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출발' 두산 배영수 코치 "가르치기보다 믿고 기다리겠다"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그 누구보다 화려하게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 배영수(39, 두산)가 코치로 제2의 야구인생을 연다. 배영수 코치는 가르치기보다 믿고 기다리는 코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두산은 지난 14일 배영수 코치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통합우승을 끝으로 20년 현역생활을 마무리한 그는 김태형 감독에게 지도자 제의를 받고 두산 코치로 제2의 커리어를 열기로 결심했다. 김 감독에게 플레잉코치라는 선택지도 제안받았지만 후배들에게 길을 내주기 위해 완전 은퇴를 택했다.

최근 잠실구장에서 만난 배 신임코치는 “선수 때와 쓰는 라커가 달라서 어색하다”고 웃으며 “차츰 하다보면 적응이 될 것 같다. 아무래도 누굴 가르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선수를 믿으며 지켜보는 코치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배 코치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가족과 비시즌 오랜 시간을 보냈다. 약 한 달 반 동안 아내, 아이들과 미국에서 많은 추억을 쌓았고, 그 결과 체중이 10kg이나 불었다.

배 코치는 “아이들과 한 달이 넘게 붙어있는 게 오랜만이었다. 아이들의 못 보던 모습을 봐서 색달랐고 여러 가지를 느꼈다”며 체중에 대해선 “얼마나 찌는지 궁금해서 찌워봤다. 몸이 굉장히 무겁다. 그래도 20년 동안 매일 체중이 스트레스였는데 그걸 안 받으니 낫다”고 미소 지었다.

배 코치는 2020시즌 2군에서 권명철 코치를 보좌하며 첫 지도자 수업을 받는다. 코치로서는 신인이기에 아직 구제적인 목표는 없다. 배 코치는 “할 수 있는 게 시키는 대로 하는 것밖에 없다”며 “내가 신인 때와 지금 신인은 많이 다르다. 잘 맞춰나가야 한다. 방향지시등을 켜고 서로 비켜주고 들어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 코치는 가르치는 코치보다 기다리는 코치가 되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가르친다는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배 코치는 “어떤 선수에게든 안 된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항상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다”며 “선수생활하면서 느낀 게 선수를 믿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코치님들에게 많이 배워서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좀 더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말 할 때도 선수 때는 바로 뱉었지만 코치가 됐으니 최소 3번 이상 생각하고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배 코치는 현역의 끝자락에 선 박용택(LG) 선배에게도 진심 어린 조언을 남겼다. 박용택은 최근 “배영수처럼 소름끼치는 우승을 하고 싶다”는 인터뷰를 통해 우승 의지를 전했다.

배 코치는 “난 8번이나 했는데 당연히 부러워해야죠”라고 농담하며 “용택이 형은 기록적인 면에선 할 만큼 했다. 우승할 수 있는 기회도 몇 번 있었다. 꼭 현역 생활을 잘 마쳤으면 좋겠다”고 선배를 응원했다.

[배영수 코치.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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