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주' 배정남 "망가지는 거? 두렵지 않아…전 자신 있어요"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이번에 발걸음을 뗐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더 나아졌다고 해주고, 저도 자신이 있습니다."

배우 배정남(37)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감독 김태윤/이하 '미스터 주') 관련 라운드 인터뷰를 개최해 영화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및 배우 배정남에 대한 각종 이야기를 공개했다.

'미스터 주: 사라진 VIP'는 국가정보국 에이스 요원 태주(이성민)가 갑작스런 사고로 온갖 동물의 말이 들리면서 펼쳐지는 사건을 그린 코미디. '어느 날, 동물들의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란 기발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사람과 동물의 합동수사'라는 독특한 스토리를 접목한 영화는 예상하지 못한 재미를 선사한다. 배우 이성민은 안정적으로 극을 이끌며 내공을 톡톡히 발휘했고 김서형은 기존 역할과 상반된 허당기로 색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이 가운데, 배정남은 주태주의 부하 직원이자 열정이 다소 과다한 미운 우리 요원 만식을 연기했다. 영화 '보안관'(2017),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2018) 등으로 대중에게 연기자로서 눈도장을 찍은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신스틸러 노릇을 했다.

이전보다 부담감과 책임감이 훨씬 더 커졌다고 털어놓던 배정남은 "예전과 기분이 다르다. 이제는 조금 더 성숙해져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 때는 그냥 마냥 좋았다. 현장이 좋았고, 개봉을 하니 좋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해맑은 애였다면 지금은 조금 어른이 된 것 같다"며 "앞으로 계속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건 말씀드릴 수 있다. 지금은 아쉬운 게 많다.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싶다. 많은 공부가 됐다. 이젠 '열심히 해야지'가 아니라 '잘해야지'라고 생각한다. 열심히만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영화 '보안관'(2017)에서 이성민과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배정남은 '미스터 주'를 통해 재회했다.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 등으로 돈독한 선후배 케미를 자랑했던 두 사람. 배정남의 '미스터 주' 출연도 이성민의 추천으로 시작됐다. 추천을 받은 김태윤 감독은 배정남과 미팅을 가졌고, 우여곡절 끝에 그를 캐스팅했다.

이와 관련해 배정남은 "감독님에게 동물 목소리라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시나리오를 보내주시더라. 그러고 나서 만났다. 천진난만한 제 모습을 좋게 봐주셨던 것 같다. 캐릭터가 정상이 아니라 그렇다. 많은 걸 내려놓아야 하는 캐릭터라 캐스팅이 어려웠던 듯 했다. 저는 조금이라도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그저 '진짜 잘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바보이지만 그래도 본성은 착한 캐릭터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성민에 대한 깊은 애정도 표현했다. 배정남은 "형을 알기 전에는 존경하는 배우였다. 그런데 인간적인 모습이 정말 좋더라. 위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현장에서 사람들에게 베푼다. 안 그런 사람들도 많은데, 형은 진짜다. 영화판에서 소문도 좋다. 이끌어주고, 팀마다 회식도 다 시켜주셨다. 요즘에 저런 사람이 있을까 싶다. 보면서 많은 걸 배운다. 잘 되면 잘 될수록 형님이 하시는 것처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게 더 멋있다고 생각한다"고 감탄했다.

그러면서도 "잘 맞는 게 정말 이상하다. 서로 성격도, 캐릭터도 아예 다른데 신기하게 잘 맞는다"며 "'보안관' 때는 형과 말을 맞추는 씬이 없었다. 이번에는 정말 호흡이란 걸 처음 해봤다. 감독님이 오케이하셨는데, 형이 한번 더 하라고 하기도 했다. 그게 정말 고마웠다. 저는 한번 더 하고 싶어도 그런 말을 못한다. 더운 곳에서 고생하시는데 그런 말을 하기가 미안했다. 그래서 형한테 고마웠다. 이번에 더 많이 배웠다"고 고마워했다.

이날 배정남은 말 한 마디도 신중하려 애썼다. 자신의 멘트를 계속해서 재확인하는가 하면, 실수는 없었는지 걱정했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배정남은 "처음 연기할 땐 그냥 마냥 좋았다. 그 땐 실수를 해도 좋게 봐줬지만, 이젠 그런 위치가 아니다. 그래서 더 많이 신중해졌다. 제 말 한 마디에 다른 사람들이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신중해지고 차분해졌다. 사투리도 덜 쓴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잦은 예능 출연, 작품 속 감초와 같은 역할 등은 배정남에게 친근하고 유쾌한 이미지를 선사했다. '모델' 배정남이 아닌, 연기자 배정남으로 인식하게 한 계기도 됐다. 다만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야 하는 배우에게는 고정된 이미지가 마냥 달갑진 않을 터. 그러나 배정남은 "굳이 예능과 배우를 나눠야 한다면 예능형 배우다. 한 가지로 규정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모델 이미지였다. 이건 제가 말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거다. 예능 하면 예능인이고, 작품을 찍을 땐 배우다. 그냥 사람들이 보는 대로 보는 게 편하다"라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제가 망가지고, 모자라 보여도 좋아하지 않겠나. 그래서 코미디가 좋다.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잘 되면 잘 될수록 단순무식하게 살자는 생각이다"며 "다른 사람들이 제가 뭘 하면 잘 웃더라. 복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은 하고 싶어도 못 가질 수 있는 것이지 않나. 멋있는 캐릭터도 당연히 하고 싶지만 지금 당장 바꾸려고 하면 보는 사람들도 못 받아들일 거다. 이제 걸음마 단계다. 실망을 안 시켜드릴 자신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정남은 "이번에 발걸음을 뗐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한 뒤 차기작을 찍을 때, 사람들이 '더 나아졌다'고 해주셨다. 그만큼 저도 자신이 있다. 안 맞으면 관둬야 한다"며 "저보고 '캐릭터 배우'라고 하는데, 잘하는 걸 하고 싶다. 억지로 안 맞는 걸 급하게 하고 싶지 않다. 즐기면서 하고 싶다. 다양한 캐릭터도 많이 하고 싶다. 아직 못 보여준 게 많다. 올해 개봉하는 영화들도 있지만, 그 안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제 이미지를 깨줄 자신이 있다"고 남다른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오는 22일 개봉하는 '미스터 주'는 영화 '히트맨'(감독 최원섭),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 등 쟁쟁한 한국영화와 경쟁한다. 흥행 욕심을 묻자 배정남은 "흥행이 제발 잘 되면 좋겠다. 예전에 뭣 모를 때는 '700만~800만 되겠네'라고 했다. 하지만 역할도 커지고 올라가니 겸손해지더라. 천만을 외치다가 500만이라도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계속 겸손해진다"라고 전해 폭소를 자아냈다.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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