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색 배제!"…'정직한 후보' 라미란x김무열, 웃기려고 작정한 코미디 [MD현장](종합)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작정하고 웃긴다. 2월 극장가를 사로잡을 역대급, 유력 당선 후보다.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정직한 후보'(감독 장유정) 언론시사회가 열려 장유정 감독을 비롯해 배우 라미란, 김무열, 윤경호, 장동주가 참석했다.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물로, 앞서 '김종욱 찾기'(2010) '부라더'(2017)를 연출하며 재기발랄하고 창의적인 스토리텔링 능력을 자랑한 장유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2014년 개봉해 브라질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동명의 브라질 영화를 원작으로 한 이번 영화는 장 감독의 섬세하고 위트 있는 연출, 남다른 상상력이 빚어낸 웃음 폭탄 코미디 그 자체다.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주상숙의 촌철살인 팩트 폭격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주는 웃음과 더불어 답답한 현실에 대한 대리만족도 선사하며 속 편히 웃을 수 있다.

이날 장 감독은 "브라질 영화를 원작으로 하다 보니 이 영화가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는 지점이 생기더라. 코미디는 정서나 문화적으로 코드가 비슷해야 잘 웃길 수 있다. 하지만 브라질과 한국은 문화적, 정치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현실에 안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며 "설정이 판타지였기 때문에 그 외의 에피소드들은 현실적으로 확보하자는 생각이었다. 정치 풍자적인 부분도 브라질과 저희의 잣대가 다르다. 한국적인 실정에 맞춰 변형시킨 게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남자 대통령 후보였던 원작 캐릭터와 달리 여자 국회의원으로 성별을 바꾼 것에 대해서는 "여자 국회의원으로 바꾸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지 않았다. 남자 대통령 후보가 원작에 나오다 보니 자연스레 그에 맞게 생각했는데, 시나리오를 바꾸면서 이걸 연기하기가 쉽지 않겠구나 느꼈다. 그걸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은 남녀노소 불구하고 라미란 배우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여자 국회의원으로 바꾸고 싶어서 바꾼 게 아니라 라미란 배우님을 캐스팅하고 싶어서 바꿨다"고 설명했다.

또 실제 선거운동을 연상케 하는 리얼한 연출은 극에 대한 몰입을 돕기도 했다. 실제로 장 감독은 선거관리위원회부터 정치계 전문가들에게 끊임없이 자문을 구하고 국회의원과의 인터뷰, 영화 제작부 내 '팩트체크'팀 개설 등 만반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장 감독은 "제일 먼저 찾아본 건 여의도에 있는 의원회관이었다. 6개 당의 대변인, 보좌관 등을 만나서 인터뷰를 지속적으로 했다. 에피소드들을 모두 담을 수는 없었다. 저희가 또 운 좋게도 프리 기간에 보궐선거가 있었다. 그래서 선거운동을 다 지켜볼 수 있었다"고 비화를 밝혔다.

무슨 캐릭터든 자신만의 개성으로 되살리는 데 능한 라미란은 대한민국 최고 거짓말쟁이에서 직장, 가족, 전 국민에게까지 거짓말을 못하게 된 '뻥쟁이' 국회의원 주상숙으로 분했다. 주상숙은 거짓말을 잃어버린 이후 지나치게 솔직하고 대놓고 뻔뻔하지만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진실의 주둥이'다.

이날 주상숙에 빙의한 듯 연신 입담을 과시하던 라미란은 지난해 '걸캅스'로도 관객을 만났던 바다. 그는 "'걸캅스'와는 장르적으로 차이가 있다. '걸캅스'를 코미디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했다. 되게 진지하게 접근했던 영화였다. 이번 영화는 대놓고 코미디를 표방하는 작품이다. 그런 것에 집중을 했다"며 "정말 최선을 다 해서 웃겨보자는 마음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정치 부분을 생각하지 않았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연관 지어 생각하지 않았다. 이 직업만의 씁쓸함이라고 하기 보다는 모두가 가진 거라고 본다. 살면서 자기도 모르게 하는 소소한 거짓말부터 큰 거짓말까지 있지 않겠나.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이 가진 딜레마가 분명히 있을 거다. 저는 주상숙이라는 인물이 처한 상황에 놓여있길 바랐다. 예고편이 공개된 이후 당 색깔부터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던데,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놓고 코미디라고 하는 것이다. 편견이나 선입견을 안 가지고 보시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제대로 된 코믹 연기를 선보이게 된 김무열은 열정으로 똘똘 뭉친 열정 부자 보좌관 박희철 역을 연기했다. 무대를 종횡무진하던 그는 주상숙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프로페셔널한 면모를 자랑하면서도 '뻥쟁이' 의원을 지키기 위해 온몸을 내던지는 짠한 반전매력을 선사한다. 라미란과의 뛰어난 케미는 물론,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웃기다.

영화에서 이렇게 웃기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 건 처음이라고 너스레를 떨던 김무열은 "요즘은 여느 때보다 다들 정치에 대한 관심이 크다. 그래서 그런 방식으로 저희 영화에 접근하시면 실망하실 것 같다. 저는 오늘 영화를 처음 봤는데, 주상숙이라는 사람에 집중하게 됐다. 여기서 벌어지는 상황들에 웃음이 많이 났다.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자신을 다시 만나게 되는 한 인간의 이야기라고 본다. 라미란의 미친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나문희는 손녀인 주상숙(라미란)의 거짓말로 인해 숨어 살게 된 츤데레 할머니 김옥희 역할을, '완벽한 타인'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던 윤경호는 주상숙의 외조 전문 허세 남편 봉만식으로 분했다. 신예 장동주는 주상숙의 아들이자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봉은호를 연기했다.

윤경호는 "재미가 없으면 감독님에게 바로 호출을 받았고 교무실로 불려가 혼나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더 웃음이 나더라. 혼나면 혼날수록, 진지해서 웃음이 났다. 정말로 유쾌했던 건 카니발 안에서 김무열, 라미란 씨와 할 때였다. 그 날 끝나고 체육대회를 하기로 했던 날이라 모두가 유일하게 즐거웠던 것 같다. 다른 날들은 사뭇 진지하게 했다"라고 말해 현장의 유쾌한 분위기를 엿보게 했고 장동주는 "스크린에 제가 등장하고, 이 자리에 설 수 있어서 너무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전해 추후 활약을 기대케 했다.

무엇보다 장 감독은 "정직이라는 게 어른이 되고 위치가 높아질수록 굉장히 어렵다고 본다. 하물며 3선 국회의원이면 얼마나 어렵겠나. 그런 거짓말을 전혀 못하고, 지나치게 정직하면서 일어나는 일들로 정직의 가치를 돌아보길 바랐다"며 "21대 총선에 나오는 정당의 색은 모두 배제했다. 특정 정당에 대한 비판처럼 보일 수 있어서 다 배제했다. 빨간색과 파란색, 극단적으로 사용되는 컬러를 합친 것은 맞다. 보라색은 또 아이러니하게 고귀함이다. 숭고한 정신이 나오길 바랐다는 생각을 나중에 하긴 했다"고 덧붙이며 영화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밖에도 온주완, 조한철, 윤세아, 오만석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출연해 극에 신선한 재미를 더했다. 배우들과 제작진, 이들의 환상적인 앙상블이 빚어낸 '정직한 후보'는 오는 2월 극장가를 웃음으로 장악할 전망이다. 오는 2월 12일 개봉.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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