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주' 이성민 "사람 대신 녹색 봉 보고 연기, 익숙치 않았지만…" [MD인터뷰①]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배우 이성민(52)이 컴퓨터그래픽(CG)이 주가 된 영화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이성민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감독 김태윤/이하 '미스터 주') 관련 라운드 인터뷰를 개최, 각종 이야기를 털어놨다.

이번 영화에서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득템한 국가정보국 에이스 요원 주태주를 연기한 이성민은 배우 인생 처음으로 동물들과 호흡했다. 동시에 사람의 눈 대신, 녹색 봉과 녹색 인간들을 바라보며 상상력을 발휘한 뒤 연기해야 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재미있을 것 같았다. 한국에 잘 없었던 작업 방식이라 해보고 싶었다. 이야기도 마음에 들었다. 영화가 신기하고 귀여운 작업이었다. 김태윤 감독이 연출한다고 해서 기대를 좀 했다. 목소리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많이 당황했다고 하더라. 빨리 내가 해야겠다 싶었다"며 "처음부터 가족 영화 타깃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찍다가 똥 밟는 씬 볼 때 확 느낌이 왔다. 애들이 좋아할 만한 거라고 생각했다. 애들은 똥만 생각해도 웃질 않나. 완전히 애들이 볼 영화라고 감독님이 의도했다. 대본에서도 주태주는 그렇지 않은데, 배정남이 맡은 역할은 엉망이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초창기의 할리우드 영화도 CG가 안 돼서 만화와 사람을 합성했었다. 그래서 이 작업이 한국에서 아주 힘들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CG 작업을 하려면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동물들이 말하는 데이터가 없었다. 정말 초기라고 봐야 한다. 이 영화의 데이터가 다음 동물영화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 CG 팀에서 굉장히 애를 쓴 걸로 안다. 저희도 처음에 판다 탈을 굉장히 비싸게 구했다. 막상 촬영을 해보니 CG랑 밸런스가 맞지 않더라. 그래서 촬영 후 다시 CG 작업을 하곤 했다. 이렇게 노하우가 쌓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래 개봉을 빨리 하려고 했는데 늦어진 게 그런 이유 때문이다. 잘 되면 나중에 더 나아질 거라고 본다.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들도 점점 나아진 것이지 않나. 옛날 '쥬만지'와 지금의 '쥬만지'가 다른 것처럼 말이다. 늘 익숙하게 미국 영화에서 봤기 때문에 참고할 것은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데 연기하기가 힘들었다. 저도 정이 안 들었는데, 경험이 됐다. 판다와 알리 빼고는 거의 다 CG라고 보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또 이성민은 "실제 배우들의 눈을 보고 연기하는 게 익숙하고 쉽다. '미스터 주'는 익숙하지 않은 연기를 해야 했다. 예전에 '반지의 제왕'에서 간달프(이안 맥켈런)를 했던 어르신이 CG 연기를 하시면서 우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느낌을 알겠더라. 기가 빨렸다. 거부할 수 없는 배우들의 숙명이다. 나는 그런 경험을 미리 한 것 같아서 굉장히 좋고 다행이다. 제작 후 목소리 캐스팅을 하고, 밸런스를 맞춰가는 과정에서 아쉬운 게 있다. 다음 작업에서는 계산을 잘 하고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한국 영화의 기술력이 많이 발전됐음을 느낀다. 나중엔 훨씬 더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크다. 그래서 의미가 있다. 이런 식의 가족 영화들이 많이 늘어나면 좋겠다. 우리는 정극, 액션, 코미디로만 분리하는데 국내 가족 영화가 많이 생겨나서 흥행하길 바란다. 할리우드의 '닥터 두리틀' 같은 게 아니라 한국에서 다양하게 생기길 바란다"라고 자부심을 보이며 "녹색 봉들과 녹색 인간들과 작업을 하는 건 아주 재미있었다"라고 말해 폭소를 더했다.

CG 작업에 큰 흥미를 보였던 이성민. 김태윤 감독에 대한 깊은 신뢰도 '미스터 주'를 선택하게 된 이유였다. 그는 "'재심', '또 하나의 약속'도 그렇고, 전혀 이 영화 대본을 썼다고 믿기지 않았다. 이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뭔가 다를 것 같았다. 전작과 많이 달랐다. 감독님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따뜻함이 있는데 그게 영화에 나왔다. 동물들이 힘들어 보이는 장면들은 다 편집하셨다. 폭행당하거나 집어던져지는 부분들은 철저하게 편집하셨다. 동물들을 워낙 사랑하는 분이다. 그런 지점에 있어서 전작과 결은 완전히 다르지만 베이스는 같았다. 따뜻함이 있다"라고 치켜세웠다.

한편, '미스터 주: 사라진 VIP'는 국가정보국 에이스 요원 태주(이성민)가 갑작스런 사고로 온갖 동물의 말이 들리면서 펼쳐지는 사건을 그린 코미디. '어느 날, 동물들의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란 기발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사람과 동물의 합동수사'라는 독특한 스토리를 접목한 영화는 예상하지 못한 재미를 선사한다. 오는 22일 개봉.

[사진 = 리틀빅픽처스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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