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사람이 좋다' 영기, 긴 무명 생활→크론병 극복→전성기 시작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기의 파란만장 인생사가 공개됐다. 시련을 극복, 현재는 꽃길이 열리는 중.

18일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는 MBC 17기 공채 개그맨으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 영기의 이야기로 꾸며졌다.

개그맨 생활로는 생계가 막막했고, 안 해본 일 없이 6년을 버텼다는 영기. 고명환은 “사실 우리는 우리 나름의 길을 다 개척해서 자리 잡고 사는데 영기만 힘든 단계였다. ‘미스터트롯’에 나와서 무대에 서는데 너무 좋았다”고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사실 영기는 ‘미스터트롯’ 출연을 망설였고, 이를 독려한 이들이 개그맨 선배들이었다고.

사실 영기는 자신이 불렀던 트로트 ‘한잔해’로 생각보다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영기는 “‘한잔해’라는 노래는 아는데 영기라는 사람을 모르는 것”이라며 “제작자분이랑 저랑 의견이 좀 부딪히더라. 그래서 이별하게 됐다”고 말했다. 어느 순간 영기가 불렀던 ‘한잔해’는 다른 가수의 노래가 되어버렸다고. 영기는 “많이 힘들었다. 두 번 다시 이쪽으로 오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날 방송에서 약들을 보여준 영기. 그는 “염증 완화제, 크론병약 매일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크론병 진단을 받은 영기는 소장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고.

영기는 “배가 아파서 변을 보러 화장실에 갔다. 약간 냄새가 이상해서 변기를 봤더니 다 피더라”라며 “한 열 번 정도 다 피만 나왔다. 그래서 마지막 열 번째에 화장실에서 쓰러졌다. 어지러워서”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왜 나한테만 자꾸 이러나 열심히 살았는데. 그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절망감, 짜증, 억울. 왜 나한테… 그런데 그것도 금방 사라지더라. 안 죽은 게 어디야 싶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안겼다.

매달 한 번 있는 정기 검진날. 병원을 찾은 영기는 “크론병은 완치가 없고 괜찮은 상태로 만들어서 유지를 하는 게 최선이기 때문에 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검진 결과, 여전히 염증이 남아 있어 다음 검사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형 집을 찾아간 영기. 형제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렸다. 평범하고 성실한 회사원이었던 아버지가 도박과 술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식구들은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고. 영기는 눈이 벌게진 채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경제적인 도움을 거의 안 주셨다. 맞았던 기억은 있는데, 자주 맞았으니까… ‘이럴 거면 나가서 살자’ 그래서 엄마랑 형이랑 셋이 나와서 여관 가서 자고 학교 가고… 그런데 그것도 일상이었다”고 털어놨다.

영기는 어머니가 있는 고향도 방문했다. 그가 간 곳은 소방서. 어머니가 이곳에서 청소 일을 하는 것. 어머니가 쉬는 곳을 본 영기는 속상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영기는 “제가 성공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가 엄마다. 엄마가 너무 누리지 못하고 살아왔다. 브랜드 아파트, 거실에 소파 있는 집에 한 번쯤은 살아보시고 돌아가셔야 할 거 아니냐”며 “그거 해드려야죠 제가”라고 효자 면모를 보였다.

영기가 고향에 왔다는 소식에 친척들도 모였다. 이 자리에서 영기의 어머니는 “애들 아빠가 많이 아팠다. 알코올중독이라 병원 생활도 10년 넘게 했다”며 “술 마시고 성질나면 집에 와서 자는 애들을 다 깨워서 때렸다. 다 힘들었다. 온 가족이. 솔직히. 그래서 애들이 하고 싶은 것도 제대로 못 해보고 컸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아버지의 상태가 나빠져 어머니가 생계도 책임져야 했다고. 영기는 “엄마가 자주 쓰는 단어는 영세민. 제가 기억하기로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였다. 저희는 항상 기초생활수급대상자였다”며 “엄마가 버는 것이 얼마 안 되지만 그래도 나라에서 조금 도와주시니까 그렇게 해서 조금씩 살았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영기의 어머니는 “불쌍하다. 부모 잘못 만나서 진짜 이렇게 고생하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미안하기도 하고”라며 눈물을 삼켰다.

또 “내가 부모 돼서 뭐 해준 것도 없고 저렇게 아들이 아파서 애먹고 있고. 못난 부모 만나 고생하다 병 얻었지 싶기도 하고 그랬다. 내가 형편이 되면 가서 밥이라도 챙겨주고 이랬으면 저렇게 아프지는 않았을 텐데 싶기도 하고 진짜 별생각이 다 들었다”며 눈물을 흘려 먹먹함을 안겼다.

이날 방송에서는 데뷔 13년 만에 생긴 팬클럽과 만난 영기의 모습도 담겼다. 행복해하는 그의 모습이 안방극장에 훈훈함을 선사했다.

[사진 = MBC 방송 캡처]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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