 즉, 12년만에 출전하는 올림픽을 위해 소속팀에 약간의 손해를 안기고 국가에 봉사할 감독이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성적에 민감한 금융업계 특성을 감안할 때, 구단 고위층은 단 한 시즌 성적이 나빠도 감독을 그냥 두지 않는다. 올림픽은 시즌과 겹치지 않지만, 6개 구단 감독은 현실적으로 비 시즌 준비가 더 중요하다. 현 시점에서 6개 구단 감독의 속마음을 알 수 없다. 만약 복수의 감독이 지원하면, 자연스럽게 역량을 비교 당하게 된다.

야인들에게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 이 감독도 공모에 지원할 수 있다. 이 감독은 경기력향상위원들에게 일련의 사태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했다는 게 추 위원장의 전언이다. 그만큼 이 감독은 도쿄올림픽까지 지휘하겠다는 의사가 강했다.

다만, 최근 농구협회가 감독 검증 및 평가 방식에 변화를 줬다.(14일 보도-경력↓능력↑, 농구대표팀 감독 검증·심사 방식 변경)경력, 수상 등 정량평가 비중을 낮추고 전략 및 전술, 비전제시, 면접 등 정성평가 비중을 높였다. 바뀐 검증방식은 사령탑의 스펙, 경력보다 능력에 집중한다. 이 감독이 공모에 지원할 경우 결말은 비교적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또 하나. 이번 사태를 통해 또 한번 한국여자농구의 장기플랜 수립은 갈 길이 멀다는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박지수(KB)도, 강이슬(하나은행)도, 박혜진(우리은행)도 제대로 된 A매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은 감독 한 명도 장기플랜에 맞춰 선임하지 못한다. 농구협회의 진정한 역량을 확인하려면, 공모가 아닌 직접 협상이 필수다. 하지만, 엄두를 내지 못한다. 문성은 사무국장은 "대한체육회 규정상 지도자는 공개채용을 해야 한다고 명문화 돼 있다"라고 했다.

도쿄올림픽에서 어떤 감독이 어떤 성적을 내든, 한국여자농구의 5~10년 미래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추 위원장은 "여자대표팀에 대한 지원이 미흡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사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도록 건의하겠다"라고 했다.

[WKBL 6개 구단 감독과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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