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고운 디자이너 “이방카 ‘고엔제이’ 세 번이나 입어, 모던한 여성스러움 추구”[MD인터뷰]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2019년 6월말 내한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 딸 이방카는 정고운 디자이너의 ‘고엔제이’를 입었다. 이방카 원피스로 단숨에 유명해졌다. 한번만 입었으면 더 이상 화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방카는 미국 캔자스 시티 아동복지시설을 방문에 이어 지난 1월 31일(현지시간) 백악관 행사에서도 ‘고엔제이’를 입었다. 이 정도면 ‘고엔제이’ 팬이다.

“이방카가 입은 의상은 드레스인지, 코트인지 경계가 모호한 옷이죠. 모던한 느낌을 더 살렸어요. 프라다, 구찌, 지방시 등 전 세계 명품을 판매하는 사이트 ‘파페치’에서 구매했더라고요.”

이 원피스는 '스카이캐슬'의 염정아도 입었을 정도로 유명인이 즐겨 찾는다.

세계적 셀럽 이방카가 사랑하는 ‘고엔제이’

정고운 디자이너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패션 디자이너를 꿈꿨다. 프랑스로 건너가 샤르동 사바, 스튜디오 베르소에서 공부했다. 프랑스에서 열심히 패션을 공부하고 있을 무렵, 부모님이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2’ 참가를 권유했다. 최종 3인에 선정돼 3개월간 경쟁자들과 실력을 겨뤘다. 결국 우승상금 7,000만원을 거머쥐었다.

“상반된 것에서 오는 조화로움을 좋아해요. 당시에 평면적인 아름다움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죠. 벽화는 단순한 선으로 이뤄졌잖아요. 그것을 주름으로 표현해서 걸을 때 흔들거리면 입체적으로 멋있겠다고 판단했죠. 미니멀한 벽화이지만, 움직일 때 풍성한 아름다움을 줄 수 있잖아요.”

‘프런코2’ 우승상금 7천만원으로 ‘고엔제이’ 론칭

‘프런코2’ 우승 이후 서울시가 후원하는 창작 스튜디오에서 일하다 2012년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작업실을 얻어 본격적으로 ‘고엔제이’를 론칭했다. 섬세한 여성스러움을 건축학적 패턴으로 표현했다. 무엇보다 옷을 입고 움직일 때 더 멋있고 아름다운 옷이라는 입소문이 났다. 입체적인 미학을 추구한 결과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오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대부분의 온라인숍들은 180개국에 배송되고 판매가 됩니다. 특정 국가가 아닌 다양한 곳에서 고엔제이를 입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저로서는 흥분되고 기쁜 일이죠.”

100만 달러 수출탑 수상, 글로벌 브랜드로 우뚝

2014년부터 이탈리아의 ‘리카르도 그라시’ 세일즈쇼룸과 계약을 맺고 글로벌 시장에 저변을 넓혀갔다. 이곳을 통해 백화점 ‘바니스뉴욕’ 전 지점을 시작으로 버그도프굿맨, 온라인 편집숍 네타포르테, 파페치, 샵밥, 육스 등 약 70개 이상 리테일러에 입점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2017년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수상자로 뽑혔다. SFDF는 한국 신진 패션디자이너들을 발굴해 후원금 10만달러 및 국내외 홍보를 비롯한 전문적인 후원을 제공하는 공익사업이다.

2018년엔 100만달러 수출탑을 받았다. 그해 12월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5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사패를 받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디자인·로고 베껴서 이득 취하는 사람들 사라져야 한국패션 발전

큰 위기 없이 성장했지만, 자신의 창작물을 ‘표절’해 이득을 취하는 한국 패션계의 고질적 문제는 늘 발목을 잡는다. 밤새도록 고민한 디지인을 베껴서 10분 1도 안되는 가격에 팔아 이득을 챙긴다. 심지어 파리의 쇼룸까지 찾아와 똑같이 카피해서 파는 현장을 목격했다.

“디자인과 로고까지 똑같이 베끼더라고요. 그들이 더 많은 돈을 벌어요. 저는 주문받은 만큼 소량으로 제작하는데, 그들은 저가로 엄청나게 팔아요. 참다 못해 소송까지 걸었어요. 한국 패션계가 발전하려면 표절 문화가 사라져야합니다.”

자체 온라인몰 만들어 판매 루트 확대할 것

그는 올해 자체 온라인몰을 만들 계획이다. 올 봄에 신사동 매장도 정식 오픈한다. 1년에 네 차례 해외에 나가 세일즈할 때마다 유럽 곳곳의 디자이너 브랜드 숍을 보고 마음을 뺏겼다. 언젠가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숍을 서울에서 오픈하는게 꿈이다.

“해외 나가면 발가락에 멍이 들 정도로 돌아다녀요. 디자이너는 새롭게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찾아야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폭넓게 돌아다니고 보는 수 밖에 없어요. 그것만이 패션 디자이너가 살 길입니다.”

[사진 = 고엔제이. AFP/BB NEWS제공]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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