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 "행복했고 흐뭇했던 '미스터 주'…가족 영화 많이 생겨나길"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배우 이성민(52)이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성민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감독 김태윤/이하 '미스터 주') 관련 라운드 인터뷰를 개최, 각종 이야기를 털어놨다.

'미스터 주: 사라진 VIP'는 국가정보국 에이스 요원 태주(이성민)가 갑작스런 사고로 온갖 동물의 말이 들리면서 펼쳐지는 사건을 그린 코미디. '어느 날, 동물들의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란 기발한 콘셉트에 '사람과 동물의 합동수사'라는 독특한 스토리를 접목한 영화는 예상하지 못한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앞서 '또 하나의 약속', '재심' 등 사회 비판적인 영화들을 연출하며 사회 문제를 통찰하는 날카로운 시선은 물론, 묵직한 감동과 뜨거운 진심을 담아 주목받았던 김태윤 감독이 새롭게 도전한 코미디 영화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이성민은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득템'한 국가정보국 에이스 요원 주태주로 분해 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나갔다. 영화 '공작', '보안관', '목격자', 드라마 '미생'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열연해온 그는 압도적인 연기 내공으로 판타지 설정에도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능청스러운 일상 연기는 물론, 극중 파트너인 엘리트 군견 알리와도 완벽한 코믹 호흡을 자랑했다.

이날 이성민은 출연 계기를 묻자 "재미있을 것 같았다. 한국에 잘 없었던 작업 방식이라 해보고 싶었다. 이야기도 마음에 들었다. 영화가 신기하고 귀여운 작업이었다. 김태윤 감독이 연출한다고 해서 기대를 좀 했다. 목소리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많이 당황했다고 하더라. 빨리 내가 해야겠다 싶었다"며 "특히 김태윤 감독이 전혀 이 영화 대본을 썼다고 믿기지 않았다. 이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뭔가 다를 것 같았다. 감독님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따뜻함이 있는데 그게 영화에 나왔다. 동물들이 힘들어 보이는 장면들은 다 편집하셨다. 동물들을 워낙 사랑하는 분이다. 그런 지점에 있어서 전작과 결은 완전히 다르지만 베이스는 같았다. 따뜻함이 있다"라고 말했다.

'미스터 주'는 이성민에게도 도전이었다. 동물과의 연기 호흡도 처음이었고 동물들을 표현하기 위한 컴퓨터그래픽(CG) 후반 작업이 주를 이루는 영화였기 때문. 이성민은 "다행히 군견 알리는 실사였다. 폭행당하는 것만 CG였다. 녹색 포대자루를 데이비드 맥기니스가 던지고 그랬다. 변수가 워낙 많았다. 알리의 연기에 맞게 제가 연기를 해야 했다. 알리가 적당한 시점에 봐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메워야 했다. 그런 즉흥적인 건 늘 현장에 있었고 콘티대로 못 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알리를 연기한 '인구'와의 호흡은 문제가 없었다. 이성민은 "다들 강아지랑 연기한다고 하니까 걱정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정말 훈련이 잘 돼있었다. 용맹했다. 제가 집중하고 있을 때 어지간해서 움직이지 않는다. 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 능력이 아주 대단하다. 딱 한번 알리 대역이 등장한다. 안고 뛰어야 했는데 알리가 너무 무거워서 대역을 불렀다. 대역은 스태프들이 많고 그러니까 주저앉고 그랬다. 그거 보면서 '알리는 대단하구나'를 느꼈다. 또 눈이 너무 좋다"며 "극중 지하철 씬은 첫 촬영이었는데 알리가 처음엔 전혀 타지 못하고 낯설어했다. 그 자리에서 계속 훈련을 했다. 현장에서 생기는 의외의 변화들에 대해서 알리도 적응을 잘했고, 컨트롤해주는 소장님도 잘해주셨다. 정말 대단했다"고 감탄했다.

CG에 대해서는 "초창기의 할리우드 영화도 CG가 안 돼서 만화와 사람을 합성했었다. 그래서 이 작업이 한국에서 아주 힘들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CG 작업을 하려면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동물들이 말하는 데이터가 없었다. 정말 초기라고 봐야 한다. 이 영화의 데이터가 다음 동물영화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 CG 팀에서 굉장히 애를 쓴 걸로 안다. 이렇게 노하우가 쌓였다"라며 "아무것도 없는데 연기하기가 힘들었다. 저도 정이 안 들었는데, 좋은 경험이 됐다. 잘 되면 나중에 더 나아질 거라고 본다.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들도 점점 나아진 것이지 않나. 옛날 '쥬만지'와 지금의 '쥬만지'가 다른 것처럼 말이다. 늘 익숙하게 미국 영화에서 봤기 때문에 참고할 것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연히 실제 배우들의 눈을 보고 연기하는 게 익숙하고 쉽다. 예전에 '반지의 제왕'에서 간달프(이안 맥켈런)를 했던 어르신이 CG 연기를 하시면서 우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느낌을 알겠더라. 기가 빨렸다. 거부할 수 없는 배우들의 숙명이다. 나는 그런 경험을 미리 한 것 같아서 굉장히 좋고 다행이다. 제작 후 목소리 캐스팅을 한다든지 등 아쉬운 게 있지만 한국 영화의 기술력이 많이 발전됐음을 느낀다. 나중엔 훨씬 더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크다. 그래서 의미가 있다"며 "녹색 봉들과 녹색 인간들과 작업을 하는 건 아주 재미있었다"라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당초 동물을 좋아하지 않아 쓰다듬다가도 물티슈로 손을 닦았다던 이성민은 "이젠 아니다"며 "주태주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동물과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저랑 비슷했다. 지금은 전혀 거부감이 없다. 아직 약간 고양이는. 길고양이는 약간 조금 (그렇다.) 강아지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처음엔 강아지가 있는 정남이 집에 전혀 안 갔다. 촬영한 후에 처음 집에 갔다"고 말하며 달라진 변화를 전하기도 했다.

이성민의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재확인할 수 있던 '미스터 주'. 함께 출연한 배우들도 안정적으로 캐릭터를 소화하며 극의 재미를 더했다. 특히 유인나, 김수미, 이순재, 이선균 등 동물들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들을 찾는 재미도 있었다.

그는 "목소리 캐스팅이 상당히 어려워서 출연해준 배우들에게 굉장히 고마웠다. 너무 캐스팅이 안 돼서 당황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순재 선생님은 어른이신데도 햄스터 연기를 흔쾌히 수락해주셨고 유인나 씨는 목소리가 너무 좋으셨다. 특히 신하균이 연기한 알리는 최고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는 대사를 읽어주는 분들이 계셨다. 그런 경험은 '로봇, 소리' 때 했었다. 다만 로봇이니까 박자가 맞았는데 강아지는 아니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계속 긴장하고 있었다. 나란히 앞을 보고 걸어간다는 지문이 있는데 강아지는 그런 게 정말 쉽지 않다. 같이 뛰는 것도 안 된다. 속도 맞추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또 국가정보국 서열 1위이지만 허당미가 가득한 민국장으로 분한 김서형에 대해서는 "원래 (김)서형 씨 캐릭터도 전형적인 국정원 간부 역할이라 캐스팅이 잘 안 됐다. 그런데 서형 씨가 캐릭터를 만들어오셨다. 처음엔 그 역할을 한다고 해서 굉장히 당황했는데, 영화 보면서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저희 집에서 춤을 추는 장면이 김서형 씨의 첫 촬영이었다. 저는 이제 막 익숙해지려고 할 찰나였다. 동물이 다 CG니까 봉들이 아주 많았다. 그런데 김서형 씨는 자연스럽게 멱살을 잡으면서 연기했다. 다 만들어 오신 거다. '미스터 주' 촬영이 끝나고 'SKY 캐슬'을 하셨는데, 완전히 다르더라. 깜짝 놀랐다.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하지 싶었다"고 치켜세웠다.

아빠와 아들 같은 케미를 자랑하는 절친한 후배 배정남은 어땠을까. 이성민은 "배정남이는 애초에 예상을 했지만 어쩔 줄 몰라 했다. 알리한테 맞추듯이 연기를 했다"라고 너스레를 떨더니 "소질은 있는 것 같다. 훈련을 하면 좋은 배우가 될 거라고 본다. 일반적이지가 않다. 영화 촬영하면서 제가 많이 웃었다. 상식적인 연기를 안 한다. 제가 예상한 것과 완전히 다르게 온다. 그게 장점인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게 나중에 더 좋게 발전되길 바란다. 정남이는 '보안관' 이후 이게 처음이다. 자기는 '미스터 션샤인'을 했다고 하는데, 그건 잠깐 지나가는 거다. 이렇게 대사가 많은 건 인생 최초다"고 말해 폭소케 했다.

그러면서 "감독님도 걱정이 많으셨다. 캐스팅하자마자 문자로 '괜찮겠어요?'라고 물었는데 감독님이 '동물 한 마리 더 캐스팅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답이 왔다. 거의 조련을 하다시피 하셨다. 저는 거의 무슨 말을 하지도 못했다. 제가 말하면 멘탈이 붕괴될까봐 안 했다. 이후에 영화를 몇 개 더 촬영했는데 자기는 바뀌었다고 하더라. 그런데 영화 시사회 때 애가 멘탈이 완전히 무너졌다. 못 보겠다는 거다. 하지만 누구나 자기 연기 처음 보면 못 본다.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그 친구는 굉장히 특이하다. 장점이라고 본다"고 아끼는 마음을 표현했다.

이성민은 '미스터 주' 뿐만 아니라 '남산의 부장들'로도 같은 날인 22일 관객들을 찾아온다. "개봉일이 겹칠 거라고 예상 못해 당황했다"고 솔직히 털어놓던 그는 "동시 흥행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미스터 주'와 같은 가족 영화들이 많이 늘어나면 좋겠다. 보통 정극, 액션, 코미디로만 분리하는데 국내 가족 영화가 많이 생겨나서 흥행하길 바란다. 할리우드의 '닥터 두리틀' 등을 보러가는 게 아닌, 한국에서 다양한 작품이 생겨나 관객들이 보러 가시면 좋을 것 같다"고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 기대감을 높였다.

'미스터 주'는 22일 개봉한다.

[사진 = 리틀빅픽처스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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