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양현의 확신, 구속보다 무브먼트&제구력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힘을 빼고 던지니 무브먼트가 좋아졌다."

우완 언더핸드 양현(28)은 2019년 키움 불펜에 없어선 안 될 존재로 거듭났다. 29경기서 1승1홀드 평균자책점 1.99를 기록했다. 2011년 데뷔 후 가장 좋은 시즌을 보냈다. 한때 양훈(前 한화)의 동생이라는 수식어가 꼭 붙었지만, 이젠 굳이 그럴 필요 없이 존재감이 커졌다.

양현을 최근 개인훈련 중인 서울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났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형(양훈)은 '무리하지 말고 꾸준히 해라', '안 아픈 게 최고다'라면서 격려를 많이 해준다"라고 덧붙였다.

2019년 성적을 "정말 운이 좋았다. 수비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라고 돌아봤다. 실제 양현 같은 유형은 수비수들의 도움을 받아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포심 스피드가 130km대 후반이다. 타자들을 압도하는 공은 아니다.

지난 시즌 양현은 키움 내야 수비수들과 궁합이 잘 맞았다. 특유의 투심패스트볼이 위력적이기도 했다. 장정석 전 감독은 양현을 두고 "130km대를 벗어나지 않는데 140km 이상 나오는 느낌이다. 공이 뜨지 않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홈플레이트에서 움직임이 심한 투심패스트볼이 제대로 들어가면, 타자들이 정타를 만들어내는 건 쉽지 않았다. 양현 역시 "스피드보다는 무브먼트가 중요하다. 그리고 제구력이다. 그게 내 무기다. 스피드는 그렇게 큰 욕심이 없다"라고 했다.

공인구 반발계수가 낮아지면서 타자들이 정확한 타격에 신경을 쓰는 추세다. 그래서 투수들은 확실한 변화구 무기가 있어야 생존에 유리하다. 양현이 그랬다. 투심의 무브먼트만큼은 확실히 인정 받았다.

양현은 "시즌 중반 힘들 때는 무브먼트가 좋지 않았다. (이)지영이 형이 힘이 떨어지니 팔이 올라간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힘을 빼고 던지니 무브먼트가 살아났다"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이 팀에 오면서 포심 대신 투심을 주무기로 삼은 게 컸다"라고 덧붙였다.

양현은 지난해 세 차례 '오프너'로 등판했다. 7월7일 고척 롯데전서는 단 28개의 공으로 3이닝을 소화했다. 2피안타 1탈삼진 1볼넷 무실점. 제구력이 좋아지면서, 적은 공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투수로 거듭난 걸 입증한 경기였다.

그는 "처음에는 긴장했는데, 코치님들이 중간에서 던지던대로 던지라고 했다. 짧게 전력으로 던지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올해 오프너를 또 시켜준다면, 당연히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본인에게도 좋은 경험이었다.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도 3경기에 등판, 1⅔이닝 무실점에 홀드도 1개 따냈다. 양현은 "홀드 상황이 아직도 기억 난다. 두산은 타자들이 잘 치는 팀이다. 우리가 아쉽게 졌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키움도 우승을 생각한다"라고 했다.

양현은 2020시즌 연봉이 60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올랐다. 좋은 기분, 충분한 동기부여로 새 시즌을 준비한다. 키움 불펜은 올 시즌에도 양현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양현은 "아직 1군에서 풀타임으로 활약한 적이 없다. 풀타임 활약을 꼭 하고 싶다. 투심도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으려고 한다. 최근 운동을 하면서 3~4kg을 뺐는데, 앞으로 3~4kg 정도만 더 빼면 적정체중이 된다"라고 말했다.

[양현. 사진 = 고척돔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co.kr,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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