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창대하였으나…, '99억의 여자' 배우만 남은 종영 [김미리의 솔.까.말]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99억의 여자’를 초반부터 본 팬이라면 ‘용두사미’라 말하지 않을까.

23일 밤 KBS 2TV 수목드라마 ‘99억의 여자’(극본 한지훈 연출 김영조) 마지막회가 방송됐다. 이날 방송은 정서연(조여정)과 강태우(김강우)가 레온에게 복수하고, 정서연이 타히티로 떠나며 끝을 맺었다. 정서연과 강태우의 뜨뜻미지근한 결말, 그동안의 난리통에 비하면 단순하다 느껴질 만한 레온과 홍인표(정웅인)의 죽음. ‘99억의 여자’를 첫회부터 봐 온 시청자들이 켜켜이 쌓아 온 감정들을 해소하기에는 다소 마뜩잖은 마무리였다.

이는 초반 ‘99억의 여자’가 한껏 높여 놓은 기대감 때문이기도 하다. ‘99억의 여자’는 첫 방송 이후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단숨에 주목할 만한 수목드라마로 떠올랐다. 강렬한 스토리, 임팩트 있는 캐릭터. 빠른 전개와 쫄깃한 텐션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호평이 쏟아졌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이런 매력들은 사라졌다. ‘의리로 봤다’는 일부 팬들의 반응이 그 반증. 정서연의 캐릭터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예견된 바이기도 했다. 홍인표에게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돈을 탐냈던 정서연이 돈 때문에 홍인표와 손을 잡기 시작할 때부터, 이 과정에 공감이 안 됐던 그 순간부터, ‘99억의 여자’는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돈이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으로 옮겨가는 과정이 치밀했던 것도 아니고, 이 상황들이 다소 번잡스럽게 느껴졌으며, 서스팬스 스릴러라는 장르적 매력이 반감됐다. 그렇다고 멜로가 치명적인 것도 아니었다. 일각에서 스토리가 산으로 간다, 인물들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평도 뒤따랐다. 부족한 개연성을 채워 나간 건, 배우들의 연기력이었다.

정웅인의 연기는 ‘2019 KBS 연기대상’에서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가 조연상을 수상했음에도 이견이 없을 만큼 훌륭함 그 자체였다. 소름 돋는 연기는 마지막회에서 사이코패스 홍인표가 ‘알고 보니 순정남’이라는 설정마저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조여정과 김강우의 케미도 뛰어났다. 멜로신이 아쉬운 팬들이 있다면, 이는 대본이 아닌 두 사람의 케미 때문일 것. 여기에 걸크러쉬 오나라와 불륜남에서 애처가로 돌변한 이지훈, 포스 가득했던 길해연 등 배우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사진 = KBS 2TV ‘99억의 여자’ 제공, 방송 캡처]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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