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발 탈출' SK 문승원,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 (인터뷰)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3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누군가는 정체되거나 도태되고, 또 누군가는 매우 드문 경우이지만 인생 역전을 이루기도 한다.

문승원(SK 와이번스)에게 앞에 언급한 상황은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 정체와 도태와는 거리가 멀지만 그렇다고 180도 달라진 야구 인생을 사는 것도 아니다.

기자와 오프시즌 인터뷰를 처음 진행했던 2017년 1월, 문승원은 붙박이 선발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2016시즌 가능성도 보여줬지만 아쉬움도 있었던 것.

이후 그는 2017시즌, 2018시즌, 2019시즌을 거치며 눈에 확 띄지는 않지만, 묵묵히 앞을 향해 나아갔고 매 시즌 향상된 성적을 남겼다.

2016년 4승 4패 평균자책점 6.64였던 문승원은 2017년 6승 12패 평균자책점 5.33을 거쳐 2018년 8승 9패 평균자책점 4.60, 2019년 11승 7패 평균자책점 3.88을 기록했다. 승수는 매년 늘었고 평균자책점은 매년 내렸다. 다른 지표들 역시 매년 '좋은 쪽으로' 향했다.

또한 동료인 박종훈을 비롯해 양현종(KIA 타이거즈), 차우찬(LG 트윈스)과 함께 3년 연속 규정이닝을 넘긴 4명의 투수 중 한 명이기도 하다.

2017년 1월 'SK 문승원, "후회없이 던지고 싶다"'였던 인터뷰 제목 역시 ''도약 준비 끝낸' SK 문승원, "선발 경쟁, 지고 싶지 않다"'(2018년 1월)를 거쳐 'SK 문승원, "5선발 아닌, 많이 이기는 경기한 투수로 기억되고 싶다"'(2018년 12월)로 변했다.

2017년 "동기들 중에 잘하는 친구들이 많다. 주변에서는 '잘할 수 있다'고 하는데 열심히보다는 이제 좀 잘하고 싶다"라고 말하던 문승원은 어느덧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하지만 아직도 만족은 없다. 그리고 이는 문승원이 매년 발전할 수 있는 동력 중 하나이기도 하다. 또 한 번의 업그레이드를 준비 중인 문승원을 16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났다.

-3년 연속 규정이닝을 채웠다. 경기 중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이탈 기간이 있었기에 더욱 의미있는 기록 같다

"선발로 나와서 규정이닝을 채운 것은 학교로 치면 개근상 정도 같다. 꾸준히 뛰었다는 증거라 기쁘다"

-4승, 6승, 8승을 거쳐 생애 첫 두 자릿수 승리(11승)도 기록했다

"야수들이 많이 도와줘서 10승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김)광현이 형이 우스갯소리로 (문승원이)'10승을 하면 우승한다'라고 했는데 안돼서 안타깝기도 하다"

-WHIP(이닝당 출루허용수)만 보면 1.13으로 규정이닝 투수 중 4번째로 낮다. 반면 평균자책점 순위는 16위다. 아무래도 피홈런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23개로 피홈런 최다)

"홈런 영향이 큰 것 같다. 내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그래도 매년 한 개씩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긍정적이다(웃음). (2017년 25개, 2018년 24개, 2019년 23개) 연구를 많이 하는데 더 깊이 파고 들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공격적 투구 덕분에 이닝당 투구수를 15.2개까지 줄였다. 2016년 이닝당 19개와 비교하면 4개 차이다. 김광현은 인터뷰 때 '이닝당 공 1개를 줄이는게 이렇게 힘든지 몰랐다'라고도 했다

"공격적으로 하려고 생각을 많이 한다. 이 과정에서 홈런도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다만 아무리 공격적으로 해도 실투를 더 줄여야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듯 하다"

-2018년에 비해 구위가 더 좋아졌다. 패스트볼은 150km, 슬라이더는 140km대 중반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도 탈삼진 숫자는 줄었다(2018년 150⅔이닝 122개, 2019년 144이닝 99개). 삼진 욕심을 버린 것인지?

"투수라면 모두 삼진 욕심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삼진을 많이 잡고 싶다. 아무래도 공격적인 승부를 하다보니 결과가 빨리 나와서 그런 것 같다. 당연한 말이기도 하지만 광현이 형이 '위기 상황에서 제일 안전한 건 삼진'이라고 하더라(웃음)"

-김광현이 메이저리그로 가면서 선발 로테이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아졌다. 부담감은?

"팀으로 본다면 아쉬운 부분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제 비가 와도 로테이션을 건너 뛰는 경우가 줄어 들어서 괜찮다(웃음) 잘 안 풀릴 때 일지 해놓은 것을 보는데 (김)광현이 형이 해준 좋은 말들을 다 적어놨다. 그리고 프로라면 이를 부담감이라고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 그보다는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

-지난 비시즌 때는 박종훈과 함께 배드민턴을 쳤다. 이번 비시즌은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지난 시즌 후반이 되면서 팔이 힘들었다. 시즌이 끝난 뒤 팔에 최대한 휴식을 주자고 생각해서 거의 안 쓰고 보강운동 정도만 했다. 작년에 친 배드민턴도 오른손으로 쳐야 하다보니까 부하가 올 수 있어서 안 쳤다"

-앞으로 계획과 올시즌 중점을 둘 부분은?

"커맨드에 대한 부분을 신경 쓸 생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프링캠프에서 안 다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시즌에 접어 들었을 때는 경기를 할 때 예전보다 조금 더 넓은 시야 속에 투구를 하려고 한다"

-매년 성적이 발전하고 있다. 올시즌 목표는?

"작년에는 피홈런 숫자나 '내가 나갈 때 팀이 매번 이겼으면 좋겠다'라는 목표가 있었다. 근데 생각처럼 안 되더라(웃음).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한 경기 한 경기, 공 한 개 한 개에 집중하는 것 같다. 그렇게 하다보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팬들에게 한마디

"올시즌은 부상없이 완주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려고 한다. 팬 분들께서 작년에 많이 아쉬우셨겠지만 올해는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선수들이 많이 노력하고 있다. 목표치에 갈 수 있게 열심히 할테니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 문승원 2016년 이후 연도별 성적

2016년-20경기(12선발) 4승 4패 ERA 6.64 63⅔이닝 86피안타 49탈삼진 33볼넷

2017년-29경기(29선발) 6승 12패 ERA 5.33 155⅓이닝 181피안타 86탈삼진 54볼넷

2018년-31경기(27선발) 8승 9패 1세이브 1홀드 ERA 4.60 150⅓이닝 180피안타 122탈삼진 37볼넷

2019년-26경기(23선발) 11승 7패 2홀드 ERA 3.88 144이닝 130피안타 99탈삼진 33볼넷

[SK 문승원.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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