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재능과 배짱, 조심스럽게 기용하는 김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많이 뛰게 하면, 두~세 경기는 쉬게 해줘야 한다."

DB 이상범 감독이 김민구에게 가장 놀란 건 2013년 FIBA 마닐라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필리핀과의 준결승이었다. 당시 김민구는 한국의 패배를 막지 못했지만, 무려 27점을 뽑아냈다. 당시 필리핀이 김민구에 대한 파악이 덜 됐던 걸 감안해도 놀라울 정도였다.

이 감독은 당시 코치로서 유재학 감독을 보좌했다. 최근 "그때 벤치에서 민구가 하는 걸 보는데, 뭐 저런 놈이 다 있나 싶었다"라고 돌아봤다. 엄청난 스피드와 리드미컬한 돌파, 정확하면서도 폭발적인 외곽슛을 선보였다.

게다가 수비수를 몸에 붙이면서도 과감하게 올라가는 배짱, 승부처에 더욱 강렬해지는 해결사 기질이 돋보였다. KBL 대표 공격형 가드로 거듭난 김선형(SK), 이대성(KCC), 두경민(DB)과 선의의 경쟁이 기대됐다.

2014년 여름 음주운전사고가 김민구의 모든 기능을 빼앗았다. 골반, 고관절 등을 크게 다치면서 몇 차례 수술을 했고, 약 2년간 제대로 뛰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돌아왔지만, 예전의 운동능력을 거의 잃었다. 평범한 가드로 전락했다.

KCC를 떠나 DB로 이적했다. 이 감독은 김민구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한 경기에 많이 뛰게 하면 안 된다. 그러면 두~세 경기는 쉬게 해줘야 한다"라고 했다. 기적처럼 돌아와 뛰고 있지만, 보통의 선수보다 피로회복 속도가 늦다고 본다.

이 감독은 "원래 민구를 10~15분 정도 쓰려고 했다. 그런데 줄부상이 나오면서 초반부터 많이 뛰었다"라고 했다. 김민구 역시 잔부상으로 조금씩 쉬었다. 그래도 27경기서 평균 20분42초간 8.3점 3점슛 성공률 31.5%. 데뷔 시즌(2013-2014) 이후 가장 오래 뛰고 있고, 평균득점도 가장 높다.

이 감독은 김민구의 기량 회복 여부보다 과부하를 신경 쓴다. 가장 중요한 5~6라운드와 플레이오프, 나아가 농구선수로서 오랫동안 뛰게 하려면 세심하게 써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다행히 최근 두경민이 전역했다. 허웅, 김현호 등도 정상 가동된다. 15일 SK전까지 1월 5경기 출전시간이 13~17분 정도로 조정됐다. SK전은 허웅과 두경민이 동시에 맹활약하면서 단 4분54초 출전.

출전시간 대비 제 몫을 해낸다. 이 감독은 "KCC랑 붙는데 송교창이 떴는데도 그대로 레이업을 올라가더라. 정상적인 슛이 아니라 그냥 띄우기만 한 슛이었다. 벤치에서 보는 순간 당황했는데 들어갔다. 그런 걸 보면 배짱은 여전하다"라고 말했다.

실제 김민구의 올 시즌 경기를 보면 과거 특유의 재능이 조금씩 보인다. 과감한 속공 전개와 2대2, 무빙슛도 구사한다. 이 감독이 선수의 장점을 확실히 살려주는 지도자이기도 하고, 김민구의 장점이 DB 특유의 업템포 농구에도 잘 맞는다.

그러나 사고 이후 운동능력이 떨어진 건 확실하다. 이 감독은 "본인은 제 타이밍에 맞게 떴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예전보다 한 타이밍 느리다"라고 지적했다. 이 부분은 감수하거나, 스스로 경험을 통해 또 다른 방법을 터득하는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경험과 센스를 통해 보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드리블 한 번에 돌파가 됐다면, 이젠 두 번을 해야 한다. 예전엔 치고 들어가서 뭘 할지 생각하고 대처해도 됐지만, 이젠 미리 생각하고 치고 들어가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본래 수비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 운동능력이 떨어지면서 보완이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리고 KBL의 페이크파울 집계결과 3라운드까지 세 차례를 기록한 건 옥에 티다. 이 감독은 "그래도 이 정도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민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