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봉준호 美 베니티페어 커버 장식 “강박증 심해, 영화 덕분에 살아간다”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봉준호 감독이 미국 잡지 베니티페어의 커버를 장식했다.

베니티페어는 27일(현지시간) 봉준호 감독과 나눈 장문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인터뷰는 싱가포르 출신 여성 감독 산디 탄이 진행했다.

봉 감독은 “옷이 너무 작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전달이 잘못 됐는지, 봉 감독의 사이즈와 맞지 않아 내내 꽉 낀 상태에서 인터뷰를 했다.

대구의 미군 부대 근처에서 성장한 그는 9살 때 서울로 올라왔다. 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에 민주화운동의 성지였던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에 입학한 이후 1992년 ‘옐로우 도어’라는 영화동아리에서 영화광인 아내를 만났다.

그는 “그녀는 나의 첫 번째 독자였다”면서 “대본을 완성하고 그녀에게 보여줄 때마다 너무 두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의 허우샤오시엔, 에드워드 양의 영화를 좋아했고,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아트 호러 ‘큐어’는 늘 좋아하는 영화라고 전했다. 이어 “켈리 레이차트 감독의 ‘웬디와 루시’는 영화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오프닝 신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자신을 “매우 운이 좋은 세대”라고 평했다. 그는 “충무로 제작사들이 순수했고, 감독을 보호하려는 공격적인 프로듀서들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지미 팰런 쇼’에 출연할 때 무서웠다는 후일담도 들려줬다. 한국에서도 영화 홍보할 때 TV에 나가지 않고 라디오에만 출연하는데, 시청률이 높은 토크쇼에 나가는 것이 “억지로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의 심정이었다”고 했다.

봉 감독은 “훌륭한 홈 씨어터 시스템을 갖춘” 김지운 감독 집에서 DVD를 많이 봤다고 했다. 이어 “정신과 의사는 내가 심각한 불안이 있고,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강박적인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면서 “하지만 영화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차기작 두 편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하나는 서울 배경의 공포영화, 다른 하나는 2016년 영국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어영화다.

한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 감독, 각본, 국제장편, 편집, 미술상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현재 샘 멘데스 감독의 ‘1917’과 작품상을 높고 경합 중이다. 국제장편상을 떼놓은 당상으로 감안한다면, 최소 2개 부문 이상의 다관왕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사진 = 베니티 페어]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